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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즐거운 만남
최현석 셰프 이미지
셰프는 음식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사람 셰프 최현석

대중들에게 최현석 셰프는 ‘허세 셰프’ 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미지를 통해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방송에서 우리는 그의 진짜 모습을 못 본 것일지 모른다.
방송에서와 달리 주방에 자리 잡은 그의 모습에서 허세기란 찾아볼 수 없었다. 칼질의 기본과 깔끔한 정리정돈 등 기본을 중시 여기는 그를 통해 좋은 요리란 무엇인지, 나아가 좋은 셰프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근황

Q. 최근 각종 방송은 물론, 셰프로서 또 교육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을 알려주세요.

요즘 방송을 많이 줄였어요. 강아지 한 마리 입양해서 잘 사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있고, 그 외에는 온종일 주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요. 방송을 하며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지만 방송에 매진하다보면 정작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정체성이 흐려지더라고요. 이번에 ‘쵸이닷’ 이라는 제 레스토랑을 오픈한 만큼 본업에 더 충실하고 싶었어요. 요리를 시작한 지 22년 만에 오너 셰프가 됐네요. 지금은 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레스토랑 오픈 후 메뉴를 총 세 번 바꿨는데 반응이 좋아서 즐거워요. 저희 레스토랑은 메뉴 개발을 거의 저 혼자 해요. 셰프라면 꾸준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윤종신 형님이 ‘월간 윤종신’을 계속 내는 것처럼요.(웃음)

Q. <개밥 주는 남자>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반려견 뚜이도 잘 지내고 있나요? 뚜이가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해 주세요.

뚜이를 입양하기 전까지는 정말 삭막하게 살았어요. 일만했죠. 집에 들어가면 피곤해 잠자기 바빴고요. 그러던 중 뚜이가 저희 집에 왔고, 지금은 뚜이 핑계로 산책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집 밖의 풍경이 참 좋더라고요. 뚜이가 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말이죠. 산책하면서 집 근처 개울에 물이 흐르고, 철마다 나무 색깔이 바뀐다는 걸 알았어요. 반려견 덕분에 많이 웃고, 많이 느끼는 요즘이죠. 딱딱했던 심장이 뚜이 덕분에 말랑말랑해졌달까요. 오늘도 같이 운동하고 왔어요. 워낙 뛰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서 많이 운동하는게 뚜이한테 좋다고 하더라고요.

셰프 최현석

Q. 처음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셨을 때 이야기도 궁금해요. 언제 처음 요리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셨나요?

저는 ‘요리사가 될 거야!’ 결심하고 꾸준히 준비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꿈을 키우고 선택할 상황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흘러간 거예요. 집안 사람들 모두가 요리사거든요. 아버지, 어머니, 형 모두요. 저도 요리 말고는 밥벌이 할 수 있는 재주가 특별히 없더라고요. 요리하는 부모님과 형을 보면서, ‘아 나도 요리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시절 방학 때 아버지가 일하시던 호텔에 종종 놀러가곤 했는데, 센트럴 키친에서 아버지 요리모자를 써보곤 했어요. 그 때는 ‘설마 나는 이 모자 쓰고 평생 살지는 않겠지’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웃음)

Q. 셰프님 덕분에 요즘 요리 꿈나무들이 상당히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요리사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는 거예요. 저한테 많이 묻거든요. 요리사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런데 요리사가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은 아니잖아요. 요리를 하면 누구나 요리사예요. 다만, 어떤 셰프가 되고 싶은지가 중요하죠.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고 즐기라고 이야기 합니다. 요리가 정말 재미있어요. 하지만 이 직업을 택하면서 버려야 할 것들이 있어요. 남들이 행복한 시간에 우리는 가장 바쁘니까요. 두 마리 토끼를 다 가질 수는 없죠. 어느 정도 내 시간을 내어 줄 각오를 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통해 얻는 기쁨은 아주 크죠.

최현석 셰프 이미지

예전에는 ‘건강관리’ 라고 하면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이제는 스트레스 관리,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정신적으로 아픈 건 답이 없잖아요.
뚜이와 함께 지내고 나서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어요.

최현석 셰프 이미지

Q. 요리사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원칙이요. 제 스승님은 피곤할 정도로 원칙주의자셨어요. 요리 하다가 과정이 꼬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죠. 그렇게 원칙을 지킨 요리가 접시에 담겨 손님한테 나가는 거죠. 결국 셰프는 접시에 자신의 자존심을 담는 거예요. 최고의 음식을 담으면 그 사람이 최고의 셰프이고, 재료나 맛에 있어 수준 이하의 음식을 담으면 그 셰프는 그런 사람인 거죠.

Q. 요리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제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레시피를 많이 아는 게 셰프의 덕목은 아니다.’ 라는 거요. 진짜 힘은 기본에 있어요. 학교 다니는 2년 동안 칼질과 정리정돈, 이 두 가지 습관만 잘 들이고 나오면 됩니다. 레시피는 나중에 취업하면 많이 알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습관은 한 번 들이면 평생 가요. 좋은 습관은 그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인도합니다. 어떤 레시피도 내 것이 될 수는 없어요.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요. 하지만 좋은 기본기는 완벽한 본인의 것이에요. 기본기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보면 돼요.

Q. 주방에서 셰프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은 무엇인가요?

‘체크하고, 먹어봐라.’ 요리를 하다보면 늘 만들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맛을 보지 않고 손님에게 바로 나갈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음식을 맛보지 않는 건 요리 앞에서 가장 교만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요리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해요. 여기서 또 강조하는 게 결국 기본인데, 프로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퍼포먼스가 있지만 그 퍼포먼스 역시 기본을 다 갖춰놓은 상태에서 구현할 수 있는 거예요.

건강관리

Q. 워낙 바쁘시니 건강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건강관리’ 라고 하면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음식 조절하는 게 건강관리의 전부인 줄 알았죠. 그런데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는 스트레스 관리,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정신적으로 아픈 건 답이 없잖아요. 뚜이와 함께 지내고 나서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어요. 산책이 정말 좋더라고요. 산책을 통해 흐르는 물도, 시원한 바람도 느끼면서 불면증이 없어졌어요. 천천히 걷다보니 심장도 여유를 찾고 천천히 뛰더라고요.

Q. 평소 즐기는 취미는 무엇인지요? 혹은 최근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야구를 좋아해요. 사회인 야구도 오랫동안 했어요. 그리고 피규어 모으는 것도 좋아하는데 요즘 새롭게 아이언맨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고전물은 팔고 그 돈으로 아이언맨을 수집하고 있죠.(웃음) 뚜이랑 함께하는 ‘독(dog) 스포츠’도 최근 재미를 들인 취미에요. 뛰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 굉장히 즐거워해요. 시베리안 허스키 종이라서 한 번은 눈썰매 끄는 연습을 했는데 제대로 잘하던데요.(웃음)

Q.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는 대중들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레스토랑이 겨울 메뉴로 바뀐 지 딱 보름 됐어요. 이제 봄 메뉴를 고민하고 있어요. 다음에도 더 나은 결과물을 선보이고 싶어요.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뚜이랑 썰매대회에 나가보고 싶습니다.(웃음)

글 : 황정은 기자
사진 : 안용길(dot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