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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요즘도 손편지 쓰나요?

         펜팔을 기억하나요?  권성현 (대구시 동구)


              중학교에 입학하고 2년간 해외펜팔을 했었다. 당시 청소년 잡지나 대중가요 책 뒤에는 5000원 정도의 입회비를 내면 원하는 나라의 해외친구를 소개해 준다는 광고가 많았다. 심심하던 차에 영어공부도 하고 펜팔친구도 사귀면 좋겠다 싶어, 원하는 국가를 미국, 영국 등 영어권으로 골라 펜팔 신청을 했다. 드디어 필기체가 화려한 편지가 도착했고 그 안에는 큰 개를 끌어안고서 밝게 웃는 외국 친구의 사진도 있었다. 그 시절 나의 영어실력은 그야말로 초라했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펜팔교본 책부터 구입했고 열심히 문구를 베끼고, 사전을 뒤적거리며 밤을 새다시피 해 편지 한 장을 완성했다. 그리고 앨범을 뒤져 잘나온 사진도 끼워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펜팔 편지는 영어에 대한 흥미는 물론, 이국의 문화에 대한 궁금함과 관심으로 점점 확대되어 갔다. 좋아하는 가수, 영화 이야기부터 공부, 진로, 고민상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나의 엉성한 영어를 통해 전달되었다. 한 번 편지를 쓰면 답장이 오기까지 보름 이상이 걸렸는데 편지가 올 즈음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우체통을 확인하곤 했다. 편지가 오면 최대한 빨리 답장을 써 보냈다. 친구도 기다릴 것을 예상하면서. 그렇지만 일면식 하나 없는 사람과 사진 몇 장 교환하고 편지를 이어 나간다는 건 한계가 있었다. 내 일상이 바빠지면서 편지는 조금씩 뜸해져 갔다. 급기야 중3을 앞두고 해외펜팔보다는 학업에 열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예의를 차려 ‘마지막 편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편지가 끊어지고 나는 그 친구를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얼마 전 편지함을 뒤적이다가 ‘David’라는 서명이 적힌 펜팔 친구의 편지들을 발견했다. 입가에 미소를 띄고 한 통 한 통 읽다 보니 열네댓 살의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요즘은 이런 식의 손편지가 낯설 것이다. 다들 이메일이 있고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되고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를 찾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우체부 아저씨가 전해주는 두툼한 손편지 한 장을 두근거리며 뜯어보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손편지에 담긴 뜨거운 마음  권선미 (경기도 용인시)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남편과 저는 새내기와 복학생으로 만났습니다. 살짝 긴 머리에 통기타를 둘러맨 그 복학생 오빠는 노래를 잘 불러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답니다. 저 역시 MT에서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를 부르던 모습에 반했고 급기야 팬레터 아닌 팬레터를 보내게 되었지요. 매일 한 통씩 편지를 써 보내며 막 시작된 살가운 감정들을 담뿍 담아 보냈지만 그에게선 답장이라곤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3개월쯤 지났을까. 여기서 그만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결심할 즈음, 길고 긴 한 통의 편지를 받았지요. 돌아보면 그건 편지가 아니라 일기에 가까운 글이었는데, 매번 저에게 받았던 편지에 대한 답신 모음 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말미에 적혀있던 한 줄.
“니 편지를 받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