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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식탁의 인문학
집밥과 혼밥의 탄생
그림. 팡세나

밥은 있지만 ‘집밥’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밥을 먹는 것을 엄두도 못 내던 시절에는 모든 밥을 집에서 먹었을 텐데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맞는 말이다. 물론 정확하게는 ‘집밥’이란 말이 없었다고 해야겠지만.
남자가 없으면 여자란 말이 굳이 필요 없는 것처럼 밥은 당연히 집밥이니 ‘집밥’이란 말로 따로 부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홀연히 ‘집밥’이란 말이 생겨나더니 곧이어 ‘혼밥’이란 말까지 자연스럽게 쓰이게 되었다. 말이란 것이 삶을 반영하는 것이니 그 사이에 우리의 삶에 뭔가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쌀과 밥, 다른 말이 없다?

쌀과 마찬가지로 밥은 전혀 다른 말이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니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쓰이는 말인데 오로지 ‘쌀’과 ‘밥’만이 확인된다. 쌀이 다른 말과 결합되면 ‘햅쌀, 찹쌀, 좁쌀’처럼 본래 없었던 ‘ㅂ’이 생겨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쌀’이 본래 ‘브살’처럼 발음되던 시절의 흔적일 뿐이다. 흰 쌀밥을 ‘이팝’이라고 하는 지역도 있는데 이 역시 ‘밥’의 문제가 아니라 앞에 있는 ‘이’가 ‘ㅎ’받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발음되는 것이다.

이제는 사라진 말, 고봉밥과 곁밥

밥의 다른 말이 전혀 발견되지 않지만 이것과 결합되는 여러 말들은 세월의 흐름을 잘 말해준다. 지금보다 두세 배는 커 보이는 밥그릇에 밥으로 봉우리를 올린 ‘고봉밥’은 사라진 지 오래다. 탄수화물이 온갖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니 고봉밥을 지금도 먹는 사람이 있다면 병원 신세를 더 자주 질지도 모른다. 들일을 하더라도 배달해 주는 짜장면과 커피를 마시는 세상이니 새참의 다른 말인 ‘곁밥’은 이제는 아는 이가 없다. 밥이 없는 밥상마저 흔히 보이는 현실이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리움이 ‘집밥’을 낳았다

그런데 없던 밥이 새로 생겨났으니 ‘집밥’이 바로 그것이다. ‘집밥’의 반대말을 굳이 찾자면 ‘식당밥’일 것이다. 집을 떠나 사는 사람이 많아졌고, 집밖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다 보니 식당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 그 밥을 콕 집어서 ‘식당밥’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그저 밥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와 아내가 해 주는 밥의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온갖 조미료의 자극적인 맛 대신 심심하지만 정성이 깃든 그 밥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그 그리움이 ‘집밥’이란 말을 탄생시킨 것이다.

집밥과 혼밥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는 인공조미료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집밥의 건강함이 부각된 것이다.

혼자 밥 먹는 사람 늘어 ‘혼밥’ 탄생

‘혼밥’ 또한 새로 생겨난 밥이다. 언어적으로 본다면 ‘혼밥’은 매우 이상한 말이다. ‘혼자 먹는 밥’이 줄어든 말인데 이런 식으로 말을 줄이는 것은 요즘에 와서나 가능해진 조어법이다. 옛날 사람이 들으면 조어법뿐만 아니라 이 말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식구’가 본래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란 의미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밥은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다. 가족이 없다면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제대로 된 밥상을 차리게 되니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1인가정이 늘고 개인주의가 일상화되다 보니 혼자 밥을 먹게 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고 그것이 ‘혼밥’이란 말을 탄생시킨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 반영

집밥과 혼밥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당밥을 굳이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윤이 우선인 식당에서 주부의 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는 인공조미료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집밥의 건강함이 부각된 것이다. 밥, 국, 찌개, 밑반찬에 주된 요리가 최소 하나쯤은 보태져야 정상적인 상차림이 되는데 혼자 먹는 사람이 이렇게 먹을 리가 없으니 혼밥은 영양과 균형이 의심이 된다. 집밥이 그리움의 대상이자 건강식으로 대접받는 이유, 혼밥이 서글플 뿐만 아니라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밥과 혼밥, 같은 여건이 되면 사라질 말

할 수만 있다면 집밥을 먹고, 어떻게든 혼밥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도 머지않아 고리타분한 말로 들릴 것이다. 집밖에서 혼자 먹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난다면 그 속에서 건강과 기쁨을 찾는 것이 순리다. 집밥과 같은 밥을 혼자 먹어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여건이 된다면 머잖아 ‘집밥’과 ‘혼밥’이란 말도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삶을 반영하는 말이다.

쉽고 간편하고 맛있는
혼밥 레시피
새우볶음밥
새우볶음밥 이미지
RECIPE
재료(1인분 기준)
밥 1공기, 칵테일 새우 5~8마리, 대파 약간, 달걀 1개, 양파 1/4개, 당근 약간, 애호박 약간, 완두콩1큰 술, 옥수수 콘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 달걀 양념 : 맛술 1/2큰술,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 양념 : 굴 소스 1/2큰술, 간장 1/2큰술,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① 양파와 당근 호박은 잘게 다지고, 대파는 반을 갈라 송송 썰어 준비한다.
  2. ② 달걀에 대파, 옥수수콘에 맛술, 소금, 후추를 넣고 섞은 후 스크램블한다.
  3. ③ 팬에 식용유를 적당히 두른 후 다진 채소와 새우, 다진마늘을 넣고 볶는다.
  4. ④ 밥을 넣고 굴소스, 간장,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잘 섞어 스크램블과 함께 그릇에 담아낸다.
나만의 색을 입힌 컬러링 레시피 새우볶음밥을 예쁘게 채색해 보내주세요! [컬러링 레시피 이벤트] <식탁의 인문학>에서는 독자참여 컬러링 레시피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나만의 색을 입힌 예쁜 컬러링 레시피를 촬영해 보내주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사진마감 : 2017년 9월 15일 •보내실 곳 : webzine@nhis.or.kr (사진은 1MB 이상의 크기로 보내주세요. 보내실 때에는 성함,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꼭! 적어 보내주세요.)
글 : 한성우(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