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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산책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 지휘자 서희태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천여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만드는 큰 공연은 단원들 간의 소통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강약과 속도를 조절하며 내는 소리는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이 모여 이루어내는 것이다.

서희태 지휘자

21세기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끄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창의성이다. 이 창의성은 단순히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되었다. 그런데 때때로 이러한 창의성을 마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
창의성은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과 동기는 오랜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클래식에서 얻을 수 있다. 내 음악 인생에서 가장 가치를 두는 말이 하나 있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
오스트리아의 낭만파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 . 7. 7 ~ 1911 . 5. 18)가 남긴 말이다.
1910년 9월 12일, 독일 뮌헨에서 클래식 역사상 가장 거대한 무대의 막이 올랐다. 공연 장소도 일반 콘서트홀이 아닌 뮌헨 박물관에 위치한 거대한 페스티벌 홀이었다. 합창단 850명, 독창자 8명, 오케스트라 단원 171명 그리고 지휘자 1명까지 총 1,030명이 한 무대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바로 이 연주가 음악 역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작곡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말러의 8번 교향곡 초연이다. 훗날 '천인의 교향곡'이라 불리게 되는 이 곡을 두고 말러 스스로도 자신을 칭찬할 정도였다.
"지금 나는 무지막지한 음표 속에 파묻혀 있다. 방금 교향곡 제8번을 끝냈다. 이 곡은 이제껏 쓴 작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곡을 작곡한 말러가 오히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는 역설을 우리에게 남긴 것이다.
'얼마큼'이 바로 창의력 한번 상상해보자. 대표적인 클래식 명곡 중 하나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전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의 단골 연주 프로그램이다.
오케스트라는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똑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한다. 그 악보에는 베토벤이 운명 교향곡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감정, 철학, 인생 등이 음표와 각종 기호들로 세세하게 담겨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똑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지만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모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똑같지 않다. 심지어 같은 지휘자에 같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할지라도 연주 때마다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여기에 말러가 이야기했던 역설의 해답이 있다. 악보에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얼마큼'이다. '얼마큼 강하게', '얼마큼 약하게', '얼마큼 빠르게' 또는 '얼마큼 느리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 지휘자 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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