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섭지만 필수적인 감각, 통증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종합병원에서도 ‘통증클리닉’이라고 쓰인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통증은 참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통증도 치료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졌기 때문이다. 통증은 몸의 건강을 넘어서 삶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우리가 통증이라는 감각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다.자꾸 찾아오는 통증, 늦추면 안 되는 이유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도 우리는 통증을 단순히 하나의 증상일 뿐,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한통증학회 등 학계에서는 통증이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면서,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 또는 증후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통증이 지속되어 쉽게 개선되지 않는 만성통증이 되지 않도록 예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우리 몸에는 감각수용체가 혈관과 나란히 뻗어 있는데, 외부나 내부에서 자극이 생기면 감각수용체가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꾸고, 전기신호가 뇌에 통증 정보를 전달한다. 이러한 급성통증이 해결되지 않고 3~6개월 정도를 넘어서면 통증을 전달하는 체계가 망가진다. 그러면서 통증은 심해지고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 같은 과정으로 만성통증이 생겨난다.
국제통증연구협회에서는 전 세계 성인의 20%가 만성통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통증학회에서는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만성통증을 앓고 있을 것이라 어림잡고 있다.
문제는 통증을 지속적으로 느끼면서도 치료를 제때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대한통증학회가 2011년 전국 통증클리닉을 방문하여 환자 1,06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만성통증 환자의 42.6%가 통증이 나타난 지 6개월 이상이 지난 후에야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또 1년 이상 지난 후에 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31.1%였다.
모두가 괴롭고 힘든 만성통증
물론 모든 통증을 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급성통증의 경우, 외상이나 수술 같은 외부 자극으로 발생하는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만성통증은 급성통증과 달리 하나의 질환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통증이 발생한 부위에 물리치료를 하거나 진통제 투여, 신경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통증이 오래 지속되었는데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묵히다가 만성이 된 경우에는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 여기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만성통증 치료 과정 중에 환자나 가족에게 정신적, 경제적인 부담이 가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만성통증으로 인해 지출된 비용은 2조2000억 원으로 암이나 기타 만성질환에 비해 최대 9배나 높았다고 한다.
이 같은 만성통증은 노령화 시대가 되면서 점차 더 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80% 이상이 통증을 지니고 있으며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만성통증은 몸의 고통을 넘어서 정신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만성통증 환자 중 많은 수가 수면장애, 우울증, 집중력 감소, 불안감 등을 호소한다.
이 같은 어려움이 겹쳐 만성통증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다는 대답도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 전체 만성통증 환자 중 약 50%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5~14% 정도로 나타났다. 대한통증학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만성통증 환자 중에서 약 35%가 자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기발견하면 조기치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는 통증은 신경 자체가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성통증을 신경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신경 자체에 심한 변성이 온 경우에는 통증의 원인을 제거해도 만성통증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몸의 어딘가에서 지속적으로 통증이 찾아온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때 일반 병원에서 3개월 이상 치료 받아도 효과가 없다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전신질환에 대한 검사가 가능한 종합병원 마취통증의학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검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성통증의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이나 식이요법, 운동 등을 동반하면 좋다.
<출처_ 헬스조선, 경향신문, 조선일보,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