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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for Health

증후군 사전
연봉 < 삶의 질, 워라밸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고 80% 이상이 반복되는 야근과 업무 과다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다고 한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무기력해지고 감정조절이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이에 대한 반증일까? 2018년에는 워라밸,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수퍼노인증후군
[워라밸]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뜻으로 2018년을 뒤흔드는 키워드다. 일과 성장, 효율과 돈에만 집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의 여가를 우선시하는 신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과잉 경쟁과 고용 불안에 지친 사람들이 돈보다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설계하면서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과 함께 시대상을 반영하는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에서의 승진과 나의 행복은 별개의 개념

직장을 구할 때 연봉보다는 개인 여가를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는가 하면 일부는 보다 여유있게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직까지 시도한다. 정치권도 나섰다. ‘저녁이 있는 삶’이 대통령 출마자의 캐치프레이즈로 나서더니 올해에는 정부에서 다양한 법을 제정하고 나섰다. 근로시간 단축, 칼퇴근법 등이 그 예들이다. 이 단어가 공감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세대의 변화와 저성장시대가 있다. 1988년 이후 탄생한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굶주리지 않은 세대다. 또한 저성장 시대라서 개인의 노력이 딱히 그 사람의 사회적 성공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소진 시켜가며 돈을 벌고 승진하고 성공하기보다 ‘더 나다운 것’ ‘일상의 행복’ ‘나의 행복’에 가치를 둔다.
‘직장은 곧 나’였던 세대에서 ‘내 인생이 나’라는 세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마땅한 말이 없었을 뿐,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꾸준하게 확장되어온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 사회 전반은 다양한 관점에서 ‘워라밸’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에 부는 자율의 바람

물론 워라밸을 도입하는 데도 온도 차이는 있다. 공공부문과 대기업은 좀 더 유연하게 이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사정이 좋지 않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이 또한 빈익빈 부익부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 트렌드에 동참할 것이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은 우직하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환경 아래서 능력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워라밸 트렌드는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 밀레니얼 세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갤럽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전통적인 노동시간 ‘9시부터 6시까지’를 벗어난 디지털 노마드족이 전체 노동 인구의 42.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세상은 워라밸을 요구하는 쪽으로 착실히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워라밸은 무엇?

그렇다면 진정한 워라밸은 무엇일까? 일은 무조건 뒤로 미뤄두고 내 생활만을 챙기는 것일까?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할까? 효율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럴 리가 없다. 이 개념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제니퍼소프트사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우선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이 회사의 기업문화는 ‘건강한 노동과 근사한 삶’으로 요약된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반면 개개인의 능력치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자기관리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노력하라는 이야기다. 신선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시대는 점점 더 다른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나친 규제와 수직적 조직문화에 갇혀있는 인물이 아니라 보다 창의적이고 내 것을 지킬 줄 알고 내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내는 자율적이고 수평적 인물. 워라밸 신드롬은 노동 환경의 변화를 알아차린 신세대들의 당연한 목소리다. 그동안 지나친 강도의 노동을 요구 받았던, 혹은 요구했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자신의 삶을 잘 생각해보고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잡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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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제니퍼소프트사의 행동준칙
  • - 퇴근할 때 눈치 보지 마요. 당당하게 퇴근해요
  • - 회식을 강요하지 마요. 가고 싶은 사람끼리 자유롭게 놀아요
  • - 대충하지 마요. 디테일이 중요해요
  • - 사유와 공부를 게을리 말아요. 공동체의 의무예요
  • -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당신의 삶이 먼저예요
글 : 신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