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자꾸만 핑계를 찾는다
알코올 의존

알코올은 술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주성분이다. 알코올은 사람의 몸에서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 중에서 몇 되지 않는 합법적인 약물이다. 본드, 필로폰, 아편, 코카인 등이 대표적인 불법 약물이고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 담배의 니코틴이 합법적인 약물이다. 물론 합법적이라고 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많이, 오래 마시게 되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과음을 하고 다음날 아침 후회를 하고 저녁이면 다시 술을 마신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알코올이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컨텐츠 이미지
알코올 의존, 조절능력 상실된 상태

많은 양의 술을 계속 마시면 몸에 해롭다. 그러면 적절한 음주양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보건기구에서 이야기하는 적절한 음주량은 젊은 남성의 경우 하루 두 잔, 노인이나 여성의 경우는 하루 한잔이다. 평균치이니까 일주일에 소주 두 병 이상 마신다면 결코 적은 양의 술이 아니다.
그렇지만 결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알코올로 인하여 악화될 만한 신체 질환이 있을때, 미성년자, 임신 중이거나 수유중인 사람, 운전이나 기계 조작 등을 할 사람, 회복중인 알코올 의존 환자 등은 절대로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
과도한 음주를 단순히 술버릇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타고난 사람의 체질에 따라 알코올을 대사하는 능력은 다르다. 각자 자기의 음주량이 다르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 의존이라는 정신과적 질환에 이르게 된다. 알코올 중독이라고 알려져 있는 알코올 의존은 심각한 정신과적 질환이다. 과도한 음주가 계속될 경우에는 술에 대한 조절능력이 상실되는 알코올 의존이라는 정신과적 질환에 걸리게 된다. 술을 많이 마시고 실수를 하는 것이 반복되는데도 ‘그냥 내가 단순히 술이 과했을 뿐이다’라고 치부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실수가 자꾸 반복된다면 이미 알코올에 중독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과음 반복하는 사람, 문제를 부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불리는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은 알코올로 인한 일시적인 기억상실을 의미한다. 다음날 일어나서 ‘내가 무슨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기분이 몹시 나쁘고 ‘과음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결심을 하지만 저녁이 되면 ‘저녁 먹을 사람 없나’라고 주변을 살핀다. ‘필름이 끊어짐’이 반복이 되어서 알코올성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술이 과하면 필름이 끊어진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마시는 것과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셔야지’가 되지 않고 과도한 음주를 반복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거절하는데도 술을 강권하는 회식이나 모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조직손상, 순환장애, 근긴장 항진, 통증 유발 물질 생산, 정신적 긴장 불안 우울, 통증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과도한 음주’의 폐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안타까운 것은 과도한 음주를 반복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본인의 문제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만 마셔라’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고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자부한다. ‘내가 알코올 중독이면 우리 직장의 누구누구도 알코올 중독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만큼 마시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몰라서 그럴까? 아니다. 알면서도 부인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그런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하고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게 한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중독성이 있는 물질인 알코올의 조절 장애가 문제이다.

진료실에서 많이 보는 알코올 의존 사례

A씨는 회사 업무로 접대를 위해서 술자리를 자주 가지게 되었다. 자리가 늘다보니 술의 양도 점차 늘어갔다. 접대를 위한 자리이지만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마시는 일도 많아졌다. 접대 자리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를 고집하게 되었다. 음주운전이 문제가 되었지만 실수로 치부하고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아도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넘어갔다. 취하지 않았으면 편의점이나 집 앞의 호프집에서라도 취할 때까지 마시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서 가족을 깨워 한 이야기를 또 한다. 주변에서 그만 마시라고 하면 짜증이 난다. 병원에 가보라고 해도 화를 낸다. 어느 날 몸이 무거워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해보니 이미 알코올성 간질환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슴이 철렁했으나 저녁에 다시 술자리로 간다. 주변에서 걱정을 하고 술을 만류하여도 혼자서라도 마시고 결근도 잦아진다.

컨텐츠 이미지
Check   !   List
• 지난 1년간 7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 해당되면 ‘알코올 의존’
  •   ◻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같은 정도로 취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할 때)
  •   ◻ 알코올에 대한 금단 증상이 있다.
  •   ◻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오래 마신다.
  •   ◻ 술을 끊거나 조절하려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
  •   ◻ 술을 구하거나, 마시거나, 술에서 깨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   ◻ 술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직업적 활동을 하지 못한다.
  •   ◻ 술을 마셔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계속 마신다.
자료 : 미국정신장애 진단 편람 4판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 필요

알코올 의존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즉 사회문화적 요인과 가족적 요인, 알코올에 대한 접근성, 개인의 정신병리 등이 상호 작용한 결과로 발생하며 동시에 개인의 신체적 소인과 생리학적 요인들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많은 양을 자주 반복해서 오래 마시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과도한 음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실수가 반복되고 원하는 것보다 술을 더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잦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주변에 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이 있으면 치료를 권해야 하고 모임에서도 취하지 않을 정도의 술만 마시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알코올 의존이 되면 신체적 문제도 거의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술 때문에 몸에 이상이 있으면 마시지 않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알코올 의존이 되면 신체적 질환이 생겨도 술을 마신다.
알코올 의존의 예방을 위해서는 전 사회가 알코올 의존이라는 정확한 이해를 통해 예방,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자신의 음주량을 정확히 알고 취하지 않도록 술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음식과 함께 천천히 마셔야 하며, 매일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적절한 음주는 사회에서 허용되고 대인관계나 여가활동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음주 이상의 폭음, 그 폭음이 반복된다면 그 결과는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사회 모두 폭음의 피해와 위험을 공유하여 술로 인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병욱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알코올치료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