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 온 국민을 불안감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가 다소 잠잠해졌다. 그러나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언제 또 새로운 질병이 유입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하는 최고의 방책은 면역력을 증강하는 것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면역은 최고의 의사이자 치료제”라고 말했다.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기본 입장에 따르면 건강이란 신체가 조화를 이룬 상태이고, 질병이란 그런 조화가 깨진 상태였다. 따라서 환자에게는 적극적인 치료법보다는 부드러운 치료법을 통해서 몸의 자연스러운 회복 능력을 북돋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동물 체내에서 외래성 및 내인성 이물질을 생리적으로 인식 및 배제하고 자기로서 개체특성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구의 총칭.” 이것이 면역의 사전적 의미이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외부로부터의 이물질, 세균, 바이러스 등을 상대하는 동물의 방어시스템”인 것이다. 면역물질은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어 병원균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병원균에 노출되어도 영향을 덜 받는다. 반면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의 경우는 피해 정도가 훨씬 크다.
면역이 외부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시스템이라는 것을 이미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확히, 방어시스템이 어떤 절차를 통해 우리 몸을 지켜내는지 살펴보자.
면역은 크게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선천면역과 후천적인 삶을 통해 적응하여 얻게 되는 획득면역으로 구분된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설명 참조) 우리가 ‘면역’이라 부르는 말은 사실상 이 후천면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면역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 알아야 하는 필수 단어는 ‘항원’이다. 이는 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물질, 화학물질, 병원균, 바이러스, 꽃가루 등 우리 몸에 해로운 공격자들을 지칭한다. 획득면역은 또 두 갈래로 나뉘게 되는 데, 체액 면역과 세포성 면역이 바로 그것이다.
체액 면역이란 B림프구가 항원을 인지한 후 분화되어 항체(抗體:antibody)를 분비하고, 이 항체가 주로 감염된 세균을 제거하게 된다. 항체는 체액에 존재하며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로 표기한다)이라는 당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IgG·IgM·IgA·IgD·IgE 등의 종류가 있으며, 각각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며 일부 기능이 중복되기도 한다. IgG 항체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면역을 모성 면역이라 하며, 이 때문에 태아가 출생 후 수개월 동안 잘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세포성 면역은 흉선에서 유래한 T림프구가 항원을 인지하여 림포카인(lymphokine)을 분비하거나 직접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분비된 림포카인은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식작용(균을 먹어 없애는 것)을 돕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세포성 면역은 주로 바이러스 또는 세포 내에서 자랄 수 있는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위의 원리를 이용하여, ‘면역학’의 기초를 이룬 것이 바로 E. 제너이다. 그는 이 원리를 이해하고 종두법(種痘法)을 최초로 발견한 과학자이다. 또한, 종두법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석영(池錫永)이다.
지금까지 불치병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태를 말한다. HIV에 감염되면 T림프구가 파괴되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고 각종 질환과 종양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암세포 제거방법으로 T림프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인간의 자연치유력으로 극복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어쩌면 질병 치료의 해답을 우리 몸 안에 이미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참고 : 식품과학기술대사전 2008, 모발학사전 2003
두산백과, 생명과학대사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