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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세계유산 답사기
전통을 숨 쉬며
그곳에는 사람이 산다
하회마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변, 수백 년 역사를 품은 하회마을이 있다.
정갈하게 보존되어 온 전통적 건축물들과 가치 있는 무형의 문화재, 그리고 현대의 삶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룬 공간에는 지금 이 순간도 시대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하회마을로 간다.

낙동강이 품은 고즈넉한 옛 마을

무려 600년이다. 풍산 류 씨 가문이 이곳에 뿌리 내리고 산 세월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자 서애 류성룡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 하회마을은 고건축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사방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역력하다.
긴 세월이 무색하게 보존이 잘 된 기와집과 초가집은 온화한 낙동강과 이웃하고 있는데, 하회(河回)라는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됐다.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까닭. 주차장에서 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1㎞ 길이의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좀 더 제대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낯섦은 금세 사그라지고 산과 강에 폭 안긴 마을에 혹 하고 마음을 빼앗기기 마련. 그러니 하회마을과의 인상적인 첫 만남을 기대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셔틀버스보다 걷는 편이 더 제대로다. 15분 남짓 걸으면 드디어 마을 입구다. 담벼락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이제 막 순을 틔우기 시작한 텃밭에는 이번 봄 어떤 열매가 영글까. 낮은 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을 깊숙이 발을 들일수록 궁금증은 짙어만 진다. 백미는 역시 조선시대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한옥들이다. 마을의 127개 가옥 가운데 12개 가옥이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적인 생활공간과 관광을 위해 개방된 공간은 별도로 구분된다.

전통과 현대의 기분 좋은 공존

하회마을의 집들은 마을 중앙의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우리나라 마을 집들이 정남향 또는 동남향인 것과 달리 집터가 자리 잡은 방위가 일정하지 않다. 또한 큰 기와집을 중심으로 초가들이 원형으로 모인 것도 특징적이다. 그만큼 걷는 재미가 있다. 모퉁이를 지나면 어떤 길이 이어질지, 어떤 집이 나타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매 순간이 흥미롭다. 또 한 가지, 150여 가구가 전통을 전승하며 생활하고 있는 자연마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열린 문 너머 보이는 집안에는 주인장의 흔적이 역력하다. 반들반들 윤이 나게 잘 닦인 마루에는 조간신문이 가지런하고, 어딘가에서 밥 뜸 드는 냄새도 나는 듯하다. 무쇠 가마솥과 전기밥솥이, 창호지 바른 문너머 텔레비전이 공존하는 공간. 그렇다. 하회마을에는 여전히 삶이 이어지고 있다. 온전한 조선시대 풍경을 기대했던 누군가는 이게 과연 전통이 맞느냐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바로 여기에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가 숨어있다. 박제된 전통과는 비교 불가한 살아 있는 유산의 가치는 꽤 큰 편. 원래 집이라는 건 그 안에 사람의 삶과 온기가 담겨야 의미가 살아나는 법이다.

조선시대 풍경과 요즘 시대의 삶이 절묘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골목을 거닐다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천연기념물 제473호로 지정된 만송정 솔숲까지 걸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경암 류운룡 선생이 젊은 시절에 조성한 것으로 풍수지리적으로 마을 서쪽 땅의 기가 약해 이를 보완하고자 심은 비보림이다.

여전히 등등한 조선시대 고택

마을 전체가 ‘한국의 역사마을’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만큼 볼거리는 발견하기 나름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터라 하회마을에 대해 미리 알고 간다면 즐거움이 더욱 풍성해질 터. 그 중에서도 풍산 류 씨 겸암파의 대종택으로 보물 제306호인 양진당은 건축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 꼭 들러야 할 명소다. 15세기 무렵에 지어져 여러 대에 걸쳐 지어진 흔적이 남아있는데, 사랑채는 고려시대의 건축양식을, 안채는 조선의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종택답게 밖에서 보더라도 웅장함이 느껴지는 규모. 지금도 이곳 사랑채에서 문중 모임이 이루어진다.
또 하나의 보물인 충효당은 17세기에 지어진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으로 평생을 청렴하게 지낸 선생이 삼간초옥에서 별세한 후 그의 손자와 제자들이 생전의 학덕을 추모하고자 지은 것이다. 류성룡이 평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고 강조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으며, 바깥마당으로 가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방문기념식수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하회마을에는 과거 아흔아홉 칸 집으로 불리었던 북촌댁, 조선 정종 21년에 지은 남촌댁, 풍산 류 씨 귀촌파의 종가집인 귀촌고택 등 전통 고택이 여러 채다. 또한 정자, 정사, 서원 등 전통 건축물들도 다양해 조선시대의 사회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

