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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만남
좋은 사람, 그래서 더 좋은 배우
배우 문정희

스크린 속 캐릭터는 가짜다. 그들은 실제 내 가족도, 이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캐릭터에게서 진짜 감정을 느낀다. 슬퍼하고 기뻐하며, 분노하고 희열을 느낀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배우들과 우리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연기를 통해 우리를 설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진짜야’라고 말이다. 배우 문정희도 마찬가지. 그녀는 어떤 역할이든 배역에 숨을 불어넣는 것에 능하다. 그녀는 진짜다.

배우 문정희

Q. 데뷔 이후 드라마 <연애시대>, <마마> 영화 <숨바꼭질>, <연가시> 등 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문정희씨를 떠올리면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아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배역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배역에 몰입을 잘하는 스타일인가요?

작품을 시작할 때는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해요. 이 캐릭터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끊임없이 분석하고 연구하죠. 개봉 예정인 영화 <7년의 밤>도 원작을 읽으며 많은 연구를 했고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시작하면, 미리 분석했던 것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그 캐릭터에 빨려 들어가서 연기를 하게 돼요. 결론적으론 몰입형 배우인 것 같아요.

Q. 작품이 끝나도 자신이 맡았던 배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고생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영화 <숨바꼭질> 같은 경우, 캐릭터가 강렬했던 만큼 고생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스위치를 잘 켜고 잘 끄는 배우예요. 역할에 몰입해서 연기하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제 본래의 모습으로 ‘뿅!’ 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잘해요.(웃음) 오히려 <숨바꼭질>은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트라우마가 오래 간다며 옷장 문도 괜히 벌컥 열어보고, 문 앞에 이상한 표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피게 된다고요. 제 이웃 중에도 그 영화를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서 사비를 털어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를 아는 분들인데도, 엄청 소리를 지르며 보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반응이 재밌어서 그런지 제 역할은 하나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Q. 개봉 예정인 영화 <7년의 밤>과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암수살인>에서는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7년의 밤>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저는 주인공 현수의 아내 역할을 맡았죠.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는 차원이 다르게 센 캐릭터에요. 영화 <숨바꼭질>에서의 역할보다도 세요. 현수 역을 맡은 류승룡 씨와 몸싸움도 있어서 액션호흡을 맞추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영화 <암수살인>에서는 검사 역할이에요. 극 중 형사 역인 김윤석 씨와 합심하여 사건을 풀어나가는 역할이고, 상대 배우와의 심리적인 연기 호흡이 매우 중요해요.

Q. 최근 작품들만 봐도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작품을 고를 때 특별히 고려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작품 자체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캐릭터는 다음이에요. 저는 작품과 배우가 만나는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의 인연처럼요. 정말 인연일 수밖에 없는 게, 영화나 드라마도 결국 사람의 일이잖아요. 사람이 역할을 만들고, 텍스트를 만들고, 상황을 만들죠. 사람이 만든 많은 것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탄생해요. 나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작품’이라는 운명을 함께 하게 된 모든 사람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작품의 결과도 분명 좋아야 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순간이 모두 중요하고 소중해요. 저 역시 배우로서 작품 전체가 흘러가는 과정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또 그 과정이 나로 인해 얼마나 즐겁게 바뀔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요.

Q. 그간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영화화되기 위해선 사회적 현상을 극단적으로 풀어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메시지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일 뿐, 제가 특별히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골라서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그 작품과 만난 이유를 연기하면서 찾게 되는 경우도 많죠. 또 작품을 통해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아요.

문정희 이미지
인간 문정희

Q. 현장에서의 조화를 중요시해서인지, 함께한 주변 스텝이나 동료 배우들이 문정희 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요. ‘미담제조기’라고 불릴 정도로 미담이 많아요.

어머, 정말요? 아마 다 제가 밥 사드린 분들일 거예요.(웃음) 저는 배우로서의 이 일이 너무나 즐겁고 좋아요. 공부할수록 재밌고 만족감을 얻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즐겁고요. 함께 일하는 한 분 한 분이 귀하고, 이분들과의 인연이 너무나 소중해요. 연기하면서 스트레스가 없을 순 없지만, 배우로서의 만족감, 현장 스텝과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 등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Q.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건강비결 중 하나겠네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선 건강관리가 우선일 텐데, 문정희 씨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또 있을까요?

저는 규칙적으로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몸을 깨우기 위해 아침밥은 꼭 먹고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신경 써서 식사를 준비해요. 외식보다는 직접 요리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재료 하나하나 꼭 성분을 따져 보고 골라요. GMO 식품은 피하고,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요. 비트, 바나나, 마, 오크라 등 위장 건강에 좋은 음식도 잘 챙겨 먹어요. 물론 촬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끼니를 때워야 할 때도 많아요. 작품에 몰입하면 입맛이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굶으면 우리 스텝도 끼니를 거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식사는 거르지 않되,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으려 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서 먹어요.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게 가장 좋지만, 촬영으로 여의치 않을 땐 영양제도 더 챙겨 먹고요.

Q. ‘살사댄스’도 건강비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까요?

네. 살사는 저에게는 ‘일상’과 같아요. 20년 가까이 해왔으니까요. 춤을 추는 것 자체도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들이 있기에 더 애정을 갖고 꾸준히 하고 있어요. 살사댄스에도 트렌드가 있어서 함께 어울려 공부도 하고요.

Q. 건강에 관심이 많은 만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출산율 저하로 걱정이 많잖아요. 결혼 연령은 고령화를 넘어 노령화되고 있다고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으로 선뜻 낳지 못하는 분들도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럴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더 많은 혜택으로 국민에게 더욱 힘이 되어 준다면 좋겠어요. 최근 소식들을 들어보면, 정부가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지원을 확대하고, 국민의 작은 고민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참 좋아요.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하고 건강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Q.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또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대중들에게는 연기 잘하는 사람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문정희’라는 배우의 연기를 봐서 좋았어”, “‘문정희’라는 사람과 일해서 좋았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계속 배우로 남아있어야겠죠? 갑자기 크게 주목을 받기보다는, 제 자리에서 오래도록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어요. 지금 촬영하는 영화 <암수살인>도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배우로서 활동하겠습니다.

문정희 이미지
글 : 이성미 기자
사진 : 안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