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Good for Health

세계유산 답사기
단단하게 뿌리 내린
수천 년 역사를 보았다
강화 고인돌 유적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의 흔적을 유난히 많이 품고 있는 까닭이다. 아마도 그 시작점은 고인돌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터. 수천 년 동안 이 땅에 뿌리내린 채 달고 쓴 시간을 고스란히 견디고 이겨낸 거대 석조물, 고인돌을 만나러 간다.

가까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인돌의 매력

꽤 무뚝뚝한 생김새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아래에 툭 툭, 그 위에는 더 큰 바위가 턱 하고 얹혀있다. 혹여나 무너지지는 않을까, 대체 어떻게 들어 올렸을까,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걸까, 고인돌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일단 이런저런 생각부터 꼬리를 문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사람은 ‘고인돌이 고인돌이지’ 하고 별 감흥을 못 느낄지 모르지만, 코앞에 거대한 석조물을 마주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게 분명하다. 고인돌은 흔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며 심지어 정교하기까지 하니까.
특히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화 고인돌 유적의 강화지석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탁자식 고인돌로 전체 높이가 2.45m, 덮개돌의 긴축은 6.4m나 된다. 게다가 화강암인 덮개돌의 무게는 약 50톤에 달한다. 참고로 탁자식 고인돌이란 북방식의 다른 말. 탁자처럼 좌우에 다리를 세운 뒤 그 사이에 흙을 파 묘실을 만들고 위에는 덮개를 얹은 형태를 뜻한다. 원래는 안쪽 양 끝을 막는 판석도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없어진 상태. 그래서 석실 내부가 마치 긴 통로처럼 뚫려 보인다.

역사박물관 내부
드넓은 벌판을 압도해버리는 강화지석묘

강화지석묘를 만나기 위해서는 강화 하점면 부근리의 강화 고인돌 유적으로 가야한다. 강화대교를 건너서도 차로 꽤 한참을 달리면 닿게 되는데, 유적 주변은 온통 산과 들이다. 언뜻 보면 익숙한 공원 같은 공간. 널찍한 주차장에 입장료도 없으니 왠지 시작부터 걸음이 느긋해진다.
고인돌의 축조 과정과 형식, 기능에 대해 그림과 함께 설명해놓은 글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막연하게 알고 있던 고인돌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입구에서부터 산책하듯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다 보면 신석기시대의 흔적들이 하나 둘 발견된다. 근래에 꾸며놓은 것이긴 해도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짚으로 된 움집이며 인물 모형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드디어 강화지석묘가 나타난다. 탁 트인 공간에 우뚝 솟은 고인돌은 단연 독보적인데, 주변에 무릎 높이의 펜스가 둘러쳐졌을 뿐 시야를 가로막는 게 하나도 없어 사방으로 고인돌을 관찰할 수 있다. 게다가 고인돌의 축조 과정과 형식, 기능에 대해 그림과 함께 설명해놓은 글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막연하게 알고 있던 고인돌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강화 부근리 지석묘 중경
선사시대의 삶과 문화가 새겨진 흔적

고인돌은 쉽게 말해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돌무덤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거석기념물의 하나로, 이집트의 피라미드, 영국의 스톤헨지, 프랑스 카르낙의 열석 등도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다. 보통 세력이 큰 족장 쯤 되어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강화지석묘 크기라면 적어도 장정 500명 이상이 동원되었을 터. 또한 들인 힘도 힘이지만 덮개돌이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도의 전문 과학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그렇다면 강화도의 고인돌에 중요한 가치가 매겨지며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록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동북아시아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규명하는 데 있어 이곳 고인돌들이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당시의 기술과 문화상, 사회구조, 정치체계는 물론 정신세계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 유럽, 중국, 일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역사박물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고인돌의 나라

