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남매 중의 장남이다. 나를 제외한 4남매는 전남 광주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장남인 나는 서울에서 산다. 나는 서울에 살면서도 스스로 효도를 다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효자로 전락하게 된 것은 아버지께서 파킨슨병과 당뇨 합병증으로 광주의 J병원에 입원하시게 되면서부터다.
J병원에서는 환자 곁에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했으나 5남매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우리들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무역업을 하는 나는 해외 출장 스케줄이 잡히면 주말마다 아버지를 찾아뵐 수가 없었다. 동생들이 서울에서 바쁜 나의 직장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평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 날 매형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할 거면 차라리 서울로 모시고 가게. 이제는 어머니께서 간병 때문에 병이 다 생기셨네. 큰아들인데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전화를 받으며 어두워지는 내 얼굴을 보고 아내가 걱정하지 말고 서울로 모시고 오자고 하였다. 아내는 매스컴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는 보호자가 필요 없는 ‘포괄간호서비스 병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때마침 지인의 소개로 서울의료원 신장내과에 아버지의 입원허가를 받게 되었다.
서울의료원의 포괄간호서비스 병동에 입원하자 담당 간호사는 아버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보고 아버지의 피부 상태, 의식, 활동 능력 등을 세밀하게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미 엉덩이 쪽에 욕창이 생겨 있었고, 양말을 벗기자 놀랍게도 발가락 끝에 살이 짓물러 괴사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