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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ON 글로벌

‘고령 친화적 케어’에 힘을 쏟는
싱가포르 노인 보건의료체계

2012년 싱가포르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여 보건의료체계를 개혁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기존 케어를 고령 친화적 케어로 변화를 꾀한다. 즉, 환자 중심의 통합 케어, 커뮤니티 중심의 케어, 고령자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케어로의 변화가 그것이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지역보건의료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2015년 발족된 싱가포르 보건부 고령화위원회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와 건강 노화를 목표로 여러 부처와 민간이 협력하는 공동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백상숙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원

  • ‘엘더실드’로 변화하는
    싱가포르 의료보장 정책

    싱가포르 보건부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코자 급성기 이후 재활 및 아급성기 치료를 위한 커뮤니티 병원과 장기요양시설 등을 늘리는 한편, 통합적인 케어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즉 병원, 재활, 장기요양을 연계하는 통합 케어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지원을 늘리는 등 의료재정 개혁과 지역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2002년 싱가포르에 도입된 ‘엘더실드’ 보험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과 중증 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중앙적립기금 회원인 경우 40세가 되면 등록 절차 없이 자동으로 가입된다. 장애 판정 기준은 일상생활 능력 6개 영역(목욕, 몸치장, 식사, 대소변, 보행, 이동) 중 3개 이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로, 장애 판정을 받으면 최장 72개월간 한 달에 400달러(SGD)(약 32만 8,000원)를 요양비로 지급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엘더실드 검토위원회’를 조직하여 관련 정책을 개선에도 나섰다. 오는 2020년부터 ‘엘더실드 라이프’가 도입될 예정인데, 보험료가 높아지는 대신 장애가 지속되는 한 기간 제한 없이 한 달에 600달러(약 49만2,000원)를 요양비로 지급받는다. 자산 조사 후 보험료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보험료의 30%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 ‘노인 통합 케어’
    체계 구축에 앞장서다

    노인 대상 지역사회 기반 케어는 거동이 가능한 노인이 다양한 센터(주간치매센터, 주간보호센터노인복지센터, 주간호스피스센터)에 방문하는 센터 기반 케어,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재가돌봄, 커뮤니티 병원과 요양원에 장기 입원하는 요양 서비스로 나뉜다. 커뮤니티센터의 90%는 정부 지원금, 이용료,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자발적인 복지기관(VWO:Voluntary Welfare Organisations)이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민간 영리단체가 운영한다. 재가돌봄은 VWO 33%, 민간 기관 67%가 제공한다. 요양 서비스는 VWO 및 비영리단체가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고령화로 의료서비스 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지역사회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의료와 지역사회의 통합적 연계를 위해 정부 조직이 개편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케어의 연속성과 효율적 연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달체계 개혁을 위해 보건의료 클러스터가 도입됐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2000년부터 도입된 보건의료 클러스터 제도를 통해 총 6곳을 클러스터로 지정했다. 각 클러스터는 1개의 공공 종합병원을 거점으로 일차의료기관, 재활과 아급성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병원이 연합하여 환자 중심의 통합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조직이다. 무엇보다 환자가 연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일관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2018년 2개의 클러스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재조직화 작업을 진행하여 중부, 동부, 서부 지역의 3개 클러스터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조치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고령 환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고, 보건의료 인력에게 기관과 직종을 넘어 직업 훈련의 기회를 확대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 다각도로 지원,
    확대되는 노인 건강 정책 제도

    싱가포르 정부는 2020 마스터플랜에 따라, ‘재가 케어 우선(Home First, 가능한 한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능동적으로 생활하고 케어가 필요한 경우, 우선적으로 지역 내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 정책을 장려한다. 통합케어청이 제공하는 재정 지원에는 집 근처 민간 일차의료기관 이용 지원금, 이동보조기구 지원금, 개국공신세대 지원금, 가족 돌봄 제공자 교육 지원금, 노쇠하거나 장애가 있는 노인을 위한 가사도우미 고용 지원금 등으로 다양하다. 재가 진료는 와상 상태에 있거나 노쇠한 고령 환자의 집에 병원, 폴리클리닉 등의 의료진이나 일반의(GP)가 방문하여 진료하고 가족 돌봄자를 교육 및 훈련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이나 재활센터를 방문하기 힘든 환자에게 일상생활능력 회복과 재활을 돕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의 다학제 치료 요법을 가정에서 제공함으로써 편리성을 높인다. 한편, 일차의료의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가정의학클리닉,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 지원금 제도도 도입됐다.
    이는 병원비 지불이 주된 용도인 의료저축계좌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일차의료기관 외래진료비를 지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진료비 지급 대상은 정부가 열거한 질환과 정부 지정클리닉으로 제한된다. 대상 질환은 2018년 기준 20개이며, 클리닉은 700곳 이상 지정되어 있는데, 현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는 저렴한 비용으로 신체기능 검진, 암 검진, 만성질환검진을 통합한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약 5달러(약 4,100원) 이하의 비용으로 당뇨병,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비만, 자궁경부암, 대장암 검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건강 노화 허브 구축에도 힘을 쏟는다. 건강 노화 허브 정신을 되살려 노인이 건강하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부처가 협력하여 공동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총 10개의 허브 건립을 목표로 30억 달러(약 2조4,591억 원)의 재원이 투입된다. 지난 2017년 11월엔 최초의 허브 ‘Kwong Wai Shiu 커뮤니티케어 센터’가 완공됐다. 센터에서는 탁아소와 고령자센터를 병설해 세대 간 활동을 도모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등 다양한 전략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이로써 고령자를 유아 교육 자산으로 활용하여 고립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세대 간 통합이 가능하다.

  •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방점을!

    고령화 속도가 빠른 싱가포르 보건부는 마스터 플랜을 통해 ‘환자 중심의 의료’, ‘지역 기반케어’, ‘고령 환자와 함께하는 케어’에 중점을 둔다. 이에 따라 보건부 통합케어청은 조직개편이 되어 연계와 통합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으로 역할이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통합케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원하는 곳으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
    공공 종합병원과 폴리클리닉, 커뮤니티 병원이 연합한 기존의 보건의료 클러스터가 민간 일차의료기관,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제공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지역보건의료체계로 나아가는 개혁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의료제도는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방점을 두어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개인 책임을 원칙으로 하며, 국가가 개인의 의료비 운영을 제도로 통제한다. 싱가포르의 의료제도가 효율성에 치우쳐 합리적인 의료 이용마저 제한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존재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의료비 상승 문제를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구조와 보건의료 환경이 변화하면서 케어의 요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서비스 혁신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급성기 치료 이후 가능한 한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정책을 추진하며, 통합 케어를 지원하는 조직을 보건부 산하에 마련하고 있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