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가 놀랄만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요즘은 대다수의 신입사원들이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처럼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취업 1년차에 29.1%, 2년차에 24.5%, 3년차에 32.8%. 이들이 겪는 불안의 원인은 바로 일과 직장에 대한 회의감. 무슨 일이 주어지든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할 신입사원 시절, 이들은 왜 직장인사춘기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심리상태에 휘둘리게 된 것일까?
우리 사회는 청소년기에 본인의 인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자라면서 할 수 없었던 고민들이 직장이라는 목표를 넘어서자마자 한꺼번에 달려들게 된다. 문제는 직장인이 되어서는 그 궤도를 쉽사리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을 깨닫게 된 젊은이들은 회의감과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답이 없는 고민들이 이어지고 미래 비전을 찾지 못하게 된 직장인들. 이런 상태를 방치하다 보면 자칫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 깊이 빠져들 수도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직장인사춘기증후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IMF 시절. 극심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앞날이 불투명해진 직장인들의 불안이 무기력증이나 불안감으로 표출되면서부터였다. 실제로 한 포탈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86.4%가 직장인사춘기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했고 그 증상으로 무기력증을 느낀 사람들이 70.8%, 출근기피현상을 느낀 사람들이 58.3%, 사표를 쓴 사람들이 16.2%로 나타났다. 이직도 잦아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년 안에 직장을 떠나는 신입사원들의 수가 대기업조차도 11%나 된다고 한다. 입사 3년 안에 누구나 한번씩은 겪는다는 직장인사춘기증후군.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직장인사춘기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단 하나의 문장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답은 바로 ‘지금을 살아라!’다. 사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내가 원했던 회사, 내가 원했던 일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들은 이 길 말고 다른 길,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꿈꾸며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당연히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아니라면 지금 직장, 지금 일, 지금 상사, 지금 동료에 집중해보자.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꼬였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릴 것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바라볼 때 직장인사춘기증후군의 원인은 비전이나 목표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사회에 있다. 과거 취업만 하면 정년까지 평생직장을 누렸던 사람들은 회사의 꿈이 곧 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자 개개인은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젠 스스로 단기간의 비전과 목표를 세워보도록 하자. 내가 열심을 다해 이뤄낼 수 있는 일, 작은 보람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지금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기가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에리히 프롬의 이 말을 기억하도록 하자. ‘운명이 너에게 도달한 지점이 어디이든 간에 지금 존재하는 곳에서 완전히 존재하라’ 뒤늦게 사춘기를 앓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아주 적절한 울림을 줄 것이다.
직장생활 중에 무기력증과 회의감이 계속 된다면 체크리스트를 확인해보자. 체크 항목이 늘어날수록 직장인사춘기증후군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