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나만의 행복은 무엇인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건강보험> 독자가 보내온 ‘작지만 확실한 행복’ 사연을 들어보자.
한 해 한 해 살다보니, 무심한 세월은 흘러 어느 덧 내 나이가 이순(耳順)이 넘었다. 백발노인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존재인가?
돌아온 대답은 쓸쓸한 바람소리와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문득,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인생의 허무함이 나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펜을 놀리며 내 안에 있는 걸 쏟아낸다. 나의 뻥 뚫린 가슴을 글로써 채워 볼 작정으로 말이다. 어느 덧 나에게 있어 글 쓰는 삶이란, 생의 보람이자 활력소가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인생 목표가 생긴 것이다. 자연에 파묻혀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뒤의 일이다. 이른 아침 청아한 새소리에 눈을 뜨면서 일어나 책을 읽고, 오후에는 뒤뜰 정원에서 예쁜 꽃향기 맡으며 잠깐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석양에는 햇살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면서 시상(詩想)에 젖기도 한다. 또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면서, 여유를 갖고 주위도 돌아본다. 이웃들과 소통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때는 더없이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삶의 모습도 참 다양하다. 저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보니 그런 것일 게다. 치열한 삶의 현장인 재래시장에서,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새로운 삶의 의욕이 생겨나 좋다. 글쓰기를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변화된 삶이 더 없이 행복하다.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준 지인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며, 나와 인연 있는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
한 달에 두 번 호스피스 병동으로 자원봉사를 갑니다. 병동에 가서 몸과 마음이 아픈 어르신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을 하는데 처음으로 자원봉사 갔던 때를 잊을 수가 없네요.
곧 임종을 맞이하는 분들이 잠깐 동안 머무르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생각했기에 봉사하러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처음 병동에 가서 느낀 점은 분위기가 굉장히 밝다는 것이었습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도 흐르고, 환자분들의 장난스런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더라고요.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서 눈만 감고 있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생각한 것이 큰 착각이었습니다.
그 안에서도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그 세상 안에서 환자들은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물론 환자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깊은 두려움에 빠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픈 몸이 성한 몸이 되어 돌아오지 않다는 걸 그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본인이 처한 현실을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현실을 묵묵하게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환자들의 모습에서 저 또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오늘도 잔잔한 음악소리와 경쾌한 웃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 호스피스 병동은 매우 맑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