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농가의 행사·세시풍속 등을 적은 농가월령가에서는 '아기어멈 방아찧어/ 들바가지 점심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라며 상추를 넉넉히 심어서 보리밥 고추장과 함께 먹자고 노래했다.
요즘은 상추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어려서는 상치, 상취, 부르 등으로 불렀다. 더 옛날에는 월강초(越江草)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가난한 집 며느리가 아기를 낳았는데, 미역은 없고 상추와 아욱뿐이었다. 상추로 죽을 끓여 먹였더니 산모는 배가 아프고 아기는 설사를 했다. 대신 아욱죽을 끓였더니 몸도 편하고 젖도 잘 나와 아기도 잘 자랐다. 그후부터 아욱은 누각을 헐고 심는다 해서 파루초(破樓草)라 했고, 상추는 강 건너 심으라고 해서 월강초(越江草)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상추가 해로운 채소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상추를 천금채(千金菜), '천금을 주고 씨를 사는 채소'라할 만큼 귀하게 여겼다. 속담에는 '여자 셋이서 부엌에서 상추쌈을 먹으면 조왕신(부엌을 지키는 신)이 도망간다.'고 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먹는 모습에 놀라고, 그 자리에 쓰러져 코를 골며 자는 모습 때문에 무서워 도망친다는 것이다. 이렇듯 먹기도 신나고 신경을 누그러뜨려 잠을 불러오는 좋은 채소가 상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