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만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중독되는 것이 또 있을까?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 매운 음식, 식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속상할 때나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만인의 연인 ‘술’까지.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술이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깰 때 술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자신이 술을 마시는 건지, 아니면 술이 자신을 마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우리가 흔히 술에 중독된 상태를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정확한 정의가 결여되어 있는 말로, 정식 의학 용어로는 ‘알코올 남용’, ‘알코올 의존’이라 부른다. 알코올 남용은 과도한 음주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뜻하며, 알코올 남용이 심해질 경우 알코올 의존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알코올 중독은 기타 정신 질환처럼 명확한 한 가지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심리·사회적, 유전적, 행동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알코올은 마약, 담배 같은 중독성 물질로 분류되는데, 뇌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동기를 조절하는 ‘보상회로’에 자극을 주어 비정상적인 쾌락을 유발,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고 싶게 만든다. 또한 술을 마심으로써 불안, 스트레스, 긴장 등을 해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후에도 유사한 갈등을 경험했을 때 술을 쉽게 찾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선택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학설도 있다.
최근 알코올 중독자 26명이 국내 유수의 주류 회사들을 상대로 21억 원의 소송을 걸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술로 인해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주류 회사들이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술을 마시다가 처음에는 알코올에 대한 남용과 의존을 반복하다가 결국 중독 증상에 이르게 돼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대체 알코올 중독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첫째로 술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술이 약한 사람도 술을 많이 마시다 보면 느는 것처럼, 술이 신체에 적응해 비슷한 용량의 술을 지속적으로 먹을 경우 취하지 않는다. 둘째로는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다가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 갑자기 불안해지고 술에 대한 갈망이 깊어진다. 이때의 금단 증상으로는 경련이 일어나거나 호흡, 혈압, 맥박 등이 증가하는 등 신체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셋째로 집착 증세가 나타난다. 오로지 술에만 집중하게 돼 직장 생활이나 가정은 뒷전이 되고, 개인적인 취미생활도 포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심할 경우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행위를 하거나, 가족 간의 불화가 심화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이 여타 중독에 비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중독 증세’가 나타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신체적·정신적인 다양한 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음주가 신체적으로 주는 폐해 중 가장 심각한 신체적 폐해는 바로 간 손상으로 ‘지방간’이나 ‘간경화’의 유발이다. 그런데 지방간의 경우 외적으로는 아무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술을 마시게 되어 병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방치할 경우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 조직이 돌이나 나무처럼 딱딱해지는 간경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 외에도 알코올을 섭취하면 위와 소장의 벽을 헐게 해 출혈성 위염이 생길 수 있으며, 위를 지속적으로 자극시켜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면역체를 약하게 해 일반인보다 항체를 생산하는 능력인 면역력을 현저하게 떨어트려 박테리아 감염이나 악성종양에 대한 면역을 약하게 한다. 또한 정신적인 면에서도 술로 인한 다양한 정신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대표적인 정실질환이 바로 로빈 윌리엄스도 겪었던 ‘우울증’이다.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함을 술로 털어내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우울증 치료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환자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또한 만성 음주는 말초신경계를 마비시켜 기억세포를 파괴해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비단 알코올뿐만 아니라 중독성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헤로인, 코카인과 같은 ‘마약’과 ‘니코틴’이 있는데 이러한 약물에 대한 의존은 주로 만성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중독성 질환은 대뇌구조와 기능에 병적 변성을 초래하는데 다행이도 치료나 관리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중독성 질환은 치료가 성공적으로 되었다고 해도 재발과 호전을 거듭하는 만성 장애이므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나도 알코올 중독? 알코올 중독 check list
CAGE 질문법_알코올 중독 선별검사
▶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ut down
▶ 술 마시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운 적이 있습니까? Ⓐnnoy
▶ 음주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uilty
▶ 술 마신 다음날 불쾌감을 없애고 기분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 해장술을 한 적이 있습니까? Ⓔye-opener
네 개 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알코올중독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으며, 두 개에 해당되면 중독 가능성이 있으니 진료를 받아야 하고 세 개 이상이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AUDIT 질문법_알코올 의존도 측정법
*소주: 소주잔 1잔, 양주: 양주잔 1잔, 맥주: 355cc(캔맥주 1개), 포도주: 148cc(와인잔 1잔) 등 질문에 나오는 1잔이란, 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1잔의 양을 의미한다.
채점표
정상 음주군 남성: 0~9 / 여성: 0~5
위험 음주군 남성: 10~19 / 여성: 6~9
알코올 사용장애 추정군 남성: 20~40 / 여성: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