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익숙한 곳 보다 알아갈 거리가 많은 편이 훨씬 흥미롭다.
문득 떠난 여행길에서는. 경북의 한 가운데, 의성에 가까워질수록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는 것은 그런 이유다. 달콤한 자두향이 지천에 퍼지는 계절. 온갖 것들이 탐스럽게 눈에 담기는 의성으로 간다.
글 정은주 기자 사진 한국관광공사, 의성군청
인간이 안길 수 있는 가장 넓은 품은 단연 자연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즌이면 서늘한 바람이 지나는 숲이 간절해진다.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설 만큼 차가운 계곡물은 어떻고. 아직 때 묻지 않은 산과 계곡을 고루 품은 의성은 그래서 이맘때 가는 게 제격이다.
여름철 가장 사랑받는 곳은 이름에서부터 냉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한 빙계계곡이다. 특히 이곳의 빙혈과 풍혈은 계절을 비껴 나간 듯 삼복 때 얼음이 얼고 찬 바람이 부는가 하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일명 신비의 계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풍경 역시 경북 8경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데, 매년 7~8월 개장하는 빙계계곡 물놀이장에서 천혜의 자연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600년 된 고목이 줄지어 늘어선 사촌가로숲도 그늘이 짙어질 대로 짙어져 거닐기에 좋다. 이곳은 고려 말, 마을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방풍림으로 경상북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풍치림. 약 3만7천㎡ 면적에 길이도 1㎞에 달한다. 또한 바로 옆 사촌 전통한옥마을을 함께 둘러보고 한옥체험도 할 수 있다.
의성에는 ‘조문국(召文國)’과 관련한 관광지가 많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조문국은 삼한 시절의 작은 고대 국가로, 의성 지역에 분명 존재했지만 <삼국사기>에 짧게 기록되어 있을 뿐 우리 역사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러한 잊힌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곳이 조문국 박물관이다. 조문국의 시작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와 더불어 당시 사람들의 모습, 삼국시대 의성에 대해 전시되어 있는데, 차근차근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전체적인 역사를 이해할 수 있어 흥미롭다. 박물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조문국 사적지가 한눈에 담기는 터. 200여 기의 금성산 고분군이 봉긋하게 솟아 있다.
이들 중 1호 고분은 경덕왕릉으로, 바로 앞에는 고분 전시관도 있다.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 내부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며, 당시 출토된 유물과 장례문화 등을 알기 쉽게 전시하고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오랜 역사를 품은 의성은 곳곳이 볼거리다. 그중에서도 금성산, 비봉산과 맞닿은 산운마을은 전통가옥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관광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껴안은 고택이 정갈하게 보존되어 있다. 또한 각 고택 입구에 설명글도 게시되어 있는데, 일부 한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 중인 터라 박제된 마을이 아닌 실재하는 마을을 경험할 수 있다.
관광지가 아닌 시골길 어디를 달리더라도 이런 정겨운 풍경을 마주칠 수 있다는 건 의성의 크나큰 장점이다. 특히 새빨간 자두가 지천에 열린 요즘은 꽃필 무렵과는 또 다른 생동감이 한가득.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두를 생산하는 지역답게 공기마저 향긋한 느낌이다. 적은 강수량과 수확기인 여름철 크게 벌어지는 일교차가 의성 자두 맛의 비결이라면 비결인데, 탄력 있는 과육을 한 입 베어 물면 달콤새콤한 맛이 온몸의 세포를 일깨운다.
실제로 자두에는 구연산과 사과산 같은 유기산 성분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이 가득 함유되어 있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의성 자두를 제대로 맛보고 즐기고 싶다면 7월 13일 의성 봉양면에서 열리는 자두 축제에 참석하는 것도 방법. 각종 이벤트, 수확 체험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그러니 여름이 무덥다고 손사래 치지 말자. 계절이 짙어질수록 매력이 익어가는 의성으로 떠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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