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바라보는 시기가 다가오면 누구나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3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조직의 성실한 구성원으로 집안의 든든한 가장으로 일해 온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할 일이 없어져버려 막막해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지켜볼 가족들의 시선이 두렵기만 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KT라는 직장은 김성조 씨를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자부심의 터전이었을 터, 그런 만큼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야 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1974년 5월 1일에 입사해 2006년 9월 30일에 명예퇴직을 했으니 32년을 근무한 셈이네요.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을 매일같이 다니던 회사였으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자연스럽게 그리로 발걸음이 향하게 되더군요.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는데 습관처럼 눈이 떠지고 나갈 곳도 없는데 집에 있자니 눈치만 보이는 것 같고…. 세상에 나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외롭고 쓸쓸한 기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평생 다니던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매일 만나는 사람들, 익숙했던 공간과의 이별이라는 김성조 씨는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봉사활동이었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되돌려 주어야겠다고 결심했고, 또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일을 32년 동안 반복하면서 가끔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니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런 저를 위해 올바른 길동무가 되어준 것이 바로 아내입니다.”
김성조 씨의 아내 박건옥 씨는 대구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자원봉사가. 1992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말벗이 되어주고 청소, 식사수발 등의 봉사를 해오고 있는데 김성조 씨는 그런 아내를 따라 봉사활동을 배우며 지역 사회를 위한 일에 조금씩 발을 들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