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첩보부 MI6 소속의 제임스 본드는 상관 M의 명령에 따라 달리는 열차 위에서 적과의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이때, 제임스 본드를 지원하고 있던 현장 요원이브는 적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적과 아군(제임스본드)이 서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기기를 주저한다. 모든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상관 M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임스 본드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저격 명령을 내린다. 이브가 쏜 총에 맞고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해 실종된 제임스 본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몇 달 동안 술을 마시며 폐인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우연히 찾은 술집에서 본부 MI6가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제임스 본드는 고민 끝에 본부로 복귀하게 되는데 그간의 피폐한 생활로 요원으로서의 모든테스트에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M은 그 사실을 묵인하고 자신이 가장 신뢰했던 요원 제임스 본드에게 MI6의 운명을 맡기고, 그는 그가 자란 스코틀랜드의 외딴 저택 ‘스카이폴’에서 적과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목숨을 걸고 지켜온 조직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사에게 배신당한 007 제임스 본드. 그를 달랠 수 있는 것은 오직 술이었다. 굳이 <007 스카이폴>이 아니더라도 제임스 본드의 음주 장면은 시리즈 속에서 자주 접할수 있다. 얼마 전 영국 로얄더비병원의 응급의료팀은 ‘브리티시 메디컬저널’에 흥미로운 보고서를 제출했다. 알코올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제임스 본드, 그의 수명이 56세라는 것이었다. 영화의 원작인 소설에서 일주일에 와인 10병가량을 마시는 제임스 본드. 이는 알코올 섭취 안전 수준의 4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로 현실에서 제임스 본드와 같은 음주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암이나 우울증, 간경화,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달리는 기차 위에서 적과 싸울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본드의 유명한 대사이다. 이 대사를 통해 그의 알코올 습관을 추론 해 볼 수 있다는데 바로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다. 연구팀은 이 대사를 통해 제임스 본드의 건강상태를 분석했 는데, 만성 음주 상태인 본드가 ‘알코올 유발성 떨림 증상’을 겪어 마티니를 젓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영국의 추리작가 이안 플레밍도 잦은 음주와 흡연으로 인 한 심장병으로 56세에 사망했다고 하니 우연치고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알코올 중독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사회적인 기능 저하는 물론 가족 구성원과의 마찰도 심해져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치료 의지가 있더라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은 몸과 정신 모두를 지배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따라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일으키는데, 앞에 말한 암, 우울증, 간경화, 고혈압은 물론, 수애, 치매, 상처치료지연까지 알코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병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알코올 중독은 꼭 치료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도 부른다.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로 하여금 편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알코올 중독자본인이 직접 질환을 인정하고 전문의나 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만으로도 질환의 절반은 치료한 것이나 진배없어 말 그대로 ‘마음의 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꼭 변화할 수 있다는 의지만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