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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답사기
서정적인 풍경 속을
걷다, 녹아들다
경주 역사유적지구

보듬고 싶은 어제와 자랑하고 싶은 오늘의 역사가 모두 이곳에 있다. 천 년도 넘은 고분 옆에 핫 하다는 문화공간이 문을 열고, 창밖 풍경으로 국보가 무심하게 걸려있는 식. 바라보고 만끽하되 훼손하지 않았기에 이 도시의 공기는 여느 곳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미 보았더라도 다시 볼 가치가 충분한 경주 역사유적지구다.

걸어 오를수록 더 새로워지는 남산지구

일단 걷기 시작한다. 천오백 년 전 고분의 부드러운 곡선, 정감 가는 기와 얹은 지붕, 세월이 층층이 쌓인 석탑 같은 걸 하나 둘 눈에 담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 풍경에 정이 들어버린다. 때마침 연둣빛 계절, 이곳은 한창 어여쁜 봄날의 경주다. 아마 천 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 경주 역사유적지구에는 오랜 시간 일관되게 품어온 정서가 분명하게 녹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라와 통일신라의 도읍지였던 기간이 무려 천 년이다. 긴 세월 동안 도읍지를 한 번도 옮기지 않은 덕에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 되었을 정도. 지난 2000년에는 유적의 성격에 따라 나뉜 남산·월성·대릉원·황룡사·산성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역시 남산지구다. 신라는 남산에서 시작해 남산에서 끝을 맺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많은 문화재가 남산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사원, 탑, 불상 등이 밀집되어 신라 불교의 보고로도 불리는 이곳은 자연과 불교 유물의 조화가 백미 중의 백미다. 멋진 것은 역사의 흔적이 억지스럽지 않게 툭툭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한참 산을 오르다 지칠 때 쯤 하나 씩 마주치게 되는 부처와 탑들은 다시 만난 봄만큼이나 반가운 발견이다. 남산은 꽤 넓은데다 봐야할 것들도 많아 일정을 고려해 코스를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 여유만 있다면 하루 이틀 시간을 내 느긋하게 걷고, 보고, 느끼기를 권한다.

동궁 전경 이미지 동궁 전경
밤낮으로 아름다운 월성지구의 매력

일부러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남산지구와 달리 월성지구는 경주하면 가장 익숙하게 떠오르는, 누구든 추억 한 둘쯤은 갖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지형이 반달처럼 생겨 반월성이라고도 불린 월성은 신라 천년 왕조의 궁궐터로, 신라 김 씨 왕조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났다는 계림, 신라 통일기에 조영한 동궁과 월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인 첨성대 등이 있다.
계림은 이름 그대로 왕버들,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등의 고목이 울창한 숲이다. 면적이 무려 7,300㎡. 완만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좋은 데다 교촌한옥마을과 경주 향교, 혹은 첨성대와 반월성 쪽으로도 길이 통한다. 국보 제31호인 첨성대는 탁 트인 공간에 우뚝 솟아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낮은 펜스가 빙 둘러싸고 있을 뿐 사방이 열려 있어 어느 방향으로도 볼 수가 있다. 흔히 신라시대 석조 건축의 정수로 평가되는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큰 크기와 곡선미, 과학적인 축조 기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도로 하나만 건너면 동궁과 월지다.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열었던 곳인 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하나 둘 조명이 켜져,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계림 전경 이미지 계림 전경 첨성대 야경 첨성대 야경
도심에서 만나는 대릉원지구의 푸근함

서정적인 경주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크고 작은 고분들이 사이좋게 모인 대릉원지구가 답이 될 터. 시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오가기도 수월하다. 사실 이게 바로 경주의 진짜 매력. 다양한 가치들이 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뒤섞여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 낸다. 대릉원지구는 고분군의 규모로는 경주에서 가장 큰 것으로, 입구에서 숲길을 지나 잠시 걸어 들어가면 정갈하게 다듬어진 능들을 만날 수 있다.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황남대총이다. 동서 길이가 80m, 남북 길이가 120m, 높이가 23m로, 두 개의 무덤이 붙어 있는 쌍봉 형태가 특징적이다. 둥글게 흙을 쌓은 형태의 미추왕릉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무덤 앞에 혼이 머무는 자리인 혼유석과 미추왕의 위패가 봉안된 숭혜전이 있다. 천마총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개방된 고분으로, 하늘로 비상하는 천마가 그려진 장니가 발굴돼 이름 붙여졌다. 장니란 말 양쪽의 배가리개를 뜻하며, 천마도장니는 회화 자료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고신라의 유일한 미술품이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참고로 천마총은 보수공사로 4월 말까지 입장이 제한될 예정이니 꼭 보기를 원한다면 방문 전에 미리 일정을 체크해야 한다.

