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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세계유산 답사기
판전전경 가을사진(하지권작가)
해인사 장경판전 고려인의 얼이
과학과 종교와 만나
현재를 비추다

팔만대장경은 잘 알아도 장경판전은 생소한 이가 많다. ‘장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집대성한 대장경을 말하고 ‘판전’은 대장경을 새긴 나무판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집을 의미한다.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은 바로 이 팔만대장경 판목을 보관하고 있는 집이다. 건물 자체가 스스로 숨을 쉬는 곳,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팔만대장경을 흠집 하나 없이 오롯이 지켜낸 초정밀 과학 시스템의 결정판.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해인사 ‘장경판전’이 고려인의 성실과 얼로 오늘날의 우리를 비춘다.

5단선반사진(하지권작가)
잔잔한 바다 위의 명상, 해인사(海印寺)

가야산 중턱에 위치한 해인사의 명칭은 <화엄경>에 나오는 ‘해인삼매(海印三昧)’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해인삼매란 ‘잔잔한 바다 위의 명상’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잎이 물결처럼 물든 가을날, 가야산에 올라 고래 등같은 해인사 장경판전을 내려보노라면 시나브로 마음에 여백과 평온함이 찾아든다. 거창한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정한 기운으로 마음의 때를 씻고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기에 더없이 좋다. 해인사에는 무려 두 개의 문화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고려대장경’과 이를 보관하는 ‘장경판전’이다. 장경판전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팔만대장경은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것이 다르다.

꾸밈없고 간결한 과학적 아름다움, 장경판전

겉으로 보이는 장경판전은 무척 단순하고 평범해 보인다. 화려한 단청도, 기교도 찾기 어렵다. 자연석을 가공하지 않고 주춧돌로 사용한 덤벙주초 위에 은은한 배흘림 기둥이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곳이 보존 과학의 결정체를 이루는 매우 간결하고 주도면밀한 건물이라고 말한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 직사광선의 차단, 원활한 통풍과 환기 등 목조로 만든 대장경판을 보존하기 위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해인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남향으로 위치한 장경판전은 사계절 햇빛을 두루 받는다. 이로써 나무가 눅눅해지거나 썩는 일이 없고, 이끼나 곰팡이는 물론 해충의 번식도 차단한다. 긴 통로를 사이에 두고 5단 선반 위에 빼곡하게 끼워진 대장경판은 통로와 경판 위로부터 경판 사이사이에 이르기까지 공기가 자연스레 순환할 수 있다. 석회와 숯, 소금을 겹겹이 다진 후 황토로 마감한 바닥 역시 무더운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한 겨울에는 머금고 있던 습기를 내뿜는다. 자연과 조화를 이뤄 꾸밈은 사라지고 실용이 낳은 디자인이 바로 장경판전의 묘미,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서 더 아름답다.

완성된 지 75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아무런 손상 없이 바로 어제 만든 듯 생생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경이로움을 갖게 한다.

경판클로즈업1(안홍범작가)
경판클로즈업2(안홍범작가), 해인사 가을 전경(하지권작가), 해인사 스님 사진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걸작, 팔만대장경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는 8만 1,352판으로 경판에 새겨진 글자 수만 자그마치 5,200만 자에 달한다. 판의 수로 따지면 나무 1만 5,000그루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차곡차곡 쌓인 경판의 길이는 3.2Km에 이르고, 경판을 한 줄로 연결하면 60Km가 넘는다. 서울에서 수원 화성까지 왕복 가능한 거리다. 그 무게는 8톤 대형 트럭 35대 분량이다.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단 한 자의 오자나 탈자도 없는 5,200만 자의 불경은 마치 한 사람이 새긴 것처럼 유려한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팔만대장경이 규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판으로 꼽히는 이유다.
완성된 지 75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아무런 손상 없이 바로 어제 만든 듯 생생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경이로움을 갖게 한다.

평범함 속의 비범함, 장경판전에 숨은 비밀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장경 보관용으로 지어진 장경판전은 해인사에 남아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됐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해인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화마의 공격을 받았는데 유독 장경판전만이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실로 팔만대장경을 만든 강력하고 신실한 불심(佛心)이 장경판전을 보호하기 때문일까. 여기에는 화재를 대비한 선조들의 지혜가 들어 있다. 장경판전이 주변 건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훨씬 높은 곳에 지어져 있는 데다, 사방으로 설치된 큰 담장은 바람을 타고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장경판전을 받드는 총 108개의 기둥 수에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겼다. 이른바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를 가리키는 것이다. 마음의 갈등을 뜻하는 번뇌는 곧 자아를 반성하고 살핌으로써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삶의 표면에서 현실과 바람의 기로에 선 그대, 흔들리는 마음을 말끔하게 정돈하고 싶다면 가을의 문턱에서 해인사 장경판전을 찾아가 볼 일이다.

한눈에 보는
합천 주변 볼거리 & 즐길 거리

자연과 역사, 문화가 흐르는 매력적인 합천에서 지친 몸을 씻고 마음을 충전하자.

해인사 템플스테이
1 해인사 템플스테이

참된 ‘나’를 찾아가는 시간. 자연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다. 전통사찰의 예절과 수행법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뉘며, 개인이나 단체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해인사 포교국 055-934-3110
http://haeinsa.or.kr/home/t_index.php

오도산자연휴양림
2 오도산자연휴양림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와 남쪽으로 합천호와 인접해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산 깊은 계곡에서 연중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과 산새 소리가 정겹다. 등산로, 산책로, 숲 속의 집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계곡물 주변으로 야영데크 81개소가 설치돼 캠핑이 가능하다.
문의: 055-930-3733
http://ohdosan.hc.go.kr

합천호 둘레길
3 합천호 둘레길

합천호는 합천댐으로 인해 생겨난 인공 호수로 가을이면 합천호 둘레길에 울긋불긋한 단풍의 향연이 펼쳐진다. 합천댐을 지나 거창으로 이어지는 40km의 호반도로는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붕어찜과 빙어 같은 특산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문의: 055-933-5901

합천영상테마파크
4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는 <밀정> <암살> <해어화> 등 190편의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 각종 영상 작품이 촬영된 촬영 세트장으로 국내 테마파크 1번지로 불린다. 일제강점기와 1980년 대 서울의 모습을 정교하게 재현해 세대를 아우르는 시간여행을 선물한다.
문의: 055-930-3744

영암사지
5 영암사지

합천 황매산 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영암사지는 기암절벽과 자연이 어우러진 통일신라 시대의 절터이다. 쌍사자석등과 삼층석탑, 귀부 등 보물 3점이 있다. 특히 쌍사자석등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문의: 055-930-3175

한국의 세계유산
  • 9월) 해인사 장경판전
  • 10월) 남한산성
  • 11월) 백제역사유적지구
  • 12월) 수원화성
  • 1월) 종묘
  • 2월) 조선왕릉
  • 3월) 하회마을
  • 4월) 경주역사지구
  • 5월) 강화 고인돌 유적
  • 6월) 창덕궁
  • 7월) 석굴암과 불국사
  • 8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글 : 곽한나 기자
사진제공 : 안홍범, 하지권, 해인사, 해인사대장경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