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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부부 편

남편이 은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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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일에만 매달려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잠을 이기지 못해 함께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남편, ‘은퇴만 하면 가족들도 챙기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다닐 거야’라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편이 드디어 은퇴를 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제2의 신혼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황혼 이혼의 시초가 된다는 은퇴 이후의 삶, 과연 많은 은퇴부부들의 솔직한 속사정은 어떨까?

은퇴가 관계에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계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함께 여가를 보내고 여러 활동을 시도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늘리고, 새로운 생각을 교환하고, 새로운 방식의 유대감을 형성해가다 보면 함께 있는 것을 즐기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37년의 결혼생활, 단 1년의 은퇴생활로 위기에 처하다

37년의 결혼생활 동안 자녀 셋을 키우며 안정적인 맞벌이 생활을 했던 석균과 정아. 부부는 몇 년간 여행 가고 싶은 장소를 꼽아보며 은퇴 후의 평화로운 생활을 꿈꿨다. 은퇴한 후 6개월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손주들과 즐겁게 지내며 유유자적한 은퇴자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집에 둘이 같이 있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고, 사소한 갈등이 자라났다. 정아가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것이 불만이었던 석균은 정아에게 ‘소외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고, 정아는 그를 위해 친구들과의 점심에 같이 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고, 둘은 언성을 높여 싸웠다.
석균이 일상의 무료함에 지쳐 점점 예민해지고 크고 작은 부부싸움이 늘어나자 정아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의 예민함과 변덕이 피곤해 가급적 떨어져 있고 싶어진 것이다. 은퇴한 지 1년도 안 돼 이 둘의 관계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부부관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은퇴가 영원한 꿈 같을 것이라는 신화에 빠져 있으면 결혼 생활의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심리적 강풍을 맞기 십상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은퇴를 기점으로 부부 모두의 결혼만족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은퇴 후 2년이 지나야 생활에 적응하고 안정을 찾아가며 결혼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 은퇴를 하면 그동안 만들어 온 두 사람의 관계와 가정생활이 완전히 새롭게 재편된다. 일이나 자녀 양육 뒤에 숨어 있던 부부문제가 정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일하느라 같이 있는 시간이 적을 때는 눈감아 줄 수 있었던 단점들이 이제는 참지 못할 정도로 거슬리는 것이다.
은퇴가 관계에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계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함께 여가를 보내고 여러 활동을 시도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늘리고, 새로운 생각을 교환하고, 새로운 방식의 유대감을 형성해가다 보면 함께 있는 것을 즐기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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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로운 은퇴 적응의 핵심은 즐거움이다. 일상에서 자잘한 기쁨을 찾아내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이 과도기를 쉽게 넘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흥미있는 활동을 찾아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이 여전히 의미 있고 내가 행해야 할 임무가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의미 있는 ‘즐거움’을 찾아라

순조로운 은퇴 적응의 핵심은 즐거움이다. 일상에서 자잘한 기쁨을 찾아내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이 과도기를 쉽게 넘긴다. 은퇴를 삶의 새로운 단계로 보고 눈앞에 놓인 두려움을 직면하며, 이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게 맞고 의미 있게 느껴지는 길을 정하자. 무엇보다 자신에게 흥미 있는 활동을 찾아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이 여전히 의미 있고 내가 행해야 할 임무가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관심사를 찾아 부지런하게 살기

은퇴 적응을 수월하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일과 관련 없는 능력 보유’다.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자신감은 자아존중감에 큰 보탬이 된다. 자기 전문분야의 기술이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관심사나 활동을 찾으면 좋다. 은퇴자에게 흔하게 하는 조언으로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바쁘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가장 좋은 의미에서 바쁘게 산다는 것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바람직하고 보람 있는 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면 자기 통제력과 자기주도력은 물론 자아존중감도 높아진다.

활발한 사회생활과 시간의 균형을 잡아라

활발한 사회생활은 꼭 필요하다. 친구가 많고 자주 교류하는 이들은 사회와 연결된 느낌이 든다. 친구는 우울증과 고독의 훌륭한 방패가 되어주고 은퇴전환기를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시간 균형이다. 이것은 혼자 보내는 시간과 타인과 같이 보내는 시간의 배분을 의미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 피상적인 관계들로 바쁘게 채우는 사람보다 더 만족스러운 은퇴생활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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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은퇴 부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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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서 밝힌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

이는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81.9)보다 30년 가량 앞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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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

그러나 함께 보냈으면 하는 시간은 3시간 29분, 그마저도 줄이고 싶다는 응답은 34.9%, 늘리고 싶다는 5.9%에 불과했다. 현 수준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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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

배우자와 함께하는 취미 활동 1위가 겨우 TV 시청. 2위는 집안일(8.7%), 3위는 대화(7.9%) 등으로 나타났으며 은퇴 부부의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은 평균 52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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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취미를 공유하는 은퇴자 비율

결국 4명 중 3명은 부부가 함께할 취미 생활이 없다는 의미다. 배우자와 취미를 같이 즐기는 이들의 95%는 산책, 등산 등 스포츠 활동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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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남편을 둔 아내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

은퇴 남편을 둔 아내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둔 아내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7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은퇴가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발표(45세 이상 남녀 5,937명 대상)

출처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배우자가 있는 60세~74세 은퇴자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

정리 : 편집실
일러스트 : 김민지
참고도서 : <행복한 은퇴> (세라 요게브, 이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