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씨(56세)는 나이 사십 줄에 접어들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가만히 보니 시간에 항상 쫓기는 생활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지친 자신의 처지가 딱했다. 숙명여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의 수출영업부에서 일한 지 약 20년.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7월, 그녀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뭘 한들 지금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퇴직 후 그녀의 첫 계획은 '쉬기'와 '혼자 있기'였다.
"일이 주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힘들어요. 매일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죠. 정신적으로 편해지니까 날아갈 것 같더라고요. 마음껏 여행 다니면서 운동도 했죠."
그러던 중 2011년 4월의 어느 날, 우연히 송파여성인력개발센터(이하 송파센터)에 4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버 전문 컴퓨터 강사 양성과정'이 개설된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국비과정이란 말에 솔깃했다. 컴퓨터 강사가 돼보자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그냥 이 기회에 직장생활하면서 썼던 오피스 프로그램을 한 번 복습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컴퓨터 실력과 가르치는 일이라면 기죽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서류전형, 면접을 거쳐 20명의 교육생 중 한명으로 뽑혔고 3개월간 치열하게 공부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4시간씩 200여 시간. 철저히 자격시험 위주의 수업이었다. 그 중에는 노인심리학 등 실버 전문강사로서 알아야 할 소양교육도 있었다.
교육과정이 다소 벅차게 느껴졌으나 동료 교육생들과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며 오직 실력을 쌓는 데 매진했다.
마침내 이 씨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실시하는 국가공인 정보기술자격(ITQ) 한글·엑셀·파워포인트 자격증 시험에서 모두 A등급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