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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나는 무대에 있어도 무대가 그립다
가수 정동하

이따금씩 노래하듯 눈을 감는 그의 표정 때문인지, 선율처럼 매끄럽게 일렁이는 목소리 때문인지, ‘말이 노래처럼 들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 경험했다. 그러나 신중한 성격이 반영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거의 똑 떨어지는 일이 없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노래처럼 흘러가지 않고 전하려고 하는 바가 정확하게 파악됐다. 가슴으로 와닿는 가수 정동하, 그의 노래처럼 말이다.

근황

Q. 최근 앨범 활동과 뮤지컬 준비로 바쁘실 것 같아요.

얼마 전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드거 앨런 포’의 생애 마지막 즈음을 담은 뮤지컬에 출연하게 돼서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와 더불어 <LIFE>라는 앨범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요. 또 콘서트도 재개하게 됐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후회 없이 보내는 거라서 매 순간 열심히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얼마 전 <불후에 명곡>에서 또 우승하셨어요. 단독 최다 우승자가 된 비결이 있다면?

제가 아무래도 경연 형식에 특화된 것 같아요. 일단 가사를 빨리 외우고, 굉장히 빨리 잊어버려요.(웃음) 비워내야 채울 수 있으니까요. 또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가 가진 본연의 메시지와 의미를 찾게 됐는데 그게 관객분들에게 더 와닿지 않았나 싶어요.

정동하 이미지

저는 무대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풀려요. 노래할 때 목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고 몸 전체가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거든요. 무아지경 같은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요.

가수 정동하

Q. 가수들에게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내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실, ‘목소리가 좀 남다르다’는 인식은 언제부터 하셨는지요?

아주 어렸을 때 소리 자체에 민감했던 기억은 있어요. 노래를 1절을 들으면 후렴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할거라고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고등학교 밴드부에 키보드로 지원했다가 남학교라 키보드에 너무 시선이 집중되는 거에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보컬을 맡았어요. 그때쯤 ‘아 내가 여러 가수들의 소리를 잘 따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표현을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처음 노래를 시작했을 때 정동하 씨가 롤모델로 삼은 가수는 누구였나요?

노래를 부르고 연구하다 보니 임재범 선배님이 가장 존경스러웠어요. 선배님 특유의 음색이 너무 좋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사 하나하나의 해석력! 선배님이 해석한대로 정확하게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어요. 임재범 선배님은 노래와 하나가 되시더라고요. 그게 너무 부러웠어요.

Q. 가수로서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꾸준함인 것 같아요. 지치지 않음. 제가 특별히 지구력이 좋은 게 아니라 조절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무대에 서면서 한 번도 그게 ‘일’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건 무대에 오르고 노래하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느끼는 순간 스스로 내려놓고 한발 물러서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다시 무대가 그리워지고, 또 힘들어지면 잠시 놓았다가, 그렇게 완급조절을 하니까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노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설 때와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가 또 다를 것 같아요.

저도 굉장히 차이점이 있을 거라 느꼈으나 공통점이 더 많아요. 노래가 갖는 본연의 메시지, 이야기, 그 감성을 전달한다는 건 똑같죠. 차이점이 있다면 가수로서의 무대는 조금 더 원초적인 음악에 다가가는 작업인 것 같고요. 뮤지컬은 짜인 틀 안에서 내가 하나의 장치가 돼서 흘러가는 것 같아요. 둘 다 매력이 있어요.

Q. 정동하 씨가 생각하는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뮤지컬을 하면서 자아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된 것 같아요. 저는 어릴 적 혼자있던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자아가 완벽하게 형성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게 좋고 싫은지 잘 모르고, 감정 기복도 크지 않았거든요. 반면 뮤지컬의 캐릭터는 색깔이 있어야 하기에 뚜렷한 자아를 가지고 있죠. 연기를 하다 보면 그 캐릭터에 녹아들어서 저도 모르게 평소 잘 흘리지도 않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크게 기뻐하기도 해요. 그런 점이 제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좋아요.

Q. 과거 대학에서 보컬전공 교수로 재직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지요?

3년 정도 학교에 있었는데요. 시작하기 전에 많이 고민했었어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연구를 많이 했고 그게 정립이 되어있는가 의구심이 있었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함께 연구하고, 노래를 탐구하는 입장에서 같이 만들어 가보자. 오히려 그런 점이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3년간 함께하면서 매주 혹은 이주에 한 번씩 경연 프로그램처럼 무대를 준비해서 계속 발표하게 했는데, 그게 학생들에게도 저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으로 남은 것 같아요.

건강관리

Q. 너무 바빠서 건강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우리 몸이 받는 스트레스는 똑같고 그걸 견뎌내는 건 개인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꾹 참는 사람은 그만큼 몸이 더 견뎌야 되는 거죠. 저는 그래서 이상징후가 있을 때는 꼭 체크를 하고 넘어가요.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요. 아플 때는 엄살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경쓰고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목 관리를 하기 전에 몸 관리부터 해야 돼요. 예전에는 저도 소리내는 방법이 다양했어요. 지금도 여러가지로 낼 수 있지만 한 가지 방법으로만 노래해요. 상태가 아주 좋을 때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몸에 무리가 가는 잘못된 발성도 할 수 있는 거에요. 예전에 콘서트를 정말 많이 할 때는 하루 2회 공연을 하고, 뮤지컬 공연도 하고 개인일정도 소화했죠. 그렇게 잠 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무리하니까, 결국에 낼 수 있는 소리는 하나만 남게 되더라고요. 그게 가장 자연스럽고 올바른 길이었던 거죠. 버틸 수가 없기 때문에 버티지 않아도 되는 길로만 소리가 나는 거에요. 그 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걸 토대로 발전시켜 나갔어요. 정리해보자면, 목 관리를 하기 위해서 택한 방법은 무리를 하지 않는 거에요.

Q.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나는 어떻게 푼다?

저는 무대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풀려요. 노래할 때 목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고 몸 전체가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거든요. 무아지경 같은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요. 그리고 팬들과 만나는 시간,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마주칠 때,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다는 행복감이 들어서 따뜻하고 좋아요.

Q. 취미가 있다면? 혹은 최근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레이싱도 했었고, 지금도 좋아해요. 또 게임도 좋아하는데 매진해서 한다기 보다 리뷰하듯이 ‘이렇게도 만들어졌구나’ 하고 가볍게 해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어떤 저의 취미도 무대를 준비할 때의 설렘이나 그게 많은 분들에게 전달됐을 때의 전율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신다면?

우선 전국 투어 콘서트가 연말까지 있고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도 내년 2월까지 쭉 공연해요. 또 현재 앨범 활동도 기회가 닿는 방송마다 나가서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몸이 하나니까 한계는 있겠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꾸준하게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정동하 이미지
글 : 백아름 기자
사진 : 최병준(Mage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