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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화가 치솟는가
분노조절장애

마트나 병원 혹은 은행과 같은 공공시설에 가 보면, 직원과 손님이 서로 실랑이나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각종 포털의 뉴스 댓글만 보아도 짜증이나 화 또는 분노하는 표현들이 난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TV에서는 보복운전이나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으로 사람이 다치는 사례가 보도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분노조절장애의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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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라는 감정은 우리가 사는 동안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다.
분노를 버리거나 잊으려고 몸부림 치는 것 보다는 누구에게나 있는 분노를 인정하고 조절하려는 자세와 태도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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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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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장애를 말하기 전에 우선 분노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분노의 감정은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최선의 방어 시스템이 공격이라고 여기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분노라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분노를 한다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겉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분노라는 감정은 우리가 사는 동안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다. 분노를 버리거나 잊으려고 몸부림치는 것보다는 누구에게나 있는 분노를 인정하고 조절하려는 자세와 태도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분노조절장애란, 누구에게나 있는 분노라는 감정이 자신의 의지로는 조절할 수 없어 표출이 지나치게 과격하게 되어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신경학·생물학적 원인 및 유전·환경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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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학적, 생물학적 분노조절장애 원인은 뇌손상, 알코올 독성에 의한 뇌 장애, 변연계의 이상이 주원인이며 높은 안드로겐 수치와 같은 호르몬 요인이 공격적 행동에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공격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유전적 취약성을 타고난 경우 스트레스에 대한 통제력이 선천적으로 약해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경우에도 발생한다고 한다. 후천적, 환경적 분노조절장애 원인으로는 성장기 학대, 부부문제, 이별, 생명의 위협 등 심한 정신적 외상을 겪은 사람에게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극소수이지만 유전적 요인이 분노조절장애 원인이 될수도 있는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족 양상이 전반적으로 폭력적이고 분노를 잘 표출하면 이 또한 유력한 분노조절장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문제 해결식 분노 표현 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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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분노조절 훈련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자신이 화난 것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주장하는 문제 해결식 분노표현을 훈련받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적인 안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긍정적인 생각과 건강한 수면 또는 분노조절장애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 후 감정조절을 위한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평소에 분노를 잘 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에게 분노의 감정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변화의 출발점이다. 분노의 감정에 대해서도 숨기거나 억압하지 말고 자신 있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여기에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감정수위와 표현수위를 지니면서 분노의 감정을 털어 놓을 때 의외로 사람들은 그러한 감정에 대해서 수용적이다. 말로 하기 두렵다면 글로 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고 일대일로 하기가 두렵다면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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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혹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더라도 자존감의 힘으로 잘 버티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오해와 비난에 대해서 분노로 대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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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낮을수록 분노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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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혹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더라도 자존감의 힘으로 잘 버티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오해와 비난에 대해서 분노로 대응하려고 한다. 분노에 취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이 건강한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자존감이 낮다고 느껴지면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자존감의 유지에는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속에서 받는 지지와 위로 그리고 격려와 용기등이 큰 도움이 된다. 분노조절을 원한다면 자존감을 상시키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집중을 쏟아야 한다.

사과하기·용서 구하기 훈련이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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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취약한 사람들은 사과하기, 용서 구하기, 그리고 용서하기에 서툴다. 이러한 면에서 분노 조절을 위해서는 사과하기와 용서 구하기를 훈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다른 사람이 용서 구하기를 할 경우에는 용서를 해주는 마음의 훈련도 필요하다. 용서를 해주지 못하면 그것 때문에 괴롭다. 다만 용서 행위와 용서의 감정 해소는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용서 행위는 일회성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용서의 감정은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해소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고 싶다면 또한 완벽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향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이러한 경향을 요구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에 취약한 분노자, 수용과 타협의 기술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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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분노하는 사람들은 분노조절을 위해 배워야 할 기술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수용과 타협의 기술이다.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의견에 대해서 수용하고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분노조절에 취약한 사람들은 대화와 소통에 취약한 사람들이다. 대화와 소통의 기술이 향상될수록 우리는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면서 오해에 의한 분노의 적절한 조절력과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 경청과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분노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분노도 자극하고 싶지 않다면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고 부드럽게 표현 방법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분노를 잘 조절하는 사람들은 내공이 강하거나 마음속에 선한 것으로 가득한 사람들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심리는 비슷하지만 그것을 행위로 표현하는 것은 연습과 훈련에 따라 달려 있다. 분노조절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과제도 아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다. •

이준홍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