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사로 부석사를 꼽았다. 이유를 묻자 그는 “부석사에 가보면 ‘그렇구나’ 하게 돼 있다”라고 짧게 답했다. 올해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부석사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부석사와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 그리고 달콤한 사과의 계절! 이 가을에 영주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글. 곽한나 기자 사진제공. 영주문화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혜곡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나오는 부석사 예찬처럼 부석사에 가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된다. 어떤 이유로 찾았든 마음과 감성의 두드림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석사에 올라 아스라이 넘실대는 파도처럼 은은한 음영을 지닌 소백산 자락을 보노라면 자연을 병풍처럼 펼쳐놓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무량수전을 코앞에 둔 안양루에 오르기 전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은 부석사를 즐겨 찾는 이들의 불문율이다. 그만큼 숨 막히고 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량수전과 부드러운 곡선의 배흘림기둥 역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넉넉한 힘과 위로를 선물한다. 이곳에선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삼층석탑과 석등, 부석과 조사당을 산책하듯 명상하듯 천천히 둘러볼 것을 권한다. 사계절 모두 특색 있는 아름다움이 깃든 부석사지만 부석사로 향하는 은행나무길은 가을에 꼭 찾아야 할 이유를 더한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짧지 않은 이 길은 은행나무 터널로 불릴 만큼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자 오늘날의 사립대학이라 할 수 있는 소수서원은 영주 선비 여행의 일번지라 할 수 있다. 소수(紹修)는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는다’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학문 부흥의 의지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선비 정신을 자연에 그려내듯 소나무 숲을 이룬 학자수림을 걷노라면 절로 마음이 청정해진다. 수백 년의 세월을 껴안고 선비와 학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수서원은 선비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물질이나 명예에 휘둘리지 않고 학문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한 선비 정신의 흔적은 곳곳에 묻어난다. 선비촌에서는 관람이 종료되는 저녁 시간부터 한옥 숙박도 가능하다. 당일로는 아쉬운 영주 여행이라면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청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터. 영주시 문수면의 무섬마을에도 40여 채의 고택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낙동강 물줄기의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 안고 있어 물속에 섬처럼 보이는 특별한 마을이다. 마을과 바깥세상을 잇는 현대식 수도교도 있지만 전통식 외나무다리를 직접 건너보는 것이 무섬마을 여행의 백미다.
부석사 단풍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하면 영주에서는 사과축제가 열린다. 영주에서 사과가 유명해진 이유는 전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풍부한 일조량과 소백산 남쪽의 큰 일교차 덕분이다.
타 지역에 비해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을 지녀 ‘꿀사과’로 불린다. 영주의 사과축제 기간이 되면 가을로 물든 부석사 은행나무길과 꿀사과를 맛보러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올해는 10월 28일부터 8일간 부석사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축제장 특설무대에서는 매시간 흥겨운 공연이 이어지고 사과 높이 쌓기, 사과 길게 깎기 등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유쾌한 대회와 체험들이 펼쳐진다.
올가을에는 마음을 꽉 채우는 은행나무길과 빨갛게 익은 사과가 어우러진 영주사과축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아침에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처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사과도 산지에서 신선하게 구매해보자.
부석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사과를 차와 디저트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한 젊은 부부가 차린 ‘애플빈(Applebean)’ 카페다. 부모님이 직접 재배한 사과를 이용해 정성껏 맛을 낸 수제 애플티와 애플파이를 전문으로 한다. 사과와 설탕을 졸여 만드는 일반 애플파이와 달리 당도 높은 영주 부사와 약간의 시나몬만으로 상큼한 사과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렸다. 영주에선 생강도넛으로 이름난 ‘정도너츠’도 유명하다. 20여년 전 작은 분식집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전국 가맹점이 생길 정도로 영주 대표 먹거리가 됐다.
생강도넛, 사과도넛, 인삼도넛, 보약도넛 등 다양한 종류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지만, 명불허전 알싸하고 달콤한 생강도넛이 일품이다. 막걸리 향이 그윽하게 배어 나오는 술떡을 맛보고 싶다면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 ‘순흥기지떡’을 추천한다. 멥쌀, 막걸리, 소금, 설탕의 황금 비율로 천연 발효를 거쳐 막 쪄낸 기지떡은 보들보들한 촉감과 차진 식감으로 남녀노소 누구의 입맛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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