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봄은 꽃망울과 초록의 새순으로 시작하지만 어촌의 봄은 미역을 채취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연하고 맛있는 미역을 수확하여 이른봄의 해풍에 말리는 작업이 시작되면 봄이 왔다고 하죠.
미역은 일찍 수확한 것일수록 보드랍고 염도도 낮으며 맛이 좋습니다. 그리고 해풍에 말려야만 제 맛이 나고 건조 후에 보관이 쉽습니다. 겨우내 오징어 손질에 바쁘던 바닷가 마을 아낙네들이 하나 둘 방파제로 나와 물 미역을 손질하여 품질 좋은 건미역을 만드는 일은 꽃샘추위와의 싸움입니다.
그래도 봄이 오는 신호탄이 되는 미역이다 보니 따뜻한 봄날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서 일을 하니 신명이 나죠. 제가 살고 있는 어촌에도 이제 미역 수확이 시작되었습니다. 굳이 입춘이라는 절기를 잊어도 미역을 수확하고 말리는 것을 보면 누구든 '이제 봄이 오는구나!'하며 따뜻한 봄날을 기다립니다. 도시와 농촌과는 또 다른 봄소식이 있는 어촌풍경이 정겹지 않으세요?
김정용 경북 영덕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