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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40년 발자취, 100년을 향한 길을 열다

건강보험 40년사 편찬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0주년을 맞아 역사서를 발간한다. 이로써 그 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발전된 제도 운영을 모색할 계획. 발간 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고견을 보태고 있는 박병태 연구원을 만나 건강보험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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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 증진과 역사를 함께한 건강보험

역사는 기록될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단순한 축적을 넘어 더 나은 방향으로 연결될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때문에 올바른 시각과 왜곡 없는 기록은 아주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 40년 통사 편찬에서 실무 자문을 맡은 박병태 연구원도 이 부분에 가장 주목한다. 40이라는 숫자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진짜 의미가 있는 까닭이다. 차근차근 가치 있는 역사를 담아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40년 역사 안에는 기억해야 할 굵직한 이슈가 여럿이다. 의료보험법 제정부터 직장 의료보험제도 실시, 1989년 제정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을 적용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는 역사로 기록된다. 또한 2000년 7월 1일에는 보험자와 심사평가 기관의 분리, 의약 분업이 현실화 되면서 보장성과 보험자 역량이 강화됐다.
“의료보험 확대 과정에서 관리하는 조직이 각각 만들어졌고, 조합의 규모가 독자적으로 이끌기에는 작다고 판단돼 규모의 경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현재의 통합방식이 갖추어진 과정인데요. 핵심은 국민의 연대원리입니다.
능력에 비례해 부담하되 진료는 동일하게 받는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관리운영비용이 2% 안팎으로 낮춰졌습니다.
물론 관료화, 획일화 같은 단점도 있지만 우리같이 크지 않은 나라에서 통합방식이 운영하기에 낫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공단에 근무한 탓에 박병태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 40년 통사편찬 실무 자문으로서의 소회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건강보험 시행 이후 처음 만들어지는 통사라는 점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이 클수밖에 없을 터. 40년 세월 하나하나를 700페이지 책에 모두 담기는 어렵겠지만, 훗날 초기 건강보험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그는 요즘 행복한 고민을 달고 지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중심으로, 중립적 입장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동안 제도적 굴곡과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자료 축적이 부실했던점이 아쉬운데요. 때문에 40년 통사는 기초 자료로서의 의미가 더욱 큽니다. 그러한 기조 하에 입안부터 전 국민 건강보험이 된 과정, 관리운영체제, 현재의 이야기까지 전체를 담을 거고요. 사사외에 별책으로 자격부과, 징수, 급여 같은 제도별 변천사도 다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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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기록으로 생명을 얻은 역사의 가치

사회복지란 국가와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짧은 시간에 세계적 주목을 받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마찬가지. 서로의 동참과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우선 정부의 강한 시행 의지가 있었어요. 그리고 국민, 기업, 국민건강보험 직원 모두가 대국적 차원의 제도 실현을 위해 조금씩 양보를 했고요. 물론 기득권 집단의 희생도 있었죠. 국민소득이 1천불에 지나지 않던 시대지만,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 한 노력들이 모아진 아름다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현실에 만족해 안주하려는 태도는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냉철한 시각으로 더 옳은 방향을 꾸준히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병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건강보험의 자부심. 박병태 연구원은 그 밝은 이면에 분명 존재하는 그림자도 똑똑히 마주 보아야 한다고 피력한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약 63%로 해마다 보험급여 항목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국민이 요구하는 보장성에 미치지 못한다. 비급여 부분이 커지기 때문인데, 이러한 비급여를 어떻게 제도권안으로 흡수해 적정하게 운영할지가 앞으로의 큰 과제라는 것이다.
“OECD 국가의 평균 보장성이 80%인데 비해 우리는 낮은 편이죠. 수가의 적절한 협약이나 약 사용에 관한 것들을 함께 고민해야합니다. 또한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작 당시 시대상에 맞춘 체계이기 때문에 현재 국민들의 생각과 수준에는 맞지 않아요. 연간 7천만 건 발생하는 보험료 민원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박병태 연구원은 제도 전체를 관장하는 공단으로서 국가에 대한 책임감, 국민에 대한 의무감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에 대한 시작점은 직원 개개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건강보험의 리더로서 사명감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야 합니다. 쉽게 말해 안하면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게 바로 사명감인데요. 거창한 것에만 눈을 돌릴 게 아니라 작은 부분부터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합니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발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겁니다. 우리가 누리는 건강보험이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과 관여하는 사람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길 기록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글 : 정은주 기자
사진 : 최병준 (Mage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