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생활하던 백경숙 씨(61세)는 마흔여덟 살에 건강이 안 좋아져 교직 생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땐 암담하기도 했지만 이 선택은 그녀의 향기로운 인생 후반전을 열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자기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한단다. 1999년 퇴직하고 몸을 추스르던 그녀의 눈에 시민분재교실 강의가 들어왔다.
우연이었다. 백 씨는 분재교실을 다니며 꽃과 나무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재미에 눈을 떴다. 특히 인위적이지 않은 야생화의 아름다운 자태에 푹 빠져들었다.
몇몇 수강생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꽃·나무 분양도 하고, 국내 ‘분재 1세대’로 통하는 고수 혹은 오랫동안 식물을 가꿔온 이들을 쫓아다니며 야생화를 배웠다.
국내외 현장답사도 숱하게 다녔다. 무엇보다 온갖 야생화를 내 손으로 키우며 특징, 재배할 때 유의사항 등을 꼼꼼히 기록하면서 몸으로 익힌 경험은 큰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가꾸는 야생화 가짓수도 늘려 나갔다. “야생화라고 해서 산과 들, 계곡으로 직접 캐러 다닌 건 아니에요. 꽃은 주로 지인들과 서로 교환하거나 꽃시장에서 구입했어요.” 단, 경제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스스로 ‘3만 원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철저히 지켰다.
야생화를 배우러 다닌 지 2~3년쯤 지나자 몸이 많이 좋아진 게 느껴졌다. 4년이 넘었을 때 야생화에 대해 ‘이제 좀 알 것 같다’ 싶었고, 5년째 되니까 확신이 들면서 자신감이 솟았다. 공부를 할수록, 국내 유명 수목원 및 식물원과 유럽의 왕실 정원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들을 둘러볼수록 자꾸 욕심이 커졌다.
“가꾸는 화분이 200여 개나 모인 데다 여러 가지 작업도 하고 싶은데 사는 곳이 아파트라서 한계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