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 차인 은정 씨는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전화 통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시댁 부모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침묵과 어색함이 너무 불편해서였다. 간단한 날씨 이야기나 ‘건강은 어떠세요?’라는 말을 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할 말이 없다.
대화를 이어가는 게 영 곤혹스러워 점점 더 전화를 못하게 되었고 이를 서운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불편하다.
문제는 시부모와의 관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 학부모들과도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데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전화를 하기가 힘들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전화기를 들면 가슴부터 조여든다. 통화기피증이 생긴 것이다.
사실 통화를 기피하는 것은 은정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점점 전화통화를 기피하고 있다. 문자대화에 익숙한 10대와 20대는 물론 성인들 역시 다르지 않다. 통계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통신업체에 따르면 2013년 8월 현재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415만 명으로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0년 204분이었던 1인당 월평균 음성통화량은 2012년 말 175분으로 떨어졌다. 그에 비해 모바일 메신저나 SNS에 할애하는 시간은 갈수록 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직접 만나서 관계를 맺는 ‘면대면(face to face)’이 주된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개인별로 휴대폰을 갖게 되면서 ‘음대음(vocal to vocal)’ 커뮤니케이션 비중이 커졌다. 이어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으로 ‘문자대문자(text to text)’ 방식의 소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20대 이하의 ‘모바일 원주민(mobile native)’ 등은 문자 중심의 소통이 기본적인 대화방식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