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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 사전
버리면서(bye) 사는(buy) 세대의 바이바이센세이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방 정리, 마음 정리>, <비우는 행복>. 서점가를 꽉 채운 정리정돈 책들이다. 저자들은 이 책들을 통해 불필요한 물건들, 나쁜 음식들, 저장된 연락처 등을 줄여가면서 찾는 마음의 여유를 외쳤다. 그 뿐 아니다. SNS 안의 미니멀리즘 카페에서는 오늘 버린 것, 비워낸 공간을 경쟁적으로 보여주며 버리기를 부추기고, ‘정리정돈 팁’들을 공유하고 있다. 정리 컨설턴트도 등장했다. ‘불필요한 물건이 들어오는 것을 끊고(단), 공간을 차지하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샤),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리)’를 설파했던 곤도 마리에가 대표적이다. 그는 단샤리 철학으로 단숨에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안에 들었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결핍을 모르는 세대의 버리기 열풍. 그들의 버리기 열풍이 미니멀리즘과 다른 점은 버리는(bye) 이유가 다시 사서(buy) 채우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조금만 늦어도 유행에 뒤쳐지게 되는 요즘, 바이바이 센세이션은 새로운 소비사이클을 만들어내는데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무엇이든 빨리 소비하고 버리고 또 사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소비 성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패션이니 경험 소비니 공유 소비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이 바이바이 센세이션으로 인해 생겨난 트렌드다.
버리고 버리면서도 또 사는 센세이션

눈 뜨면 새롭게 등장하는 신기술, 철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패션,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강박 등이 조금 오래되고 유행에 뒤쳐진 물건을, 생활을 못 견디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버리기 열풍은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린다. 삶을 홀가분하게 바꾸어준다는 철학으로 포장하여 너도 나도 낡고 오래 되고 눈에 익지 않은 것들을 정리하게 한다. 본질은 버린 후에야 발견된다. 실컷 버리고 나면 다시 요요현상이 일어난다.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숨어있던 구매욕구가 재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가장 트렌디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 같고 더 이상 방치해두지만은 않을 것 같은 물건을 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변색되고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2017년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런 현상을 바이바이 센세이션으로 명명했다. 갑작스럽게 이런 트렌드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태어나 한 번도 결핍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다시 사든지, 공유하든지, 정신적 만족으로 채워 넣든지

일단 쌓아두고 쓰지 않았던, 있는지도 모르고 공간만을 차지했던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어차피 유행에도 뒤떨어진 물건들이었으니 버리기도 쉬웠으리라. 그 다음 행보는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이는 빼낸 물건 자리를 아쉬워하며 새로운 구매 목록들을 찾았다. 대신 이번에는 쌓아두고 쓰지 않는 명품 말고 B급이라도 맛있게 쓰고 빨리 처리할 물건으로 구매했다. 이렇게 성장하게 된 것이 바로 인스턴트 소비 산업이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의 패스트패션, 이케아, 모던하우스, 자주 등의 패스트가구 및 생활용품들이 좋은 예이다. 또 한 무리는 공유 소비를 시작했다. 성공은 곧 소유였던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빌려 쓰고 나눠 쓰고 공유하는 쪽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공기청정기니 집이니 자동차니 하는 고가의 물건들을 렌탈, 리스, 공유해서 사용하는 서비스들도 늘어났다. 혹자는 이것을 삶의 클라우드화로 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부류는 물건의 소비를 경험의 소비로 바꾼 사람들이다. 물건을 버리고 정신을 사는 사람들. 이들은 물건을 비워낸 공간에 경험과 정신과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추구하는 것은 역시 정신적 만족이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거나 여행을 떠난다든가 하면서 삶의 경험치를 늘려가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한다.

잘 버리는 것이 먼저, 잘 채우는 것은 그 다음

무엇이 옳다 말할 수는 없다. 버리고 또 사든, 공유해서 쓰든, 경험으로 대체하든. 공통점은 무엇보다 잘 버리는 것이 선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버리는 기준을 잘 만들어보자. 곤도 마리에는 버리는 순서를 옷▶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으로 소개했다. 버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 후 품목별로 늘어놓고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물건을 잘 비워냈다면 다음은 잘 채우는 것이다. 비워둔 공간에 채울 물건들은 숙고를 거친 후 다시 사야 한다. 힘들게 버림으로써 얻어진 여유와 여백을 너무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 시점에서는 공유 소비와 경험 소비를 한번쯤 고려해보기 바란다. BYE와 BUY의 기묘한 샅바싸움이 벌어지는 2018년. 삶의 여백을 확보하느냐, 새로운 물건의 바다에 다시 빠지느냐는 결국 나의 선택이다.

글 : 신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