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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ON 글로벌

개인자립수당을 기반으로
건강한 노화를 지향하는

프랑스 장기요양제도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부터 인구 고령화와 그로 인한 정책 과제에 관한 사회적·정치적 논의가 시작됐지만,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공공 문제와 집단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까지는 어떤 정책도 형성되지 못하다가 이후부터 장기요양 정책이 조금씩 형성되고 개선돼왔다. 특히 개인자립수당을 중심으로 한 분절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층을 겹겹이 쌓는 것처럼 층화 구조로 구축되고 있는 프랑스 장기요양제도를 살펴보자.

 블랑시 르비앙(프랑스 보건고등연구소 교수), 클로드 마르탱(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연구교수)

  • 정책수단의 중심,
    개인자립수당

    프랑스의 장기요양제도는 1990년대 말 ‘피부양 특별수당’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이 수당은 건강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돌봄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의존적 상황, 즉 피부양에 초점을 둔 이 용어는 낙인효과로 인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 제도는 2002년 개혁에 의해 ‘개인자립수당’으로 대체되었다. ‘데파르트망(프랑스의 기초단체인 코뮌과 광역단체인 레지옹 사이의 중간자치단체로서 사회정책을 책임진다)’이 관리하는 개인자립수당은 일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거나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60세 이상 노인 누구에게나 지급된다.
    개인자립수당은 의존 등급을 네 등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에 최고 수당액을 정하고 있다. 각 등급에 따른 실제 수당 지급액은 수급자의 욕구와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수당은 ‘돌봄 계획’의 비용을 지불하거나 시설보호 비용을 지불하는 데 사용되고, 수당의 사용은 통제를 받으며 데파르트망의 전문가팀이 상황을 감독한다. 수급자의 50%는 85세 이상이며, 여성이 수급자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개인자립수당은 특히 재가돌봄과 관련 있다. 이는 75만 명의 수급자가 자택에서 돌봄을 받기 때문이다. 수당 수급자 수는 2012년 이래 변화가 거의 없으나 베이비붐 세대가 2030~2040년에 고령에 이르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2040년의 수급자 수는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보건, 사회, 의료사회 영역으로
    삼분된 장기요양제도

    프랑스의 장기요양정책은 다양한 정책 영역(보건, 사회, 의료사회)을 아우르며 여러 층의 거버넌스 체계(중앙정부, 레지옹, 데파르트망, 코뮌)가 관여한다. 데파르트망은 노인돌봄영역에서 지역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개인자립수당의 재정과 운영을 담당하며, 지역 내 돌봄 서비스를 규제한다. 지역별 노인 부문 거버넌스는 최근 도입된 두 법률에 의해 재편되었다. 그 첫 법률은 2004년에 연대자립기금을 도입한 ‘연대와 자립 상실에 관한 법’이다.
    두 번째 법률은 2009년에 도입된 ‘병원, 환자, 보건 영역법’으로 이 법에 따라 중앙 정부를 대표하는 새로운 광역 기구인 광역보건국이 창설되었다. 기존의 광역, 기초 보건 행정을 모두 아우르게 된 이 광역보건국은 개입 영역을 전통적인 보건 영역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돌봄 영역으로 확장했다. 프랑스 장기요양 재정은 사회보장기금과 지역 당국의 세금을 합쳐 운영한다. 2011년 기준 프랑스의 장기요양정책의 총 지출액은 210억 유로(약 26조 8,230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05%에 해당한다. 장기요양정책에 지출된 총 금액은 280억 유로(35조 7,641억 원)로 GDP의 1.41%를 차지한다.

  • 노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돌봄제도

    프랑스 돌봄제도의 첫 번째 범주에는 재가돌봄과 시설보호 모두에서 제공되는 사회·보건 서비스가 포함된다. 프랑스에서는 가정과 시설에서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공식부문의 돌봄노동이 발전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 거주하는 노인 수가 대략 40만 명(의존성이 높은 노인들만 포함)에서 150만 명(중간 정도의 의존성을 가진 노인들까지 포함)으로 추산됐다. 돌봄제도의 두 번째 범주는 ‘돌봄 조정’, ‘돌봄 통합’과 관련된 것이다.
    이 범주는 보건과 사회돌봄 영역의 서로 다른 전문가들, 프랑스 장기요양정책에 관여하는 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1996년 ‘노인돌봄 네트워크’가 설립되었으며, 돌봄의 지속성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돌봄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보건 종사자들과 사회돌봄 종사자들의 조정적 역할을 돕기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은 ‘예방,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처, 보건 및 사회적 돌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노인과 그 가족에게 알려주는 조정 역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초에는 지역정보·조정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프랑스 돌봄제도의 마지막 범주는 비공식 돌봄 종사자들이다.
    더 이상 가족이 홀로 돌봄을 담당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지만, 공공 프로그램이 가족의 돌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돌봄을 받는 사람 10명 중 8명은 친족의 돌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돌봄을 외부에 위탁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전문가의 역할을 조정할 필요성과 비공식 돌봄자의 ‘돌봄 관리자’ 역할이 부각되었다. 프랑스에서 비공식 돌봄자를 위한 정책은 이들에 대한 재정적 보상보다는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5년 고령사회적응법’은 프랑스 장기요양정책의 전환점이다. 이 법률은 의존성이라는 개념에 초점이 맞춰진 1990년대의 노령에 대한 보상적·의료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노화’ 등 예방을 지향한다.

  • 프랑스 장기요양정책의
    과제와 도전

    프랑스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돌봄 사업을 개발했다. 이는 ‘노인과 장애인을 지원’하고, ‘새로운 전문 직업 영역을 개발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목표가 상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목표의 양적 측면이 질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을 위한 임시 주택이나 요양원, 간호 서비스 역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접근의 개선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비스 제공에 투명성이 결여돼 이용자들이 자기에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 비용도 문제다. 의료비는 건강보험에서 보장받지만, 사회적 돌봄 서비스에 드는 부가적인 비용은 시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리고 지역 격차가 크다. 관련법은 프랑스 전역에 적용되지만 각 정책은 데파르트망과 지역보건소들이 지역에서 집행해 지역적 격차가 불가피하다. 특히 시골 지역은 도시 지역에 비해 제공하는 재가돌봄 서비스나 간호 서비스의 수 자체가 적다. 또한, 재가돌봄 영역은 여전히 낮은 수준의 훈련이 주를 이뤄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시설돌봄의 품질이 이슈가 되고 있다. 돌봄 노동제는 일과 삶의 균형과 연관된 문제이다. 사실상 돌봄자들은 무급이거나 수당이 적은 돌봄휴가를 내기보다는 병가나 연차를 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들은 불안정한 근로 조건에서 일할 뿐 아니라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 조직, 기관, 전문가들을 잘 연계·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5년 고령사회적응법’에 발표된 예방 사업을 개발하고, 기술적 해결책을 활용해야 한다. 노인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신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다.
    중기적 관점에서, 인구 변화를 감안한 장기요양 분야의 재정 원칙은 가변적이다. 새로운 이용자 기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프랑스 정부는 예방, 즉 노인이나 장애인의 자립역량 상실에 따른 비용을 예측하고 이를 줄이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요 과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고심하는 프랑스 장기요양제도의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