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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즐거운 만남
SHIN HA KYUN

변함없이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좋은 사람’

배우 신하균

배우 신하균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자신의 이름보다는 출연작 속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땐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신하균은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작 <나의 특별한 형제>로 느낀 장애인 인식 개선의 필요성과 이광수와 협업 소감,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정의까지 다양한 얘기를 털어놨다.

 이다원 기자   사진 NEW

<나의 특별한 형제>서 머리는 비상하지만 얼굴 아래로 사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 ‘세하’를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좋아 출연하게 됐지만, 실제 연기를 해보니 그동안 깊게 생각지 못했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들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대부분 장애인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데, 생각해보면 신체적 불편함이 있을 뿐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더라고요.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함께 고민해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실천해야죠. ‘일반인’과 ‘장애인’으로 구분하곤 하는데 그런 표현은 고쳐져야 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 아닐까요?

좋은 말씀이네요. 연기적으로는 실존 인물이 존재하는 터라 표현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영화의 톤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웃음기 많은 내용이지만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 안 된다는 것에 제작진 모두 동의했어요. 최대한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애드리브나 표현에 있어서 많은 부분절제했죠. 특히 이광수가 그런 면에서 연기를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해요. 진심을 다해서 캐릭터에 집중했고, 시나리오에 기반한 웃음 포인트 외에는 즉흥적인 표현을 배제했어요.

실제 주인공도 만나셨다고요?

네. ‘세하’의 실존 인물인 최성규 씨가 앞선 시사회에 오셨어요. 굉장히 재밌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법정에서 말하는 대사들이나 장애인의 자립 과정 등이 잘 그려졌다고 좋아하셨어요.

함께 연기한 이광수 씨와 호흡이 굉장히 ‘찰떡’ 같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관객들도 기분 좋은 눈물을 흘리고 나왔다고 하던데, 이 모든 건 이광수 씨의 덕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못 했을 거예요. 배우로서 집중력과 성실함을 갖췄고,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 표현력 등 종합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친구예요. 현장에서도 굉장히 진지하게 몰입하고요. 집중력만 놓고 보면 어쩌면 저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해요. 하하.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후배고요.

“예전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낯가림도 심했어요.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것 같고요. 나이가 들면서 유해지는 모양이에요.
지금은 배우로서 책임감은 물론 선배가 되면서 무게감도 느끼고 있죠. 후배라고 해서
낮게 봐선 안 되고 함께 일하는 동료라 생각해야 해요.”
극중 ‘동구’(이광수)라는 ‘솔메이트’가 있는 ‘세하’가 부럽진 않으셨어요?

당연히 부러웠어요. 이런 상대가 있다면 누구라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연기를 하면서 ‘솔메이트’를 간접 경험한 기분이었어요. 이게 연기를 하는 즐거움 중 하난데요. 그래서 이광수 씨를 보면 지금도 애틋한 감정이 생겨요. 하하. 계속 같이 붙어서 촬영하다가, 후반에 따로따로 떨어져 촬영했는데 막 보고 싶더라고요.

어느새 현장에서도 후배가 더 많아졌겠어요. 선배가 되어가면서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요?

예전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낯가림도 심했어요.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것 같고요. 나이가 들면서 유해지는 모양이에요. 지금은 배우로서 책임감은 물론 선배가 되면서 무게감도 느끼고 있죠. 후배라고 해서 낮게 봐선 안 되고 함께 일하는 동료라 생각해야 해요. 저는 제 몫을, 그들은 그들의 몫을 하며 함께 도와가야 작품이 잘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 후배가 많아진다는 건 반대로 제가 나이가 든다는 거니까 체력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하.

오랫동안 배우로서 걸어오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나요?

지금까지 ‘이 길이 내가 가야 하는 게 맞나’라고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늘 확신을 가졌거든요. 그런 만큼 더 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어요. 물론 연기하기 어려웠던 작품도 있었지만, 일상이 너무나도 평범해서 연기할 때면 더 즐겁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가 아닌,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란 생각도 해본 적 있나요?

글쎄요. 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진 않아요. 그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려고 하죠. 살면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이 촬영 현장이니 그것에 빗대어 말하자면, 제 몫을 성실하게 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상대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배우 신하균이 추천하는 영화
영화 <빌리 엘리어트>

“탄광촌 소년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주류 영화보다는 B급 감성 영화나 비주류 영화를 좋아하는데, 독특한 상상력들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게 재밌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