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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을 그리고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리우올림픽 양궁 2관왕
장혜진 선수

마침내 런던올림픽 선발전 4등이라는 꼬리표를 떼냈다. 대범하고 소탈한 성정이 양궁이라는 운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을 치열하게 내몰고 다듬어왔던 4년의 시간. 리우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그간의 설움과 고통이 주마등처럼 스쳐 참고 참아도 눈물이 흘렀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리우올림픽의 미열이 채 가시지 않은 9월의 어느 날, 장혜진 선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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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금메달 2관왕

Q. 리우올림픽에서 2관왕을 거머쥔 후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우선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 리우올림픽에서 국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굉장히 뿌듯했어요.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4등이라는 꼬리표를 4년동안 달고 다녔는데 그 꼬리표가 이제 깨끗이 씻겨져 나가는 후련함이 있었고요(웃음). 힘들었던 선발전 과정들이 생각 나면서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참으려고 참으려고 하다가 흘리고 말았어요.

Q. 단체전 금메달은 ‘솜사탕 맛’, 개인전 금메달은 ‘초코파이 맛’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단체전 금메달은 저희가 셋이서 늘 꿈꾸었던 목표이기도 했고 셋이 힘을 합쳐서 일궈낸 결과잖아요. 그래서 어떤 아름다운 무지갯 빛 꿈 같은 맛이라는 의미로 솜사탕처럼 달콤하다고 했고요. 개인전 금메달은 제가 국제대회 수상 경력이 별로 없다 보니까 언제나 배가 고파있었는데 그 배고플 때 허기를 달래주는, 아픔을 달래준 맛이라고 해서 초코파이라고 비유했어요. 군인들에게 초코파이 같은 의미랄까요?(웃음)

Q. 개인전 우승 과정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16강전이 아무래도 남북 대결이고, 많은 조명을 받고 있어서 부담이긴 했어요. 긴장도 많이 됐고요. 4강전에서 (기)보배랑 쐈을 때도 제가 3점을 쏘는 실수를 했었잖아요? 바람이 많이 불면 간혹 나오는 실수긴 한데 그게 하필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 나왔다는 게 정말 당황스럽더라고요.

이렇게 양궁선수가 된다

Q.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지 6년여, 그동안 어떻게 훈련을 하고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런던올림픽 선발전을 통해서 비록 4등을 했지만 많은 것을 느꼈어요. 선수로서의 저 자신을 다시 되돌아봤달까요? ‘내가 이렇게 올림픽까지 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선수인가?’ 그런 의문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런 의문을 가짐으로써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니까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는 4년동안은 저에게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면서 더 많은 준비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부족함 없이, 후회 없이요.

Q. 양궁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공정함과 한국양궁협회에 대한 칭찬들이 나왔습니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주시겠어요?

1년에 한 번씩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총 7번에 걸쳐서 3명을 선발해요. 선수 한 명당 총 4,055발을 쏘면서 최강자 1등, 2등, 3등을 뽑는 거에요.

Q. 장혜진 선수도 간발의 차로 리우올림픽 행이 결정되었는데요. 선발전 당시 어떠셨나요?

맞아요! 마지막 일곱 번째 선발전에서 단 1점차로 리우올림픽에 갔어요. 마지막 선발전을 준비하면서는 정말 힘들었어요. 마지막 3차전을 앞두고 제가 2차전에서 6등을 하는 바람에…. 배점 합산을 하는데 6등을 해버리니까 사람들이 모두 가망이 없다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도 포기하는 단계까지 갔었는데 그때 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제가 이 길을 위해서 4년을 준비했는데, 그리고 아직 한 번의 시합이 남았는데 그냥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께 선포했죠. 저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요.

Q. 처음 양궁을 시작했을 때 이야기도 궁금해요. 양궁을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운동 한 번 해보자고 양궁장엘 데리고 갔어요. 저는 그때 학교에 양궁부가 있는지도 몰랐고 양궁이 어떤 운동인지도 몰랐어요. 막상 양궁장에 가서 보니까 너무 신기 하더라고요. 그렇게 호기심에 시작을 했다가 간식도 주고 선생님들과 야간운동도 하고 그러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웃음).

Q. 양궁선수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인내심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적인 운동이기도 하고, 감정개입에 따라 성적이 많이 갈리게 되는데요. 그만큼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 된다고 했을 때 금방 포기하지 않는 의지도 필요하고요. 포기를 해버린다면 더 이상 한발짝 올라갈 수가 없거든요.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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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툭 흘려버리고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달콤한 음식 같은걸 먹으면서 달래기도 하고요.
워낙 빵, 케이크, 초콜릿 같은 달콤한 것들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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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선수의 일상&건강관리

Q. 양궁선수로서 장혜진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해요.

운동선수들은 똑같아요(웃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아침을 먹고 또 훈련하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을 합니다. 밤에는 야간 훈련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휴식을 취하기도 해요.

Q.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면모였습니다.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인가요?

맞아요. 원래 잘 웃고 장난도 잘 치고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아마 여러 매체에서 비춰진 것보다 더 털털할 거에요.

Q.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는지 궁금해요. 굉장한 압박감을 가지고 몇 개월여의 선발과정도 거치잖아요.

기도를 하면서 울어요. 힘들 때 기도하면 눈물이 절로 나요. 울고나면 마음이 후련하고 씻기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툭 흘려버리고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달콤한 음식 같은걸 먹으면서 달래기도 하고요. 워낙 빵, 케이크, 초콜릿 같은 달콤한 것들을 좋아해요(웃음).

Q. 운동선수로서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 비타민이나 홍삼 같은 건강보조식품들을 잘 챙겨먹어요. 그리고 중요한 게 잠, 일찍 자요.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합니다.

Q. 취미생활, 운동 외에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다른 분야가 있나요?

글씨 쓰는 걸 좋아해요. 잘 쓰진 못하는데 붓펜으로 성경구절을 보면서 캘리그래피처럼 따라 쓰고 있어요. 그러면 마음의 위안도 얻고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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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행보, 도쿄올림픽을 노리다

Q. 운동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마치 모든 것을 이룬 느낌일 것 같은데 다음 올림픽도 노리고 있나요?

아직 허무함보다는 사실 실감조차 못하고 있어서요(웃음). 4년 뒤의 일이니 까마득하네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한 해 한 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도쿄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은?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계속 참여할 것이고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양궁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으니 아마 눈이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계속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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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국가대표
장혜진 선수의 수면

장혜진 선수는 운동선수로서
자기 관리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면역력 증강을 위해
건강보조제도 챙겨 먹지만
무엇보다 매일 일찍 잠자리에 든다.
충분한 수면이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글 : 백아름 기자
사진 : 유승현 (Mage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