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길거리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연구역이 많아진 것도 이유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접흡연의 위험성에 공감하면서 공공장소에서는 금연하는 것이 당연한 에티켓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집 안에서 담배피우는 흡연자들도 보기 어렵다. 특히 자녀라도 있으면 집 밖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끽연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밖에서 피우고 집에 들어간다고 안전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혹자는 담배 피우고 1시간 후에 집에 들어가면 괜찮다고 하지만, 아무리 담배를 피운 지 시간이 지나고 냄새제거제를 뿌린들 해로운 물질들이 몸에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이처럼 담배연기가 몸과 소지품을 오염시켜서 주변에 간접적인 흡연 효과를 내는 현상을 3차 간접흡연(Third-hand smoke: 직역하면 3차 담배연기오염이지만 편의상 3차 간접흡연이라고 명명함)이라고 한다. 간접흡연은 거의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지만 3차 간접흡연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흡연자의 방이나 옷, 차 안에서 특유의 퀘퀘한 냄새를 느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냄새가 바로 3차 간접흡연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담배연기에는 수많은 화합물이 섞여 있는데 이 연기가 주변의 물체에 닿으면 표면에 일부 화합물이 붙어서 남는다. 카펫이나 천 제품 등 표면적이 넓은 물체라면 더 많은 화합물이 달라붙는다. 이렇게 남은 화학물질은 짧으면 몇 시간, 길면 며칠 동안이나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다. 비흡연자가 담배연기에 오염된 물체를 사용하거나 방에 들어가면 남아있는 화학물질의 독성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 년 전부터 여러 연구자나 간접흡연자 사이에서 3차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용어 자체는 최근에 만들어졌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다나-파버/하바드암센터의 소아과 의사인 조나단 위니코프(Jonathan Winickoff)는 2009년 1월에 소아과 분야의 가장 저명한 학술지인 '소아과학(Pediatr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3차 간접흡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논문에서는 151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통해 간접흡연(2차 흡연)과 3차 간접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얼마나 해롭다고 생각하는 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비흡연자 중 95.4%, 흡연자 중 84.1%가 간접흡연(2차 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3차 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한 사람은 비흡연자 중 65.2%, 흡연자 중 43.3%로 낮았다. 추가로 3차 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 응답자일수록 가정 내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3차 간접흡연에 대한 용어도 불과 3년 전에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3차 간접흡연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2010년 4월 13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연구에서는 실내에 남은 담배연기 잔유물이 공기 중의 아질산과 반응하여 발암물질을 생성한다고 보고했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보고했다. 2011년에는 암역학생물표지자예방이라는 국제학술지에는 79명의 흡연부모의 아이들의 소변을 검사하여 90%에서 NNAL이 검출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NNAL은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NNK가 몸 속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특히 집 안에서 흡연이 허용되는 경우 이러한 물질의 농도가 높았다고 한다.
2012년에는 소아호흡기학이라는 국제학술지에 안양시의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부모에게 흡연하는지, 흡연한다면 아이들 있는데서 흡연하는지를 질문하고 응답에 따라 비흡연군, 3차흡연군, 간접흡연군의 총 3그룹으로 나눴다. 간접흡연군은 아이들이 있는데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 3차 흡연군은 아이들 없는 곳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었다. 연구 결과, 비흡연군에 비해 간접흡연군은 물론이고 3차 흡연군에서도 기침이나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직접 흡연하지 않더라도 몸이나 옷 등에 남은 담배의 독성물질이 아이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3차 흡연은 특히 아이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유아 및 청소년들은 호흡이 빠르고 먼지가 묻어 있는 표면(바닥 등)에 보다 가까이 근접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어른이 흡입하는 먼지의 양보다 2배 정도 많이 흡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kg의 성인과 7kg의 영아를 비교한다면, 영아가 성인에 비해 20배 만큼이나 더 공해물질에 노출이 된다는 얘기다.
작년 10월, 미국의 루지애나주의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크리스터스 성 프랜시스 카브리니 병원(Christus St. Frances Cabrini Hospital)에서는 올 2012년 7월부터 3차 흡연을 금지하기로 했다. 즉, 옷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직원들은 병원으로 들어오지 못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베란다 혹은 집 외부에서 담배를 피우고 실내로 들어오는 경우에도 역시 흡연자의 옷이나 피부에 독성물질이 남아 있으며, 아이들과 접촉하는 경우 3차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내든 실외든 전면적으로 흡연을 금해야 한다.