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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HAN JI MIN

착한 사람,
착한 배우의 변신

배우 한지민

착한 사람으로, 그래서 착한 배역으로 익숙했던 배우 한지민이 파격 변신에 성공했다. 신작 <미쓰백>에서 그는 학대 받고 자란 잡초 인생 ‘백상아’를 연기하며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최근 만난 한지민은 영화 <미쓰백>에 관한 이야기와 곧 다가올 40대에 대한 기대감 등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글. 이다원 기자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미쓰백>
촬영 내내 외로웠다.
기존 캐릭터와 달리 여러 풍파를 겪은 ‘백상아’ 역을 택한 이유가 뭔가요?

<미쓰백> 시나리오를 받고 ‘이걸 꼭 하고 싶어’란 생각이 든 건 아니었어요. 대신 그동안 제가 드라마에서 반복했던 여성 캐릭터 특성과 달라서 신선하다고 느꼈죠.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오래 전부터 있었거든요.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든 캐릭터를 영화란 장르서 만나니 제대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또 하나, 극 중 백상아나 김지은처럼 약한 캐릭터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 작품을 선택한 면도 있어요. 보면 화나고 답답한 얘기지만 관객들에게 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촬영장에서도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 많이 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외롭게 살아가는 ‘백상아’를 표현하려고 촬영 내내 혼자 있으려고 했어요. 외롭더라고요. 또 아역인 시아와 친해지지도 못했죠. 미안한 마음에 촬영이 다 끝나고 함께 키즈카페가서 신나게 놀았어요.

김시아 양의 연기가 놀랍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함께 연기해보니 아이 같지 않은 우직함이 있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부터 아역답지 않게 덤덤한 모습이 있었는데, 그게 굉장히 어른스러워 보였죠. <미쓰백>이 그 아이의 데뷔작이라 학대당하는 ‘지은’ 연기를 잘해낼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더라고요. 밥 먹으러 가자고 해도 ‘지은인 배고픈 아이라 밥 안 먹는다’며 거절하더라고요. 저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한 거죠. 작고 어린 배우지만 ‘대배우’란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예요.
오히려 저 때문에 NG 날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다니까요? 반성 많이 했어요. 하하.

클라이막스에서 주미경 역의 권소현과 머리채 잡고 싸우는 장면은 정말 생생하던데요?
원래 싸움을 잘 하시는 것 아녜요?

어머, 아녜요!(웃음) 사실 그 장면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실제 여자끼리 싸우는 영상을 보니까 격한 감정으로 싸우더라고요. 날 것 같은 싸움을 보여주고 싶어서 권소현과 논의했어요. 카메라 돌면 그냥 무식하게 진짜 싸우자. 모래 바닥에서 3일간 싸우는 장면을 찍었는데 입과 귀에서 오랫동안 모래가 나오더라고요.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다행히 제 가슴에 악이 쌓여서 결정적으로 폭발하는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결혼? 조급하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얼마 전 종영한 tvN <아는 와이프>에 이어 아동학대를 다룬 <미쓰백>까지 출연하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부정적으로 바뀐 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아니에요. 어릴 적부터 현모양처가 제 꿈이었거든요. 막연하게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그림을 갖고 있었죠.
물론 <아는 와이프>나 결혼한 친구, 언니의 얘기를 들으면서 ‘결혼은 현실이구나’를 알게 됐지만요. 결혼이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아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는 건 아녜요.
인연은 자연스럽게 오는 거니까, 늦었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요.

워낙 ‘조카바보’로 소문나서, 이번 영화 속 아동학대에 대해 더 가슴 아팠을 것 같아요.

누구라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닐까요. 게다가 전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거든요. 배우가 아니었다면 유치원 선생이 됐을 거예요.
실제 대학 입시에서도 아동학과를 가려고 했다가 그와 유사한 사회복지학과를 갔거든요. 사람을 다루는 학문에 관심이 컸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도 안타까웠던 점은 그거였어요.
태어났을 땐 순수한 마음을 가졌을 텐데 그 어린 나이에 부모나 주변 인물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는 과정을 보니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이런 사회적 문제일수록 여운을 오래 남길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았을 땐 어떻게 치유하나요?

친한 이와 얘기를 나누면서 치유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작품을 통해서 위안을 받는 것 같아요. 한발자국 떨어져서 작품 속 갈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 내가 저래서 상처 받았구나. 저런 행동 하지 말아야지’라고 느끼게 되거든요.

40대, 여자로서도 배우로서도
새로운 인생
‘한지민은 착하다’란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예전엔 그런 이미지가 좀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애써 ‘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할 필욘 없더라고요. 연기로 보여주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죠.
또 신인 시절엔 지금보다 더 순진하기도 했고요. 배우생활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는데, 이젠 착한 사람한테만 잘해주고 아닌 사람들에겐 제 목소리를 낸답니다.

신인 때와 비교했을 때 뭐가 제일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로 배우가 돼 신인 땐 연기가 마냥 무섭기만 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30대가 되기만을 기다렸죠. 그러면 감정 폭도 넓어지고 이해도도 높아질 것 같아서요. 그런데 어느 덧 눈을 떴더니 30대가 아니라 40살을 코앞에 두고 있네요? 하하. 다행히 이젠 연기가 무섭진 않아요. 예전엔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인사만 겨우 했던 제가 이젠 선배가 되었더라고요.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해왔구나’란 생각과 함께 여유도 지니게 된 것 같아요.

맞아요. 곧 40대를 맞이하는데, 기대하는 모습이 있나요?

신인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경험으로 쌓여서 지금 제 모습이 만들어진 것처럼, 40대엔 지금 제가 모르는 또 다른 감정이 생길까 기대가 돼요. 또 여자로서도 가정을 꾸린다면 엄마나 아내의 감정을 깨닫게 될 거라 배우에게 좋은 자산을 갖출 것 같아요. 그땐 나이도 있으니 지금과 다른 캐릭터가 제안오겠죠?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믿고 있어요. 또 여자로서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고요. 저도 40대가 궁금해지는 시간이랍니다.

그땐 여성 영화도 많아지겠죠?
여배우로서 책임감도 커질 것 같고요

지금도 남다른 책임감이 생겨요. 여성 영화나 여성이 이끌어가는 시나리오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미쓰백>은 감독님도 여자였고 현장 스태프 중 여자가 많았는데, 저희끼리 그런 얘길 나눴죠. 여성 영화를 기다리는 팬에게 우리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요. 저희의 노력이 통하길 기대합니다.

“신인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경험으로 쌓여서
지금 제 모습이 만들어진 것처럼,
40대엔 지금 제가 모르는
또 다른 감정이 생길까
기대가 돼요.”

스 님 의 주 례 사
배우 한지민이 추천하는 책
법륜스님의『스님의 주례사』

배우 한지민이 지척에 두고 자주 보는 책은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이다.
연인이나 친구, 부부가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기에 좋은 책이라고 추천했다.
그도 역시 이 책으로 지인들과 자주 이야기 나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