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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핑계를 찾는다
알코올 의존

알코올은 술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주성분이다. 알코올은 사람의 몸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 중에서 몇 되지 않는 합법적인 약물이다. 본드, 필로폰, 아편, 코카인 등이 대표적인 불법 약물이고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 담배의 니코틴이 합법적인 약물이다. 물론 합법적이라고 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많이, 오래 마시게 되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과음을 하고 다음날 아침 후회를 하고 저녁이면 다시 술을 마신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알코올이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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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담배를 피우던 국일호 씨의 증상

올해 환갑이 된 국일호 씨는 며칠 전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산에 오르기도 전에 숨이 차서 등산을 포기했던 것이다. 그는 남들 다 맞는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도, 폐렴구균 예방주사도 맞을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다. 비록 요즘 기침, 가래가 늘었고 걸을 때 남보다 자꾸 뒤쳐져서 걷기는 했지만, 그리고 작년엔 감기로 석 달이나 고생하기는 했지만 산을 오르지도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등산로 입구에서 담배만 피우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곧 나아지겠지 했는데 이상하게 그러질 않는 것이 영 불안했다.

진단명 ‘만성폐쇄성폐질환’

국 씨의 기억으로는 고3이 되던 해였던 것 같다. 살아계셨으면 90세이실 아버지가 평소부터 숨이 차고 열이 나면서 쓰러진 이후 다시 일어서지 못한 것이. 아버지는 담배를 많이 피웠고 평소 숨을 가빠했는데 나중에는 숨이 차 거동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알고도 죽는 해수천식 병이라고 하면서 치료도 받지 않고 담배도 끊지 않았다. 국 씨는 평소 아버지가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으면서 숨소리는 쌕쌕거리고 숨차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나면서 자신도 그렇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국일호 씨는 호흡기내과를 방문해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자신의 병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길한 예감대로 그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아버지가 해수라고 했던 병은 단지 기침, 가래가 많다는 뜻일 뿐 병명은 아니었다. 천식이라고 하는 것도 숨소리가 쌕쌕거리는 현상이 비슷해서 잘 몰랐을 뿐, 이 병과는 다르다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무지함과 담배를 진작 끊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담배를 끊을 생각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 80% 흡연자, 비흡연자는 유해가스 때문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환자의 80%는 흡연자다. 즉 흡연이 이 병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머지 20% 정도의 환자는 담배는 아니지만 다른 유해한 가스나 입자가 원인이 되어 숨길이나 허파꽈리에 손상을 입은 것이다. 특히 숨을 내쉴 때 숨길이 좁아져 원활하게 숨이 안 쉬어지니 숨이 찰 수밖에 없고 유해입자 때문에 숨길에 염증이 생겨서 기침, 가래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병은 유전병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 즉 흡연 탓이다. 오랫동안 흡연을 하고도 이 질환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체질적으로 유해물질에 대한 반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의 약 13.4%가 이 병을 갖고 있으며, 2010년 한 해 7,092명이 이 병으로 인해 사망했을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2020년에는 전 세계 사망원인 3위에 등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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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내쉴 때 숨길이 좁아져 원활하게 숨이 안 쉬어지니 숨이 찰 수밖에 없고 유해입자 때문에 숨길에 염증이 생겨서 기침, 가래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병은 유전병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 즉 흡연 탓이다.

10갑년 이상, 발병 확률 높다

담배는 하루에 피우는 갑수에 피운 햇수를 곱해서 갑년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하루 한갑씩 10년 피우면 10갑년이다. 10갑년 이상이면 만성폐쇄성폐질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거나, 천식이 있으면 더 잘 생기고, 담배는 아니라도 유해입자에 자주 노출되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잘 생기고 나이는 40대 이후에 발생한다. 사회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더 잘 발생한다고 한다.
환자가 주로 받는 검사는 폐기능 검사와 가슴 엑스레이다. 폐기능 검사는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약을 투여한 후 불어 내쉬는 폐활량을 잰다. 날숨이 좁아지는 것을 보기 위해 최대한 힘껏 불어서 나오는 최대 폐활량과 처음 1초 동안 나오는 폐활량의 비율을 확인해 70% 이하로 나오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진단한다.

기관지에 뿌리는 확장제로 치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숨길이 좁아지는 병이기 때문에 치료는 주로 숨길을 넓혀주는 약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약들을 ‘기관지 확장제’라고 한다. 숨길을 넓히기 위해서 투약하는 것이므로 먹거나 주사하는 것보다는 직접 기관지에 뿌려주는 것이 좋다. 이런 약들을 ‘흡입제’라고 하며 실제 먹는 약이나 주사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 기침약, 거담제 같이 증상을 줄여주는 약들 역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운동능력을 호전시키기 위해서 호흡재활치료, 일부에서는 수술이나 내시경 조작 등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고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서 특별한 경우에 고려해볼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및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기본적으로 권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당연히 담배를 끊는 것이다. 발생 초기에는 담배만 끊어도 증상이 많이 개선될 수 있고, 심지어 이 병으로 인한 사망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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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하나, 무조건 금연

국일호 씨는 담배를 끊기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담배)에 노출되어 생기는 것이므로, 좋은 음식을 섭취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다. 다른 위험인자는 전체적인 영향이 적고 스스로 피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담배를 끊는 것이 계속 피우는 것보다 결론적으로는 더 오래 사는 방법이고, 아무리 적게 피워도 피우지 않는 것보다는 좋지 않다. 심지어 담배를 끊더라도 20년은 지나야 금연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 비록 그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계속 피우는 것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주 3회 이상 40분~ 2시간 걷기

운동은 꾸준하게 하면 물론 좋지만 운동으로 호흡기가 건강해진다기 보다는 전신의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운동이 몸에 좋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폐기능은 20대 이후는 성장하지 않고 점차 감소하기 때문에 운동으로 폐기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근력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 완화와 운동능력, 삶의 질을 향상시키므로 추천한다. 운동방법은 주 3회 이상 숨이 약간 차는 정도의 속도로 40분에서 2시간 정도 걷기를 권장한다.
평소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감염증이 자꾸 발생하면 좋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해마다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단백결합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기존 접종법보다 면역형성에 유리하므로 먼저 접종받는 것이 좋다. •

이병욱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김정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