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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건강보험 ON 글로벌

호주의
우여곡절

공·사 건강보험 정착기 

호주는 전 국민 대상의 공적 건강보험제도 ‘메디케어’를 중심으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민영보험이 국가 전체의 건강보장 체계 내에서 공적 보험의 보완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은 사뭇 다르다. 본고에서는 호주의 공적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관계 및 관련 제도의 발전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보장성이 높아지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역할 정립에 관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정성희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장

  • 호주의 건강보험 정책과
    민영보험의 발전

    호주의 건강보험 정책은 공적 보장이 강조되는가, 공·사 협력이 강조되는가에 따라 1990년대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호주의 건강보험 정책은 1990년대 이전까지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공공부문의 재정 부담 확대와 민영부분의 보장기능의 약화를 초래했다. 호주는 1975년 최초로 전 국민 대상 공적 건강보험제도인 메디뱅크를 도입했다. 그러나 1976년 노동당 정부 퇴각 이후 해체되고, 1981년 국영소유 민영건강보험회사 ‘메디뱅크 프라이빗’ 설립을 통해 자발적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1984년 호주 정부는 공공의 책임하에 전 국민에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적 건강보험제도 ‘메디케어’를 도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호주 민영보험의 경우 자발적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었던 1980년 초반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시장이 위축되었다. 특히 공적보장의 확대에 따라 재정 부담이 악화되고 민영보험에서는 건강한 가입자의 이탈로 건강위험도가 높아지면서 민영보험 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 상생 위해
    다양한 제도 도입

    1990년대 후반부터 호주는 민영보험의 가입활성화, 지속가능성 제고, 보장 기능 확대 등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효율적인 공·사 협력의 틀을 구축했다. 먼저 민영보험의 가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소득기준별 인센티브/패널티 제도를 도입했다. 인센티브제도는 1997년에 저소득자(개인소득 연간 3만 5000 호주달러, 가족소득 연간 7만 호주달러 이하)를 대상으로 민영건강보험 가입 시 보조금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1999년부터는 전체 가입자 대상으로 보험료의 30%를 돌려주는 리베이트제도로 확대 운영했다. 패널티제도는 상위소득자(개인소득 연간 5만 호주달러, 가족소득 연간 10만 호주달러 이상)*가 민영건강보험에 미가입 시 메디케어 추가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로 1997년 도입됐다.
    인센티브/패널티제도 이외에도 민영보험이 의료비를 보장하는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역선택 방지, 취약계층 보장, 의료비 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제도가 있다. 호주의 민영건강보험은 성, 연령, 건강상태와 무관하게 동일한 보험료를 적용하는 커뮤니티요율 방식이기 때문에, 특히 메디케어 도입 이후 고위험가입자에 의한 역선택 문제가 심화됐다. 이런 역선택 방지를 위해서 민영보험의 조기가입 및 지속적 유지를 독려하기 위해 2000년부터 30세 이상인 자 중에서 민영보험을 가입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만큼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도록 하는 평생건강보험보장제도(lifetime health cover loading)을 만들었다. 취약계층 보장 강화를 위해서는 보험회사별로 55세 이상 고령자 대상 고액 청구 비중에 따라 기금을 차등 지원하는 위험평준신탁기금 제도를 도입했다. 기금은 보험회사로부터 각출하며 보험회사별 55세 이상 가입자를 5세별로 7개 연령군으로 분류하고, 각 연령군의 고액청구 통계**를 연령군별 가중치를 적용하여 보험회사별로 지원금을 산출한다. 이외에도 의료인은 보험회사와 사전 계약에 의한 합의를 통해 정해진 수가를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민영보험에 의한 의료비 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의료인은 일반적으로 호주 연방정부가 제시한 메디케어급여수가표(MBS:Medicare Benefit Schedule) 이상의 진료비를 적용할 경우 진료 전에 환자에서 사유 설명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호주의 건강보험 관련 정책과 민영건강보험 가입자 수 추이>

1975년:보편적건강보험제도(메디뱅크) 도입, 1981년:자발적 건강보험제도 도입, 1984년:세금재원의 보편적 건강보험제도(메디케어) 도입, 1997년:민영건강보험 고소득미가입자 건보료 추정, 1997년:민영건강보험 저소득 가입자 보조금지원, 1999년:민영건강보험가입자 리베이트(보험료 30%), 2005년:민영건강보험 고령가입자 리베이트 상향, 2007년:민영건강보험법 제정
자료 : PHIAC(2015). “Competition in the Australian Private Health Insurance Market” 참고하여 재구성함
  • 민영건강보험 관련
    별도 법 마련

    호주는 이러한 민영건강보험 관련 제도들을 종합하여 민영건강보험법이라는 별도의 개별법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민영건강보험법 제정 목적은 ①국민들에게 민영건강보험 가입을 유인하는 제도 도입, ②민영건강보험상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규칙 정립에 있다. 민영건강보험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항목 1에서는 민영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항목 2에서는 민영건강보험을 조기에 가입하지 않은 자에 대해 보험료를 할증하는 평생건강보장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30세 이상인 자가 최초로 병원의료비 보장(Hospital cover) 민영상품에 가입하거나 30세가 된 이후에 일정 기간 동안 이 상품을 유지하지 않는 경우 보험료를 증액한다. 항목 3, 3A, 4. 5에서는 건강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 확대를 위해 부당한 차별(가입, 보험료, 보장급부)을 금지하는 사항과 보장범위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다. 항목 6에서는 민영건강보험을 규제하며 정부에 관련 통계 정보 제공 및 자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법정 독립 기구로서 민영건강보험관리위원회(PHIAC:Private Health Insurance Administration Council)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항목 7에서는 건강 취약 계층에 대한 보장 확대를 위해 필요한 위험 평준화 기금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 공적 보장 중심으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이렇듯 호주는 1990년까지 전 국민 대상 공적 건강보험제도인 메드뱅크(1974년), 메디뱅크 프라이빗(1981년), 공적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어(1984년)을 설립하는 등 건강보장에 있어 공적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다.
    현재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 효율적인 건강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공적 부문과 사적 부문이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공적 건강보장 체제는 공공병원을 통한 무상진료 제공, 전 국민에 대한 공적 건강보장 제공 등 보편적인 접근성과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하고, 민영건강보험은 공보험인 메디케어가 보상하지 않는 진료비를 보장한다.
    우리나라도 공적 보험과 민영보험의 역할 분담 체계를 보다 명확히 하고, 공적 보장을 중심으로 민영보험이 국가 건강보장 체계 전체의 효율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 2012년 기준 연간 개인소득 8만 호주달러 이상, 가족소득 16만 호주달러 이상인 경우
  • ** 1년 동안 35일 이상 입원치료, 연간 5만 달러 이상 의료비가 발생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