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개강한 노년준비교실에서 '이 다음에 나이들어 아이들 다 키워놓고 일에서도 해방되어 여유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행이 역시 1위였고 그 다음으로는 무언가 배우고 싶다는 의견이 제일 많았습니다.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돈 걱정 아이들 걱정만 없다면야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어디론가 떠나서 누리는 자유로움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겠지요. 배우는 일 역시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루고 묻어두었던 자신의 꿈을 펼치는 일이니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정이 있어 학교 공부를 제때에 하지 못해 다시 시작하는 것부터 죽기 전에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던 공부, 취미·여가에 관련된 공부, 자신의 관심분야를 철저히 파고드는 깊은 공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공부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어려서는 공부, 젊어서는 일, 늙어서는 여가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과 일과 여가가 분리된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젊은 사람이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고, 또 나이 들었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쉬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인생주기에 있든 연령에 대한 편견 없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사회일 것입니다. 그러니 나이 들어도 배움의 욕구가 있고, 실제로 적극적으로 배움에 나서는 일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상식적인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