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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ON 글로벌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는
어떻게 운영될까?
  

2026년이 되면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노인의 수가 증가하면서 노인 돌봄에 대한 불안은 대다수 국민이 당면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 계획(커뮤니티 케어)’를 발표했다. 정책의 핵심은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은 발표됐지만 아직 우리에게 ‘커뮤니티 케어’라는 개념은 굉장히 생소하다. 그래서 ‘복지’하면 떠오르는 두 나라, 영국과 덴마크를 방문해 눈으로 직접 ‘커뮤니티 케어’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임종록 주임

  • 통합돌봄지원서비스
    “10점 만점에 10점”

    톰 할아버지가 본인이 받고 있는 돌봄 서비스에 대해 매긴 점수이다. 할아버지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여러 가지 보장구들이 보였다. 고관절 교체 수술을 받고 퇴원한 할아버지의 일상생활을 돕는 다양한 도구들이었다. 그 날도 작업치료사 캐롤라인이 할아버지가 계단을 더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도구를 설치하기 위해 계단 사이의 공간을 재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할아버지가 있는 서덕지역의 통합돌봄지원서비스팀(ICS–Intermediate Care Southwark)에 소속된 직원이다. 병원은 할아버지의 입·퇴원에 대한 내용을 주치의(GP–General Practitioner)와 지역사회에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된 정보와 할아버지의 상태에 따라 지역사회 돌봄 계획이 세워진다. 이 과정에서 CIS팀은 환자의 집에 방문해 환자의 거동상태, 주거 환경, 가족 관계 등을 확인하여 계획에 반영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ICS팀의 목표는 지역의 환자들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거동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한 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의료’와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영국도 고령화로 인해 돌봄과 의료가 통합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의료와 돌봄 조직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고, 중복되는 서비스로 인한 예산 낭비가 심해졌다. 그래서 최근 ‘커뮤니티 케어’를 더 강화하고 있다. ICS팀 또한 이러한 움직임 중에 하나이다.

    재가요양 현장 방문 사진

    주치의 제도
    “나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전문가”

    출장 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에 하나는 주치의(GP, General practitioner)이다. 앞에 언급한 톰 할아버지의 경우만 보더라도 병원에 입·퇴원 시, 통합돌봄서비스의 시작과 끝에 주치의에게 해당 정보를 알린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주치의는 영국의 보건의료제도의 핵심이다. 주치의는 영국의 1차 의료를 담당하는데 모든 국민은 자신의 거주 지역 내 1차 진료 의사를 자신의 주치의로 등록해야 한다.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심각할 경우, 환자는 전문의가 있는 2차 병원(종합병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즉, 환자가 아프면 제일 먼저 주치의를 찾아가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런던의 헤링게이에 위치한 웨스트그린의원(Westgreen Doctor’s surgery)를 운영하는 무하메드쿤지 주치의는 주치의 제도의 장점을 ‘연속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꾸준히 건강상태를 점검해주고 아픈 증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단과 치료를 해주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포괄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가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돌봄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를 모두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영국은 환자의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치의를 통해 대화 채널을 하나로 통합하여 다양한 직역들이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주치의 그룹 CCG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 Haringey CCG

    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잘 살 수 있으려면 우선적으로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주치의가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있다. 그래서 지역 주치의가 주도하는 주치의 그룹, CCG(Clinical Commissioning Group)는 만성질환의 관리와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역 CCG는 지역 내 약물 중독 문제, 비만, 당뇨병 등 보건 부문 정책의 우선 순위와 전략을 결정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하며 지역 내 주치의를 평가·관리하여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출장 중에 방문한 헤링게이 지역은 뇌졸중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런던 내에서도 빈곤 지역으로 분류되는 헤링게이는 2008년부터 뇌졸중 환자 수가 빠르게 늘었고 2012년에 이르자 런던에서 뇌졸중 등으로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그래서 헤링게이CCG는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항상 의무적으로 혈압, 맥박 등을 확인해 숨어있는 질병을 진단하고 권고사항을 내리기로 했다. 그리고 고혈압, 당뇨병 등에 대한 예산도 추가 배정했다.
    CCG차원의 개선책이 나오자 가파르게 증가하던 뇌졸중 조기 사망률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16년 사망 원인 중 80.8%는 만성질환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처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노인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커뮤니티 케어’가 원활히 작동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외국 꽃을 무작정 가져다 심으면
    잘 자랄 수 없다

    West Green Practice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는 주치의를 포함한 다양한 보건의료제도와 돌봄 제도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서 가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주치의 제도는 ‘의료시스템의 꽃’이라고 할 만큼 영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돌봄과 의료의 대화 채널이 하나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함께 통합 돌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 지역단위로 꾸준하게 만성질환을 관리한다는 점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커뮤니티 케어’에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외국의 예쁜 꽃을 무작정 우리나라에 가져다 심으면 잘 자랄 수 없다.
    김용익 이사장이 인터뷰 도중 했던 말이다. 커뮤니티 케어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보고 왔지만 그것을 영국의 제도 그대로 우리나라에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