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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신지기 건강백세

지신지기 클리닉 2
허파에서 바람이 나온다 기흉

‘기흉’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가슴에 공기가 들어찬 것을 말하는데 가슴에 있는 폐는 원래 공기가 차있는 장기다. 때문에 폐에 있는 공기는 문제가 없으나 폐 바깥으로 공기가 찬 것이 문제가 된다. 폐는 늑골로 둘러싸인 흉강(胸腔)이라는 공간안에 있는데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늑골과 폐는 붙어있지 않다. 따라서 폐에 구멍이 생겨서 숨을 쉴 때마다 폐에서 공기가 새어 나오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폐가 쪼그라들며 새어 나온 공기가 점점 폐와 늑골 사이 흉강 내에 쌓이면서 폐를 압박하는 상태가 기흉이다.

PNEUMOTHORAX
키 크고 마른 남성에 호발 ‘자연 기흉’

기흉은 세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외부 자극없이 저절로 발생하는 자연 기흉과 늑골 골절이나 자상등 외상에 의한 외상성 기흉, 그리고 의학적 검사 또는 시술 과정에서 주사침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의인성 기흉이 있다.
자연 기흉은 다시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나뉘는데 일차성 기흉은 폐질환이 없는 주로 10대에서 20대 후반 사이에서 발생하는 기흉으로 주로 야위고 키가 큰 체형의 남성에서 호발한다. 급속히 성장하는 사춘기 시기에 ‘기포’라고 하는 속이 빈 공기주머니 같은 조직이 폐 상부 표면에 생길 수가 있는데 이 공기 주머니가 터지면 폐에서 공기가 새어 나오게 된다. 이런 ‘기포’라고 하는 조직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흡연자, 기흉 발생률 10~20배 높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흡연이 있는데, 흡연하는 남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20배 정도 기흉 발생률이 높고 흡연하는 여자도 비흡연자와 비교하여 10배 정도 기흉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한다. 기흉으로 입원해 가슴에 흉관을 삽입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흡연자 환자에게 흡연하면 “20배 더 기흉이 잘 발생하여 가슴에 또 관을 삽입하게 된다”고 얘기해주면 금연이 매우 쉬워지게 된다. 기흉 발생환자의 대부분은 남성 환자이며 남성에서 호발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 여성 흡연이 증가하면서 여성에서도 기흉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원인이 왜 이리 많은지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사실 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료를 한다는 것과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안다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또 다른 형태의 기흉이 있는데 바로 ‘월경성 기흉(Catamenial Pneumothorax)’이다. 이는 매우 드문 기흉으로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기흉이다. 발생 기전은 자궁내막 조직이 여러 경로를 통해 흉곽 내로 들어와 횡격막, 늑막, 폐 등에 착상하여 월경 주기에 맞추어 탈상하면서 기흉이 발생하는데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이 잦은 기흉이다. 이차성 기흉은 결핵이나 폐기종, 폐암 등 폐병변이 있으면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기흉을 말하며 주로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발생률이 증가한다.

흡연에 노출될 경우 비흡연자에 비하여 기흉 발생 위험도가 약 20배 정도 더 높으므로 기흉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 본인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예방법은 금연이다.

대표적 증상,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대표적 기흉의 증상은 흉통과 호흡곤란이다. 이러한 증상은 대개 증상 발생 후 48시간 정도 지나면 기흉이 회복되지 않았어도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차성 기흉과 같이 폐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기흉은 심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차성 기흉과 같이 원래 폐질환이 있어서 폐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가 기흉이 발생하면 심한 호흡곤란으로 인해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일차성 기흉이라고 하더라도 좌, 우 양측에 동시에 기흉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호흡곤란이 매우 심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할 수 있다. 기흉 중에서 위급한 상황으로 ‘긴장성 기흉’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기흉이 매우 심하게 발생해 양측 폐의 가운데 있는 심장이 기흉이 발생한 폐의 반대 측으로 밀리는 상황을 말하는데 심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최고의 응급처치는 병원행

기흉 환자를 위한 응급처치로서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기흉은 증세가 없고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는 외과적 처치 없이 산소만 흡입하면서 폐에서 새어 나온 공기가 다시 폐로 자연흡수되기를 도모할 수도 있지만, 불편한 증상이 있고 기흉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가슴에 구멍을 뚫어 흉관이라고 하는 플라스틱 관을 늑골 사이로 삽입해서 폐를 누르고 있는 공기를 관을 통해 밖으로 빼내고 공기가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흉관을 유지한다.
국소 마취하에 흉관을 삽입하는 것도 엄밀히 말해 작은 수술이지만, 흔히 기흉의 수술적 치료라 함은 전신마취후 기흉 발생의 원인이 되는 기포를 절제하는 수술을 말한다. 산소를 마시거나 흉관을 통해 폐에서 새어 나와 폐를 압박하는 공기를 빼내는 것은 공기가 새는 부위와 공기가 샐 가능성이 있는 기포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라고 하기 힘들다. 따라서 기포를 절제하는 것이 재발률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술적 치료여부는 기본적으로 전문의인 주치의 판단에 의한다.

예방법 없지만 금연이 최우선!

기흉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며 수술 후에도 약 10% 이내의 환자에서 재발 가능성이 있다. 수술 후에 기흉이 재발하는 기전은 대개의 경우 수술 부위 주변에 또 다른 기포가 생성되어 발생한다. 이러한 기흉 예방을 위해 정기검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기흉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검진은 별 다른 의미가 없다. 일반적인 엑스레이 검사로 작은 기포의 변화를 알 수가 없고 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하여야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지만 일반 영상검사에서 기흉이 없고 증상도 없는데 단순히 궁금해서 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 검사를 한다면 불필요한 검사가 될 수 있다.
기흉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요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앉아서 공부하다가도 발생할 수 있고, 운동을 하다가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흡연에 노출될 경우 비흡연자에 비하여 기흉 발생 위험도가 약 20배 정도 더 높으므로 기흉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 본인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예방법은 금연이다.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흉부외과 홍기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