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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배우 강동원 이미지
대중과 한 발 더 가까워지다 배우 강동원

영화 <인랑> 개봉을 앞둔 강동원을 만났다. 홍보 일정으로 바쁜 그에게서 <인랑> 촬영기와 더불어 배우로서 노출에 대한 고민, 해외 진출 스트레스,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인랑>

<인랑>속 강화복 액션이 인상적이던데, 어떤 점에 집중했나요?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많이 참고했어요. 영화 스토리가 원작과 다른데 캐릭터마저 달라지면 원작 팬들이 안 좋아할 것 같았거든요. 특히 가면을 쓰고도 그 안에서 표정 연기까지 했죠. 무용수나 연주가가 몸을 움직일 때 표정 연기를 하는 것처럼 저 역시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려면 표정까지 연기해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지운 감독이 “<인랑>은 강동원이 전부인 영화”라며 엄청 칭찬하더라고요.

그러게요. 촬영 때는 그런 칭찬 한마디도 안 하시더니 영화 개봉할 때가 되니까 그런 말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저야 이번 작품을 ‘강동원의 영화’라고 하니 책임감도 컸죠. 최선을 다했고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요.

인간병기 ‘임중경’ 역을 연기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제 생애 처음으로 식단 조절까지 하면서 몸을 만들었거든요. 김지운 감독이 제게 몸을 키워서 섹시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셔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죠. 탈의신이 있을 땐 닭가슴살과 드레싱 안 섞인 샐러드, 소금기 없는 음식만 먹었고요. 제 유일한 낙이 맛있는 것 먹고 술 한 잔 하는 건데, 정말 힘들었어요.

배우 강동원의 딜레마

영화 속에서 개인은 조직의 소모품처럼 그려지는데, 실제로 자신의 삶이 ‘소모적이다’고 느낄 때도 있었나요?

그런 이유로 광고도 거의 안 찍고 영화 촬영에만 몰두하는데도, 한 작품 홍보를 위해 3~4개월 계속 노출되어야만 해요. 그러면 일 년에 두 편만 찍어도 쉬지 않고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죠. 배우가 한동안 안 보여야 관객들이 궁금해서라도 제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올 텐데, ‘어? 쟤 얼마 전에도 나왔는데 또 나오네’라고 식상하게 생각할 것 아녜요. 전 계속 연기를 해야 실력도 늘 텐데, 이런 일정들이 배우로선 참 소모적인 일인 것 같아요.

배우 강동원 이미지

연기에 대해 참 열정이 큰데, 기획이나 제작에도 관심이 많은가요?

네. 영화 기획이나 제작에 대한 꿈이 있어요.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뭔가를 하고 싶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프로젝트도 준비했는데, 촬영 일정이 너무 바빠서 지금은 모두 멈췄죠. 개인적으로 B급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논리적인 공포 영화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는데, 부담도 클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스트레스에요. 외국어 공부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스케줄이 바빠 짬을 내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한국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연기를 해내야 할 텐데 참 걱정이에요. 그렇다고 할리우드에서 제가 영어를 완벽하게 숙지할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고요. 점점 촬영일이 다가오는데, 제가 다 타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웃음).

현지 촬영도 쉽지 않겠어요.

맞아요. 영어도 문제지만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게 진짜 어렵더라고요.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다’고 쉽게 생각했는데, 한국 문화와 정말 다르던 걸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미국 사람들은 직설적이니까 그런 말들에 제가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다행히 그 나라에선 절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솔직하게 행동하는데, 그것 하나는 속이 시원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나이 든다는 것

데뷔 후 벌써 15년째 정상에서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20대엔 살아가기가 급급했어요. 안주하면 아웃된다는 불안감도 있어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지금은 ‘배우가 내 직업이 맞구나’란 안정적인 느낌은 들어요. 그러면서 제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하고, 행복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나와 내 주변 모두 행복해지려고 일을 하는 건데, 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영화로 사회적 이슈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기쁨도 줄 수 있다는 답을 얻었죠. 이젠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그렇다면 강동원 씨를 행복하게 하는 건 뭔가요?

별 거 없어요. 제 일 열심히 하는 게 좋고, 다음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어서 설레죠. 또 같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좀 손해보고 살면 어때’거든요. 그 말처럼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만족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그런가요? 전 나이 드는 게 참 좋아요. 배우 중엔 유난히 외모에 민감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 아니거든요. 나이 안 들고 얼굴이 그대로 있다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바르게 잘 살면 얼굴에 묻어나고 못 살면 그것 역시 얼굴에 티가 나는데, 전 자연스럽고 멋지게 나이 들고 싶어요.

강동원이란 이름값에 대해선 부담은 이제 덜하나요?

데뷔 초반엔 제 이름값이 거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젊은 사람들이야 절 좋아하지만, 중장년층은 저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요. 그냥 제가 출연한 작품이 잘 되어서 그런 거라고 여겼죠. 그래서 괜히 시니컬하게 광고도 마다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나이가 드니까 그런 부담감에 대해서도 점점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강동원 씨를 ‘공공재’라고들 하는데, 결혼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자기 앞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주변에선 그런 사람이 한방에 훅 간다고는 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공공재로 남을 생각은 없어요.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요?

글쎄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더 채우고 싶어요.

직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하고,
행복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나와 내 주변 모두 행복해지려고 일을 하는 건데,
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책 『신경 끄기의 기술』
배우 강동원에게 울림을 준 책
『죄와 벌』

배우 강동원은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보느라 책을 볼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다.
<죄와 벌>은 여러 면에서 그에게 많은 울림을 준 책이라고.

글 : 이다원 기자
사진 :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