숲과 바위와 강이 어우러진 풍경

고택의 웅장함과 나란히 자리 잡은 초가의 풍경은 소박하고 정겹다. 볏짚을 엮어 얹은 지붕이며,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더미, 까치발을 하면 안이 들여다보일 만큼 낮은 돌담은 물론 주인이 있는 것. 조선시대 풍경과 요즘 시대의 삶이 절묘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골목을 거닐다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천연기념물 제473호로 지정된 만송정 솔숲까지 걸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경암 류운룡 선생이 젊은 시절에 조성한 것으로 풍수지리적으로 마을 서쪽 땅의 기가 약해 이를 보완하고자 심은 비보림이다. 이곳에서는 하회마을의 또 다른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바로 맞은편에 가파르게 솟은 부용대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조화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한 눈에 담긴다.
만약 강 건너 부용대로 가고 싶다면 선착장에서 배를 이용할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조금 고되도 하회마을 전체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가치는 충분하다. 시간을 잠시 잊고 느린 걸음으로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 600년의 전통을 오롯이 음미하고 싶어지는 하회마을이다.

함께 즐길 거리
안동의
정취 가득
대표 여행지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
1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

전시관과 전승관의 역할을 겸하는 곳으로, 수백 년 전통의 안동소주 제조과정부터 유래, 한국의 민속주 종류, 술의 계보, 시대별 제조기구에 이르기까지 관련 자료 2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안동소주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과 시음장도 마련돼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과 안동의 향토음식을 소개하는 전통음식박물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위치: 경북 안동시 강남로 71-1
문의: 054-858-4541

이육사문학관
2 이육사문학관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슬픔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한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 선생의 기록과 자료를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이육사의 발자취와 문학작품, 출판물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육사의 생애·문학·독립운동을 테마로 하는 북카페 ‘노랑나븨’와 틈틈이 열리는 작가초청 기획전 등 문화공간도 알차다. 전시관 뒤쪽으로 가면 복원된 생가도 만나볼 수 있다.
위치: 경북 안동시 백운로 525
문의: 054-852-7337

하회세계탈박물관
3 하회세계탈박물관

하회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는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사용되는 탈을 비롯해 국내·외 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은 크게 한국관, 아시아관, 세계관, 특별전시관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한국관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된 13종류와 지방문화재 2종류, 각 지역별 대표 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각 탈과 공연내용 설명을 함께 볼 수 있어 탈놀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위치: 경북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206
문의: 054-853-2288

병산서원
4 병산서원

서애 류성룡과 그의 셋째 아들 류진을 배향한 사당으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 중 하나다. 서원 앞의 화산이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해 ‘병산(屛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서원 안에는 대강당 역할을 하던 만대루와 위패를 모신 존덕사, 학생들이 강의를 듣던 입교당, 책을 인쇄하던 장판각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만대루는 직접 올라가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백미로 손 꼽힌다.
위치: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길 386
문의: 054-858-5929

도산서원
5 도산서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제자들이 건립한 서원이다. 퇴계가 생전에 성리학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도산서당 영역과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선비의 자세를 반영하듯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검소한 건축물들이 특징이다. 이곳에는 현재 4천 권이 넘는 장서와 장판 및 이황의 유품이 남아 있다.
위치: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길 154
문의: 054-856-1073

한국의 세계유산
  • 9월) 해인사 장경판전
  • 10월) 남한산성
  • 11월) 백제역사유적지구
  • 12월) 수원화성
  • 1월) 종묘
  • 2월) 조선왕릉
  • 3월) 하회마을
  • 4월) 경주역사지구
  • 5월) 강화 고인돌 유적
  • 6월) 창덕궁
  • 7월) 석굴암과 불국사
  • 8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글 : 정은주 기자 사진제공 : 하회마을보존회, 안동축제관광재단
사진제공 :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 이육사문학관, 하회세계탈박물관, 안동축제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