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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SHIN HA KYUN

건강한 인성으로
진정한 아티스트를 꿈꾸는

‘국민 엄마’

배우 고두심

48년간 ‘연기’ 하나만 보고 달려온 배우 고두심은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인성’이라고 했다. 또한 ‘선한 영향력’을 고민해온 시간이 수많은 유혹의 손길이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시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온 자신의 원동력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수줍게 미소 짓다가도, 건네는 질문에 자신의 소신을 조리있게 전달하는 그에게서 연예계를 치열하게 버틴 고민의 흔적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이다원 기자   사진 종로문화재단

‘고두심’ 씨 하면 역시나 <전원일기>가 먼저 떠올라요. 22년이나 해왔으니, 자신에게도 큰 의미일 것 같은데요?

맞아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죠. 혹은 제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고요. <전원일기>가 있었기 때문에 제 배우 생활엔 ‘슬럼프’가 없었거든요. 배우들이 일이 없으면 꽃을 못 피워 슬럼프가 오곤 하는데, 전 그 작품을 하면서도 간간이 특집극이나 미니시리즈에 출연할 수 있어서 공백이 거의 없었죠. 잔잔한 파도같이 살았다고나 할까요.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에서 잔잔하게 살기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전원일기>를 만난 게 행운이네요?

그럼요.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꿨는걸요. 순종적인 첫째 며느리 이미지가 각인됐는데, 그 외의 행동을 하면 보는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 같잖아요. 제가 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이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삶을 따라가기란 쉽진 않지만, 그걸 따라가면 결과적으론 제게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22년을 살다보니 좋은 버릇처럼 익숙해졌어요.

요즘엔 ‘연예인 인성’이 화두잖아요. 이런 생각으로 산다면 사건·사고도 많이 일어나질 않을 텐데 말이죠.

매체에 얼굴을 비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 영향력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자신을 항상 돌아보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요. 스스로 정제하고, 모두에게 떳떳한 마음으로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하는거죠. 특별한 사랑을 받는 만큼 특별한 걸 내뿜을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인성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요.

“능력 밖의 것을 쫓아다니고 허망한 욕심을 부리는 게
사회를 어지럽게 해요. 자신이 뭔가 더 특별한 줄 알고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그 대가가 꼭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거예요.”
연예계 대선배로서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시겠어요?

능력 밖의 것을 쫓아다니고 허망한 욕심을 부리는 게 사회를 어지럽게 해요. 자신이 뭔가 더 특별한 줄 알고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그 대가가 꼭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거예요. 예술전문학교에선 인성교육부터 하거든요? 그건 예술을 할 때 ‘인성’이 기초라는 뜻이죠. 항상 마음을 살펴보고, 제 그릇에 맞게 걸러내는 작업을 쉬이여기면 안 돼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요?

저도 이제 7학년을 바라보는 나이예요.(웃음) 살아보니 인연보다 의미 있는 건 없더라고요. 젊었을 때야 뭘 모르고서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처럼 정신없이 달려갔는데, 지금에 와보니 내가 가진 걸 오래된 사람들과 같이 나누는 것만큼 행복하고 중요한 건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뒤돌아보면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인연을 맺는 것보다 그걸 소중히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거죠.

전 오래된 걸 좋아해요. 사람도 물건도 오래 시간이 쌓인 게 좋더라고요. 제 주변엔 40~50년 된 지기들이 전부예요. 다 성향이 맞느냐고요? 아뇨. 물론 안 맞는 친구도 있지만, 50여 년을 함께 보냈다는 게 아까워서라도 버릴 순 없죠. 하하. 좋은 점을 보고 맞춰가야죠.

그럼 오래된 전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시겠어요?

네. 요즘 대학로나 인사동처럼 여러 동네가 개성을 잃어가는데, 동네 고유의 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제 고향, 제주도만 해도 그렇거든요.
시원한 바닷바람과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게 특성인데, 어느 순간 많이 변질된 것 같아요. 아름다운 전통과 미풍양속은 잘 지키도록 선도해야 동네도 건강해지고, 나아가 우리 문화도 더 다양해지는 것 아닐까요?

이제 어느덧 ‘대선배’ 위치에 계시게 됐어요. 선배로서 후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글쎄요. 후배든 선배든 전 상대에게 이익을 바라지 않고 가족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해요. 제 첫인상이 깍쟁이처럼 생겨서 가끔 후배들이 ‘차가운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앞뒤 다르지 않게 대하면 그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게 전부예요.

그럼 ‘참된 어른’이 되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저도 참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도 ‘참된 어른’이 계신다면 찾아가서 직접 얘기를 듣고 싶을 정도로요. 다만 자신의 소신으로 쭉 밀고 나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좋은 어른’이 아닐까란 생각은 들어요. 참된 어른이 되는 법, 이건 누구나 죽을 때까지 고민하는 문제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고두심 씨의 꿈이 있다면요?

거창한 꿈은 없어요. 이제껏 잘 살아왔으니 지금 이미지 그대로 곱고 아름답게 잘 마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많은 분이 절 화면에서 보길 원할 때까진 지금처럼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네요.

배우 고두심이 추천하는 책
홍쌍리의 <인생은 파도가 쳐야 제밌제이>

“홍쌍리는 나에게 때론 엄마 같은, 때론 친구같은, 때론 인생의 스승같은 소중한 존재다. 그와 알고 지낸 20여 년 동안 언제나 그에게서 힘과 쉼을 얻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서 거북이 등 같은 갈퀴손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홍쌍리는 영락없는 농사꾼이다. 매화꽃 같은 그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이 담긴 이 책을 보면서 잠시나마 힘과 쉼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