남산 용장사지삼층석탑 이미지 남산 용장사지삼층석탑 분황사 모전석탑 분황사 모전석탑

때마침 연둣빛 계절, 이곳은 한창 어여쁜 봄날의 경주다.
아마 천 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
경주 역사유적지구에는 오랜 시간 일관되게 품어온 정서가 분명하게 녹아 있다.

분황사지구와 산성지구의 당당한 위용

이쯤 되면 꽤 넓은 경주 역사유적지구를 반 이상 둘러본 셈이다. 그러나 눈과 마음에 담아야 할 곳이 아직 남았다. 신라 불교의 정수로 손꼽히는 황룡사지구와 천년 고도 경주를 가능케 한 산성지구다. 황룡사지구는 월지와 가까워 함께 방문하기 좋은데, 이곳에는 국보 제30호인 분황사 석탑과 황룡사 터가 남아 있다. 분황사 석탑은 현존하는 신라 석탑 중 가장 오래된 유물. 지금은 3층뿐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원래는 9층이었다고 전해진다.
산성지구는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던 핵심 시설인 만큼 보문호를 지나 8km 정도 이동해야 하는 경주 외곽에 위치해 있다. 핵심은 6km 둘레의 명활산성이다. 약 400년 전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변 풍경이 쉴 새 없이 변해갈지언정 굳건하겠다는 단단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렇듯 경주에는 옛것과 오늘의 것이 아무렇지 않게 공존한다. 그래서 언제 찾아도 새롭고 다시 봐도 이질적이지가 않다. 이상적인 진화란 이런 게 아닐까. 짙은 경주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지나간 시절,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그려본다.

함께 즐길 거리
지금이
가장 멋진
경주 여행지
우양미술관
1 우양미술관

호젓한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인다. 미술관 설계에서는 드물게 10m 간격으로 철골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따온 것. 야외에는 알렉산더 리버만, 존 헨리 등의 조각 작품도 설치되어 있다. 오는 9월 30일까지 예술가 19명의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디지털 영상 작품 35점을 만나볼 수 있는 ‘우양 소품전: 예술가의 증언’이 열린다.
위치: 경북 경주시 보문로 484-7
문의: 054-745-7075

솔거미술관
2 솔거미술관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의 예술정신을 계승해 지어진 미술관.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이 본인의 작품을 기증하면서 첫 삽을 뜨게 되었다. 박대성 화백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며,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한 폭의 작품처럼 걸리는 내부 공간이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경주세계엑스포공원 내에 위치해 있어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시설을 함께 즐기기에 좋다.
위치: 경북 경주시 경감로 614
문의: 054-740-3990

국립경주박물관
3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역사유적지구 내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신라의 성장과 찬란한 미술문화를 비롯해 국보, 보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크고 작은 전시가 열리는 특별전시관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신라 천년 역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전시와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성덕대왕신종, 고선사 터 삼층석탑 등이 전시된 옥외 공간도 알차다.
위치: 경북 경주시 일정로 186
문의: 054-740-7500

보문호
4 보문호

보문관광단지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호수. 주변으로 여러 관광시설들이 조성되어 있다. 둘레를 따라서는 산책로가 길게 조성되어 있는데, 나무가 운치 있게 우거져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기 좋다. 만약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자전거를 대여해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방법. 관광단지답게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도 풍성해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위치: 경북 경주시 신평동

벚꽃길
5 벚꽃길

봄날의 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벚꽃이다. 보문단지, 장군로, 대릉원, 문무로, 반월성 등에 심어진 벚나무만 약 2만3,000그루. 덕분에 동선에서 가까운 곳 어디로 가더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낮은 물론 야경도 장관이다. 시내 곳곳에 총 900개의 조명이 설치되어 낮과는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는데, 유명한 만큼 인파도 많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위치: 경북 경주시 충효동

한국의 세계유산
  • 9월) 해인사 장경판전
  • 10월) 남한산성
  • 11월) 백제역사유적지구
  • 12월) 수원화성
  • 1월) 종묘
  • 2월) 조선왕릉
  • 3월) 하회마을
  • 4월) 경주역사지구
  • 5월) 강화 고인돌 유적
  • 6월) 창덕궁
  • 7월) 석굴암과 불국사
  • 8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글 : 정은주 기자 사진제공 : 문화재청, 경주시청, 우양미술관, 솔거미술관, 국립경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