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대관령이나 한라산 주변에서 독특한 장면이 목격된다. 경사와 굴곡이 있고 눈까지 쌓인 산길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서 스키플레이트를 신은 채 오른다. 발이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 위도, 나뭇가지 사이로 얼음이 단단히 언 비탈진 오솔길도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올라선다. 이들은 바로 산악스키 애호가들이다. 산악스키란 이름 그대로 눈부신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겨울산 등반과 깨끗한 자연설 위를 활강하는 스키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산악스키는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등 알프스 산맥 주변에서 발전해온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다. 눈 덮인 산길을 스키플레이트를 신은 채 오르는 일은 불편해 보이지만 현대적 장비와 기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먼저 산악용 알파인투어링스키(AT;Alpine Touring Ski)는 일반용보다 무게가 가벼운데다 바인딩이 부츠 앞쪽만 결합되고 뒤꿈치 쪽은 떨어지기 때문에 걷는 듯이 발목을 움직여 산을 오를 수 있다. 알파인투어링스키 바닥에는 스킨이라 부르는 미끄럼 방지용 접착테이프를 붙이는데, 바깥쪽에는 뒤쪽 방향으로 결이 선 털이 붙어 있어 뒤로 밀리지 않는다. 때문에 등반속도도 빠르고 에너지도 많이 절약된다.
등반을 할 때는 상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자세를 바르게 한 뒤 체중을 실어서 눈 위를 미끄러지듯이 천천히 오르면 된다. 면적이 넓은 스키플레이트 때문에 발이 눈 속 깊숙이 빠지지 않는다. 가파른 경사가 나오면, 스키를 벗어 메고, 부츠만 신은 채 올라간다.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자연설을 활강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내려갈 땐 스키플레이트의 뒤꿈치 바인딩을 고정시키고 미끄럼 방지용 실을 뗀 뒤 활강한다. 자연설은 지형에 따라 형태와 설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색다르고 변칙적인 활강 재미를 준다. 산악스키 애호가인 박경이 국제심판은 "산악스키는 땀 흘려 산을 오르는 기쁨과 짜릿한 활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레저스포츠"라며 "훌륭한 유산소운동이자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