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두 뺨이 발갛게 익어갈지언정 여름은 마냥 즐겁다. 익숙한 일상을 훌훌 벗어던지고 떠날, 피서라는 근사한 핑곗거리가 있으니. 이맘때의 여행이라면 당연히 시원한 맛이 있어야겠고, 기왕이면 즐길 거리도 다양해야 할 테다. 도시이면서 자연과도 정답게 이웃한 강원도의 관문. 그래, 이번에는 원주로 정했다.
글 정은주 기자 사진 한국관광공사
지금 원주는 우리나라 그 어느 도시보다 날쌔게 변화하고 있다. 호기롭게 뻗은 산맥과 깊은 골이 만들어내는 강인한 힘, 이전의 순진무구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을 만큼 역동적인 명소들이 어우러져 이곳만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까닭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 자연이 성심껏 키워낸 미식이 넘쳐나니, 따져볼수록 일 년을 고대한 여름휴가지로 이 이상의 목적지가 또 있을까 싶다.
요즘 원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지난해 개통한 소금산 출렁다리다. 578개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 200m 길이의 다리에 도착하는데,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은 물론 이름 그대로 걸을 때마다 출렁거림이 느껴진다. 하지만 머리가 쭈뼛 서는 스릴은 잠시다. 고요한 강줄기 주변으로 펼쳐진 넓은 백사장과 기암괴석은 언제 내려다보아도 절경이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간현역에는 이제 레일 바이크가 놓였다. 간현역에서 출발해 판대환승역까지 15~20분가량 풍경 열차를 타고 갔다가 레일 바이크로 돌아오는 코스. 7.8㎞ 거리에 내리막 선로라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운행 횟수는 성수기 기준 하루에 6번으로, ‘원주레일바이크’ 홈페이지에서 시간표 확인 후 예매를 하고 가야 헛걸음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알고 보면 문화와 예술적 감성으로 충만한 장소가 꽤 다양하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건축물부터 종이 관련 전시 콘텐츠까지. 빠짐없이 알찬 뮤지엄 산은 원주의 대표적인 예술 공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워터가든은 모 커피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 이것 말고도 거대한 조형 작품들,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 등 흥미롭게 눈에 담을 거리들이 가득하다.
특히 제임스 터렐관은 작품 안에서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들며 공간감과 착시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다.
종이의 발명과 전파 과정을 비롯해 한지의 역사, 제작 과정, 한지 관련 유물 등을 볼 수 있는 한지테마파크도 ‘종이’라는 같은 테마로 둘러보기 좋다. 소설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작가가 원주에서 머물던 시절의 흔적이 남은 박경리문학공원도 운치가 있다. 북카페에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도, 문학의 집에서 당시 사용하던 유품을 비롯한 책들을 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꾸던 텃밭과 나무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북적이는 휴가 시즌 쉼표를 찍기에 더할 나위 없다.
강원도의 청정 자연 그대로를 경험하고 싶다면 계곡이 제격이다. 원주에는 금대계곡, 천은사계곡과 함께 용수골계곡이 3대 계곡으로 손꼽힌다. 그늘이 짙고 물이 얼음장같이 차가워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최고. 특히 백운산 자락의 용수골계곡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데다 수심도 적당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다.
금대계곡 바로 맞은편, 우리나라 대표 명산인 치악산자연휴양림도 추천할 만하다. 호젓하다는 말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장소로, 눈이 편안해지는 푸른색에 온통 둘러싸일 수 있다. 물푸레나무, 층층나무 등 다양한 식생의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는 산책로는 잠깐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 어린이 놀이터, 야영장, 산림욕장 등도 깔끔하다. 또 한 가지. 치악산 일대에서는 매년 8월 복숭아 축제도 열린다. 큰 일교차에 비탈 많은 강원도의 자연이 키워낸 복숭아는 맛도, 향도, 탐스러운 빛깔까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치는 터. 단맛이 워낙 강해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과일이니 놓치지 말고 맛보도록 하자. 달콤함이 최고조로 오르는 8월을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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