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_이정훈 동아사이언스 기자 감수_이기영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피해 정도가 성인보다 더욱 크다. 아이들은 직접 흡연뿐만 아니라 간접흡연, 심지어는 3차 간접흡연만으로도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3차 간접흡연은 흡연자의 몸이나 옷에서 담배 냄새를 맡거나, 담배를 피운 공간에 남아있는 냄새나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담배연기는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지지만 유해물질은 공간이나 흡연자의 몸에 남는다. 미국 UC버클리 도시환경공학과 연구팀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담배연기에서 나오는 가장 해로운 물질인 니코틴은 철 표면보다 카펫 같은 섬유와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 2~3배 더 잘 달라붙는다.

니코틴은 실내먼지에도 잘 붙는다.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담배를 피우고 21일이 지난 뒤에도 처음 양의 40%나 남아 있다. 게다가 담배를 오래 피울수록 유해물질은 차곡차곡 쌓인다.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를 오래 피운 장소의 표면에 붙어 있는 니코틴 양은 담배 한 개비를 피웠을 때 나오는 양보다 많았다. 담배연기에서 나온 유해물질은 실내 표면에 흡착됐다가 장기간 공기 중으로 다시 배출된다. 따라서 흡연자가 없어도 담배를 피웠던 장소에 있기만 하면 3차 간접흡연이 일어난다.
이기영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담배를 피울 때 흡연자의 몸, 옷 또는 폐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담배 유해물질이 흡연을 하지 않은 장소로 들어와 배출되면서 실내표면에 흡착된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담배연기는 없지만 흡연자 자체가 담배연기의 역할을 하게 된다. 흡연자들은 흔히 담배를 피운 뒤에 입에서 나는 담배냄새를 줄이려고 가글을 한다. 그러나 유해물질은 입만 헹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기영 교수의 말처럼 폐 속에 남아 있던 보이지 않는 담배연기는 장소를 옮겨도 계속 배출된다.
어른이야 담배냄새가 나면 자리를 피하거나 청소를 하면 된다. 그러나 영·유아나 아동은 능동적으로 간접흡연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3차 간접흡연에 의해 노출된 유해물질은 혈액과 조직 속으로 침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