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형제는 요즘 보기 드문 6남매입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여섯이나 둔 것을 보면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이 지극하셨나 봅니다. 종점에서 내려 한 시간 가까이를 걸어 들어가야만 나오는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자식들 하루 세 끼 굶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만큼 먹는 것도 풍족하지 못했던 때였는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이 어디 언감생심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저 1년에 딱 한 번 큰 맘 먹고 남원 광한루에서 사진사가 찍어주는 한장의 사진이 전부였었죠. 그런데 도시 셋방으로 이사를 와 좁은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때에 취직을 한 큰오빠가 어디에서 카메라를 가져왔습니다.
그때부터 명절이면 우리는 꼭 기념으로 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이 우리 가족의 첫 명절 사진입니다. 지금은 부모님께서 너무 늙으셔서 찍기 싫다며 자리를 비워주시는데 이때만 해도 참 젊으셨네요. 올 설날에는 아무리 부모님께서 찍기 싫다 하셔도 이때의 첫 마음을 기억하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야겠습니다.
주영미 전북 익산시 부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