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쉬다 -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사람들은 쉰다고 하면 노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쉬는 것은 결코 노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잘 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말 ‘쉬다’를 보면 그 뜻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쉬다 -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우리말 ‘쉬다’, 숨을 쉬는 일

우리말에서 ‘쉬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숨을 쉬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쉬다’의 열쇠가 있다. 쉬는 것은 숨을 쉬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쉴 때 ‘한숨을 돌렸다’라는 표현을 한다. 긴장되는 일이 있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도 한숨을 쉰다. 그때 한숨을 쉬어주면 긴장이 누그러지고, 걱정도 조금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슬픈 일이 있을 때도 한숨을 쉬면 슬픔이 잦아든다. 이게 쉬는 거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걱정이나 긴장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숨 쉬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호흡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이것이 진짜 쉬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노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우리말에서 말하는 ‘쉬다’이다.

休息(휴식), 나무 옆에 앉아 숨을 쉬다

한자어 ‘쉴 休(휴)’도 마찬가지다. 사람 人(인)에 나무 木(목),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이 한자에서 뜻하는 쉴 휴이다. 이 모습만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休息(휴식)이라는 단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휴식의 息(식)이 숨 쉴 식 자이다. 휴식이라는 한자어도 나무 옆에 편히 앉아 숨을 쉬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 휴식인 셈이다. 우리 선조들은 급한 것을 늘 경계했다. 바쁘게 사는 것의 위험함을 알고 있었다. 목마른 이에게 물바가지 속에 버들잎을 따서 넣어주었다는 지혜로운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급하면 체한다. 지나치게 바쁘게 살면 건강도 마음도 사람도 잃는다. 가끔은 뒤돌아보고 숨을 깊게 내쉬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삶을 잘 살 수 있다. 쉬는 것은 게으른 것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다.

우리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가만있어도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숨 가쁘게 달려가기만 한다면 얼마 못 가 지쳐 쓰러지고 만다. 숨 가쁘게 달려가는 중간중간 쉬면서 물도 마시고 땀도 닦으면서 가야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 우리 인생 사이사이 쉼표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달리기만 한다면 내가 왜 달리는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 수 없다.

뒤 돌아보지 않는 삶은 짧다

그러니까 쉴 때는 숨을 쉬어야 한다. 한숨을 돌리며 지나온 일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쉬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인생이 짧다고들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인생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짧은 것이다. 따라서 ‘쉬지 않는다’라는 말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이 짧은 것은 바쁘게 살면서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을 반성하면서 되돌아보며 사는 인생은 짧지 않다. 잘 쉬어야 한다.•

조현용 교수

글 : 조현용 우리말 어휘학자

우리말 어휘를 공부하고 있으며,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말 선물>, <우리말의 숲에서 하늘을 보다>, <우리말 깨달음 사전> 등 다수이며, 최근에는 일본인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책 <한국어로 세상 읽기>를 펴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