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담당하고 있고 소아 청소년기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도와줍니다. 아이들의 발달장애, 정서적인 문제, 미디어에서 많이 다뤘던 ADHD도 치료하고 있고요.
어릴 때 자주 가던 의원이 있는데, 원장님이 여자분이었어요. 그 당시로는 보기 드문경우였거든요. 그것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저에게 ‘너는 인내심이 참 많구나, 나중에 의사가 되면 잘하겠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나중에 진로를 선택할 때도 마음에 남아있더라고요. 그리고 특정 신체기관을 담당하는 것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어요.
영유아 건강검진은 성인의 건강검진과는 다릅니다. 질병의 발견을 우선으로 하는 성인의 건강검진과 달리 영유아 건강검진은 영유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에 있습니다. 저는 영유아 건강검진에 정신적인 문제가 발견된 아이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발달지연 클리닉을 통해 아동에게 필요한 검사나 진단,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있고요. 이곳에 찾아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말이 늦거나,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거나, 운동발달이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극히 일부의 경우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겪고 있는 아이가 오는 경우도 있고요.
네. 정말 드물긴 하지만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였는데요. 부모님이 여러 나라를 오가는 직업을 갖고 있었어요. 그 아이의 4번째 나라가 한국이었는데,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언어발달에 약간 문제가 있었던 아이였어요. 자폐증 증상이 약간 보이기도 했고요. 아이의 주변 환경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생긴 증상이었던 겁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이 늦은 것뿐이었고,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졌고, 놀이치료와 학습치료를 통해 아이가 금세 회복됐습니다.
아이가 돌 무렵에 걷지 못한다거나, 자연스럽게 자발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 사람 목소리에 반응을 못 하는 경우에 의심해봐야 합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결과에 따라 정밀검사를 받게 됩니다. 그땐 아이들에게 발달검사, 작업평가, 언어검사, MRI, 뇌파검사, 혈액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있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검사만 진행합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문제가 발견된 사례인데, 언어발달에 문제가 있고, 주의력이 산만했던 아이였습니다. 눈 맞춤에도 문제가 있어서, 자폐 증상도 약간 보였고요. 엄마는 첫째를 낳고, 둘째인 이 아이를 연달아 출산하면서 산후 우울증도 있었고, 갑상선 비대증도 있어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것에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과 시간을 들이지 못하고, 태블릿 PC로 동영상만 틀어놓고 있었던 거지요. 아이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좋아하니까요. 아이가 그 시기에 받았어야 하는 엄마의 관심이 줄어드니, 언어발달과 자폐 증상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놀이치료, 언어치료를 병행하고, 부모님에게도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에 대한 부모님의 태도 개선을 설득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의 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아마 3개월정도 만에 생긴 변화일 겁니다. 물론, 이 아이의 경우는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죠. 일반적으로 그렇게 빨리 차도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고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있어요. 정신적인 발달이 일어나는 영유아 시기에 적절한 처방을 한다면, 성인이 돼서 겪을 문제들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개선 효과의 차이는 상당히 큰 편입니다.
영유아의 육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줄어든 만큼,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영상을 틀어주고 전화통화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도 좋지만, 단 30분 만이라도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상호작용을 많이 해주고, 많이 놀아주고, 양육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감정상태에 따라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손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를 두지 않고 일관된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아이를 훈육할 때도 물론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체벌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밖에 없습니다. 체벌은 대개 어른들이 편하자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에겐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아이가 떼를 쓴다고 바로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단호하게 대해야 하고, 진정이 되면 그때 아이를 달래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정신과에서의 회복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은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 먼저 극복되어야 합니다. 충치가 생기면 치과에 가고, 눈을 다치면 안과에 가듯이 정신이 다쳤을 때 정신과에 온다는 개념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정신과의 진료를 받는다는 것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영유아시기엔 아이들의 주요 발달들이 이뤄지는 시기라서, 이때를 놓치게 되면 환자에게 남는 후유증은 성인의 경우보다 훨씬 큰 편입니다. 부모님들의 치료 의지가 특히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