우리나라는 ‘고인돌의 나라’로 불리곤 한다. 전 세계 곳곳에 분포된 약 6만 기의 고인돌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3만 기가 우리나라에 밀집되어 있는 까닭이다. 유럽 전역에도 약 6만여 기의 거석물이 분포하지만 대부분 선돌 형태. 고인돌은 수천 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를 비롯해 고창과 화순 지역에서 고인돌을 주로 볼 수 있는데, 개수는 물론 형식의 다양성과 밀집도 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강화의 경우 세계문화유산에 해당되는 고인돌이 총 70기로 강화지석묘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에서 군락을 이룬 14기의 다양한 고인돌을 볼 수 있다.
세계적 거석문화의 표본인 스톤헨지 등이 전시된 길을 따라 가면 작은 솔숲과 함께 본격적인 탐방로에 진입할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약 30분 남짓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코스라 크게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공원처럼 평지로 다져진 길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숲길을 걷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중간 중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으니 길 찾기에 대한 걱정은 잊어도 좋다. 그저 자연을 호흡하며 걷다가, 중간 중간 고인돌을 발견하는 재미를 만끽하면 그만이다. 탐방로의 고인돌에는 각각 20호, 116호 등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이는 고인돌의 고유 번호. 펜스가 쳐져 있는 것도, 숲 가운데 무심하게 놓인 것도 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변 풍경이 수없이 바뀌었겠지만 고인돌만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을 터. 이런 상상을 하며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석조물을 찬찬히 바라보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단순해 보이는 바위 덩어리가 벅찬 역사의 흔적으로 다시 와 닿기 시작할 테니까.

삼산면
함께 즐길 거리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강화 여행지
전등사
1 전등사

강화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절로, 현존하는 한국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역사가 긴 만큼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 보물급 유적을 비롯해 국가사적,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등 무수한 문화 유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대웅전 내부의 기둥과 벽화에는 병인양요 당시 국난 극복을 염원하는 병사들의 낙서 흔적도 여전히 남아있다. 산사의 아늑함과 여유를 느껴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운영 중이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위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문의: 032-937-0125

고려궁지
2 고려궁지

고종 19년 대몽항쟁을 위해 도읍을 송도에서 강화도로 옮겨 원종 11년 개성으로 환도할 때까지 약 38년간 고려의 궁궐로 사용되었던 곳. 병자호란과 병인양요를 거치면서 건물이 대부분 소실되어 현재는 유수부 동헌, 이방청, 외규장각만 복원된 상태다. 이 중 외규장각은 조선 정조 때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하고자 설치한 도서관 격으로, 의궤를 비롯한 왕실 관계 서적들이 보관되던 곳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위치: 인천시 강화군 강화대로 394
문의: 032-930-7078

마니산
3 마니산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강화도의 대표 산이다. 해발고도 472.1m에 산세도 아기자기해 가볍게 등산하기에 좋다. 또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 경기만과 영종도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산정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지금도 매년 개천절마다 제례가 이루어진다. 전국체육대회의 성화도 이곳에서 채화된다.
위치: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문의: 032-930-7068

초지진
4 초지진

외적들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초지대교 인근의 요새로 조선 효종 7년인 1656년에 구축되었다. 지금의 초지진 성곽은 1973년에 보수가 이루어진 것. 둘레가 약 500m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당시 해상으로 침입하는 적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지진 내부에는 당시 사용하던 대포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일제 관리의 사택 기둥으로 사용되던 것을 제자리로 옮겨 놓은 2.5m 길이의 홍이포도 볼 수 있다.
위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624
문의: 032-930-7072

강화역사박물관
5 강화역사박물관

강화 고인돌 유적 바로 옆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선사시대 화살촉에서부터 고려 청자, 조선 백자, 숙종 때 정족산성에서 만든 강화동종, 근현대 목가구 등 강화도의 개국부터 근·현대까지 조상들이 남긴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마니산 참성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비롯해, 북카페, 뮤지엄샵, 체험코너 등도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 이 외에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위치: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강화대로 994-19
문의: 032-934-7887

한국의 세계유산
  • 9월) 해인사 장경판전
  • 10월) 남한산성
  • 11월) 백제역사유적지구
  • 12월) 수원화성
  • 1월) 종묘
  • 2월) 조선왕릉
  • 3월) 하회마을
  • 4월) 경주역사지구
  • 5월) 강화 고인돌 유적
  • 6월) 창덕궁
  • 7월) 석굴암과 불국사
  • 8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글 : 정은주 기자
사진제공 : 강화군청, 강화군시설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